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詩 읽기] 소진된 사람에게 건네는 시

관리자 2024. 9. 2.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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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열심히 하려다 무엇도 할 수 없는 상태에 놓일 때가 있다.

그동안 어떻게 해왔지? 먹고 자고 사람을 만나고 일하던 시간, 일상을 영위하는 일이 힘들어진다.

여름에서 가을로 계절이 바뀌고 나무는 일제히 물들 준비를 시작하는데 알아차리지 못한다.

너무 열심히 애를 쓰면 존재는 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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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열심히 하려다 무엇도 할 수 없는 상태에 놓일 때가 있다. 그럴 땐 어제 태어난 사람처럼 막막하다. 그동안 어떻게 해왔지? 먹고 자고 사람을 만나고 일하던 시간, 일상을 영위하는 일이 힘들어진다. 여름에서 가을로 계절이 바뀌고 나무는 일제히 물들 준비를 시작하는데 알아차리지 못한다. 사는 법을 잊어버린 것만 같다.

소진된 사람은 내가 나인 것이 즐겁지 않은 사람이다. 그에게서 가장 먼저 사라지는 건 미소, 유머, 장난, 애정, 호기심이다. 삶을 빛나게 하는 다섯가지를 잃어버리다니! 혹시 번아웃을 겪는 사람이 있다면 이 시를 읽어주고 싶다. ‘생각 믿기’라는 제목을 ‘(내가 나라는) 생각 믿기’로 고쳐 읽어본다.

시의 화자는 삶이라는 바다에서 헤엄을 치고 있다. 물을 의식하는 순간 두려움이 온다. 두려움은 존재를 무겁고 탁하게 만든다. 화자는 “힘을 풀라”고 조언하는 누군가의 말을 생각하고, 생각을 믿기 위해 애쓴다. 물결을 이기려 하지 말고 마음이 물결이 되어 흐르게 놓아주어야 한다. 깊이를 탐하다 가라앉을 수 있으므로 깊어지지 말자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너무 열심히 애를 쓰면 존재는 상한다. 삶에 빠져 허우적거리게 된다. 시의 화자는 “생각”을, 그리고 스스로를 믿으며 나아간다. “가끔은 핏방울처럼/ 조금은 파도처럼” 헤엄치면서 일상이라는 “뭍”으로 천천히 나온다.

주먹을 펴야 오래 달릴 수 있고 수심을 재지 않아야 헤엄칠 수 있다. 그다음, 우리에게 다시 돌아올 미소, 유머, 장난, 애정, 호기심을 귀하게 품에 안을 수 있음을 믿어야 한다.

시인 박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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