"'킹키부츠' 10주년, CJ 뮤지컬 해외 진출 새 전략 시동겁니다"

장병호 2024. 9. 2.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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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ENM 예주열 부장·최윤하 PD 인터뷰]
10년 전 '글로벌 공동 프로듀싱' 전략 수립
포용과 긍정의 메시지로 한국 관객 사로잡아
"CJ 뮤지컬은 명확한 주제의 쇼 뮤지컬' 정립
새로운 10년, 자체 제작 뮤지컬로 해외 진출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현재 국내 대기업 중 뮤지컬을 직접 제작하는 곳은 CJ ENM이 유일하다. CJ ENM은 2003년 라이선스 뮤지컬 ‘캣츠’ 투자를 시작으로 뮤지컬 시장에 뛰어들어 지금까지 370여 편의 라이선스 및 자체 제작 뮤지컬을 국내에 선보였다. 이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은 ‘킹키부츠’다. CJ ENM 공연 사업 전략의 전환점이 된 작품이기 때문이다.

CJ ENM 공연사업부의 예주열 부장(오른쪽)과 최윤하 글로벌사업PD가 최근 서울 마포구 CJ ENM 사옥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한국 공연 10주년을 맞은 ‘킹키부츠’가 오는 7일 서울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막을 올린다. ‘킹키부츠’ 10주년 공연의 의미를 듣기 위해 CJ ENM 공연사업부의 예주열 부장과 최윤하 글로벌사업PD를 최근 서울 마포구 CJ ENM 사옥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뮤지컬 ‘킹키부츠’의 성공 덕분에 지금의 CJ 뮤지컬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공동 프로듀서 참여로 해외 최신작 소개

CJ ENM 공연사업부의 예주열 부장(왼쪽)과 최윤하 글로벌사업PD가 최근 서울 마포구 CJ ENM 사옥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킹키부츠’는 CJ ENM이 국내에 처음 선보인 ‘글로벌 공동 프로듀싱’ 작품이다. 글로벌 공동 프로듀싱은 CJ ENM이 뮤지컬 본고장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 작품 제작에 공동 프로듀서(Co-producer)로 참여하는 것을 뜻한다. 공동 프로듀서는 리드 프로듀서(Lead Producer) 바로 다음 단계에 해당하는 역할. 작품 제작 관련 회의에 참여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권한과 함께 작품 수익 일부를 받는다.

CJ ENM은 10여 년 전 공연 ‘투자’에서 ‘자체 제작’으로 사업 전략을 새로 수립했다. 이를 위해 도입한 것이 글로벌 공동 프로듀싱이다. 예 부장은 “뮤지컬 제작을 위해 IP(지식재산권) 확보가 필요했다. 공격적으로 IP를 확보하기 위해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 뮤지컬 제작 과정에 직접 참여하기로 계획을 세웠다”며 “CJ가 제작한 뮤지컬로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에 진출하겠다는 목표도 있었기에 글로벌 공동 프로듀싱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예 부장과 최 PD는 10년 전 공연제작팀장과 뉴욕 주재원으로 ‘킹키부츠’의 제작 실무를 담당했다. 특히 최 PD는 혈혈단신으로 브로드웨이로 떠나 현지 관계자들과 만나며 글로벌 공동 프로듀싱을 위한 활로를 개척해왔다. 최 PD는 “드랙퀸(여장 남자) 캐릭터가 나오는 ‘킹키부츠’는 10년 전만 해도 한국에선 마이너한 소재였다.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하는 과정에서 우려도 없지 않았지만 작품이 지닌 메시지를 주목했다. 한국 관객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뮤지컬 ‘킹키부츠’ 2022년 공연 장면. (사진=CJ ENM)
‘킹키부츠’는 2013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했고 토니상 6관왕을 휩쓸며 대성공을 거뒀다. CJ ENM은 1년 뒤인 2014년 아시아 최초 라이선스 공연으로 한국에 소개했다. 브로드웨이 신작 뮤지컬을 1년 만에 한국에 소개한 흔치 않은 사례였다. 글로벌 공동 프로듀싱으로 공연권을 확보한 결과였다. 개막 초반 관객 반응은 다소 엇갈렸다. 그러나 팝 가수 신디 로퍼가 만든 흥겨운 음악과 함께 “자기 자신은 물론 모든 사람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자”는 포용과 긍정의 메시지에 한국 관객도 서서히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2022년까지 5번의 시즌 공연을 성공적으로 올리며 CJ ENM의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했다.

CJ ENM 자체 IP 뮤지컬로 해외 진출 추진

CJ ENM 공연사업부의 예주열 부장(왼쪽)과 최윤하 글로벌사업PD가 최근 서울 마포구 CJ ENM 사옥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예 부장은 “‘킹키부츠’의 성공 덕분에 CJ 뮤지컬의 색깔이 명확해졌다”고 말했다. CJ 뮤지컬의 색깔은 “메시지가 강하면서도 ‘쇼 뮤지컬’처럼 신이 나는 뮤지컬”이다. 또 다른 글로벌 공동 프로듀싱 작품인 ‘보디가드’와 ‘물랑루즈!’를 비롯해 ‘브로드웨이 42번가’, ‘광화문연가’ 등 남녀노소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유쾌한 뮤지컬로 한국 뮤지컬 시장의 외연 확대에 기여해왔다.

아직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글로벌 공동 프로듀싱 작품들도 한국 공연을 계획 중이다. 팝 가수 마이클 잭슨의 생애를 그려 토니상 4개 부문을 휩쓴 ‘MJ’,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동명 영화를 무대로 옮긴 ‘백투더퓨처’, 그리고 장애인 배우가 등장해 영국에서 화제를 모은 ‘더리틀빅띵스’ 등이다. 최 PD는 “처음엔 브로드웨이에서 네트워크를 쌓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킹키부츠’의 성공 이후부터는 순조롭게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었다”며 “CJ ENM은 이제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 진출을 위한 양질의 네트워크를 구축한 상태다”라고 말했다.

‘킹키부츠’ 10주년을 맞아 CJ ENM의 공연 사업 전략은 한 단계 더 도약한다. 그동안 글로벌 공동 프로듀싱 형태로 해외 최신 뮤지컬의 공연권 확보에 앞장섰다면, 이제는 CJ ENM이 직접 제작한 뮤지컬로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 진출에 나선다. 이를 위해 CJ ENM이 보유한 다른 분야의 IP를 뮤지컬로 개발하고 있다. 예 부장은 “현재 해외 진출을 위한 뮤지컬 2편을 개발 중”이라며 “2026~2027년 중 한국에서 먼저 공개한 뒤 해외 진출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장병호 (solan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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