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청년 '브레이브 캠페인'을 제안한다
[이우영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일제 강점기 도산 안창호 선생은 “낙망(落望)은 청년의 죽음이요, 청년이 죽으면 민족이 죽는다”고 했다. 국가에 있어 청년의 소중함을 강조한 것이다. 지금은 어떤가.
지난달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7월 청년층(15∼29세) 가운데 ‘쉬었음’ 인구는 작년 동월보다 4만 2000명 늘어난 44만 3000명에 이른다. 문제는 구직을 포기하고 일하기를 원치 않는 ‘그냥 쉬었다’는 청년이 그중 75%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75%는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돼 오히려 청년 실업률이 낮아지는 통계 착시효과를 가져왔다.
‘자포자기’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일본의 은둔형 외톨이라 불리는 ‘히키코모리’처럼 사회적 문제로 이어진다. 일본도 1990년대 취업빙하기 시기에 제때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청년들이 중년이 돼서까지 80대 부모에게 의존해 살아가는 어두운 현실에 처해 있다. 이를 ‘8050 문제’라고 한다. 일본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09년부터 ‘히키코모리 대책 추진사업’을 대대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오랜 은둔생활은 젊은 날의 ‘숙련 형성’ 기회를 빼앗고 노동시장의 관심에서 더욱 멀어지는 굴레에 빠지게 한다. ‘그냥 쉬었음’에 대한 일본의 어제와 오늘의 교훈이 대한민국의 오늘과 내일의 시급하고도 중요한 과제임을 인식해야 한다.
지금 청년들은 사회를 어떻게 인식할까. 2020년 서울연구원의 청년 불평등 인식 조사에 따르면 계층상승 이동 가능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 정도는 69.5%에 이른다. 고용에 대한 불평등 인식도 16.2%다. 앞으로도 새로운 도전을 하지 않는 ‘그냥 쉬었음’ 청년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다.
계속 증가할 수 있는 ‘그냥 쉬었음’ 청년은 ‘기진맥진’의 세대다.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를 찾고 있으나 계속 반복되는 취업 실패에 무기력해지고, 일자리 이동 사다리는 매우 취약하다. 길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는 이들에게 “열정이 없다”, “너무 나약하다” 등의 비판은 옳지 않다. 아울러 ‘낙인’, ‘루저’와 같은 시각도 고쳐야 한다. 이들이 밖으로 나와 세상을 긍정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모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다시 도전하게 하고 세상과 단절되지 않도록 정책의 세심한 설계와 시행이 더욱 필요하다. 이는 비단 ‘그냥 쉬었음’ 청년에 국한하지 않고 그와 함께 고통받는 가족들에게도 함께 이겨나갈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인간은 타인으로부터 ‘인정’받을 때 행복감을 느낀다. 지금의 청년들은 이전 세대보다 고학력과 고스펙을 갖췄지만 소셜미디어 등의 영향으로 상대적 박탈감 속에 “아무리 노력해도 남들에게 인정받을 정도의 삶을 살 수 없어”라며 자조 섞인 체념에 빠지기 쉽다.
결국은 상대적 관점에서 떨어져 객관적으로 나를 바라보고 다시 차근차근 도전할 수 있는 ‘용기’(Brave Heart)가 솟도록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교육과 일자리의 미스 매칭 해소, 괜찮은 일자리 확충, 일자리 이동 사다리 확대 등은 지속해서 유지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청년들이 용기를 내 긍정의 트리거를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시급하다.
청년층의 경제활동은 대한민국의 활력이다. ‘그냥 쉬었음’ 청년들이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 사회가 함께 힘과 용기를 주는 ‘브레이브 캠페인’(Brave Campaign)을 제안한다.
최은영 (eun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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