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일본대사 "사도광산 전체 역사 설명·전시 강화에 노력"

노민호 기자 2024. 9. 2.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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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미래지향적 관계 정착시키는 게 중요…성과는 확실히 공유"
'강제동원 재단' 재원 부족엔 즉답 대신 "韓과 긴밀히 소통하고파"
미즈시마 고이치 주한일본대사가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시 주한 일본대사관저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8.30/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미즈시마 고이치 주한 일본대사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일본 사도광산의 전시 공간에 '강제성' 표현이 담기지 않아 한국에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개선의 의지'를 전했다.

미즈시마 대사는 지난달 30일 서울 성북구 대사관저에서 진행된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사도광산의 역사 전체를 어떻게 소개하는지에 대해서 한국 정부와 긴밀하게 의사소통할 것"이라며 "설명·전시 전략 강화에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미즈시마 대사는 "중요한 것은 일한 양국은 국제사회에서의 다양한 과제에 대응하기 위한 동반자이자 협력해야 할 중요한 이웃나라"라며 "유네스코에서도 계속해서 협력해 나가고 싶다"라고 말했다.

사도광산 갱도와 약 2㎞ 떨어져 있는 기타자와 구역 '아이카와 향토 박물관' 안에는 '조선인 노동자 관련 전시물'이 마련돼 있다. 이는 일본 측이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등재 과정에서 한국의 동의를 얻기 위해 한 '선(先) 조치'다.

그러나 여기엔 '조선인의 가혹한 노동' 관련 내용은 있지만 '강제성' 표현이 빠져 국내 일각에선 '강제동원 내용의 명백한 표기' 등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즈시마 대사는 "지금 일한 양국에서 좋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대결이 아닌 협력의 자세로 서로 소통하면서 해결책을 찾아가려는 자세"라며 "이것은 중요한 자세라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미즈시마 대사는 지난해 3월 한국 정부가 국내 여론 악화에도 불구하고 '제3자 변제안'을 골자로 하는 강제동원 해법을 발표한 것에 대해선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던 일한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재단) 재원 마련에 일본 기업의 참여는 이뤄지지 않고 있고, 최근 재단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에 관한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대신 그는 "다만 일본은 이런 문제를 포함해서 한국 측과 긴밀히 의사소통을 하고 싶다"라고 답했다.

미즈시마 고이치 주한일본대사가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시 주한 일본대사관저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8.30/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미즈시마 대사는 일본의 식민지배 등 과거사 문제가 빠진 윤석열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 대해선 '8·15 통일 독트린'이란 점에 더 주목하며 '지지'를 표했다.

그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은 일본뿐만 아니라 국제사회 전체에 있어서 큰 이익"이라며 "작년 8월 미 캠프데이비드에서 일·한·미 정상이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된 한반도를 지지한다'고 확인한 바 있다. 윤 대통령 연설도 이러한 목표를 향한 방침을 제시한 것으로 본다. 앞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그리고 통일로 이어지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미즈시마 대사는 한일 정부 사이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9월 초 기시다 총리의 방한 가능성이 큰 것에 대해선 "정해진 게 없다"라면서도 '셔틀외교'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현재 일한관계가 개선되고 있는 건 환영할 일"이라며 "안보 분야가 자주 주목받지만, 그 외에도 일한관계는 경제·문화·인적교류 분야도 강화되고 있다. 이러한 것들이 되돌릴 수 없도록 정착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미즈시마 대사는 내년 한일 수교 60주년을 맞아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업그레이드가 추진될 가능성에 대해선 "일한, 일·한·미의 협력 강화는 서로에게 이익"이라며 "이런 가운데 60주년을 맞이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 검토하고 있고, '2.0 선언', 새로운 선언을 만들지에 대해서도 같이 검토하겠다"라고 말했다.

미즈시마 대사는 유럽의 '솅겐 조약'처럼 한일 양국 간 출입국 절차를 대폭 간소화해야 한다는 일부 의견에 대해선 현재 60주년을 맞아 다양한 아이디어를 검토 중이지만 "구체 내용에 대해선 아직 결정된 바 없다"라고 했다.

그는 러시아의 '거부권'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이 해체된 데 대해선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은 일본뿐만 아니라 관련 지역,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것으로 결코 용납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미즈시마 고이치 주한일본대사가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시 주한 일본대사관저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8.30/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또한 "올해 일한 양국은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이라며 "북한 문제에 대해 안보리가 제대로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한국, 미국 등 다른 유사 입장국들과 함께 노력하겠다"라고 설명했다.

미즈시마 대사는 '북일 몽골 접촉설' 등 북일 정상회담을 위한 물밑 조율 과정에서 한국 측과의 소통 여부에 대해선 "북한 대응에 있어선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한국, 미국과 같은 관계국과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미즈시마 대사는 대사 부임 후 가장 큰 목표에 대해선 "일한의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후퇴시키지 않고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라며 "서로 국민에게 거둔 성과를 확실히 공유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의사소통에 힘을 싣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1961년생인 미즈시마 대사는 교토 출신으로 1985년 도쿄대 법학부를 졸업한 뒤 일본 외무성에 입부했다. 주미 대사관 참사관, 북미국 제2과장 등을 거쳤다. 그는 2017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에서 근무했고,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 공사를 맡은 적이 있다. 2021년부터는 주이스라엘 대사를 지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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