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책] 인공지능이 투자수익률 높일 수 없는 이유

최소임 기자 2024. 9. 2.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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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회사의 로보어드바이저를 사용하지 않고도 인터넷 접속만 되면 무료로 인공지능(AI)과 투자 상담을 하는 게 가능해졌다.

AI가 정말 똑똑해졌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렇게 똑똑한 AI에 투자에 관해 물어보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AI에 투자에 대해 물어보는 건 똑똑하다는 게 공인된 수능 만점자에게, 혹은 수능 만점을 받고 나서 투자업계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전문가에게 투자에 대해 물어보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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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한 문제 풀만큼 진화했지만
많이 안다고 앞날 예측할순 없어
‘고수의 비법’ 데이터 필요하지만
공유되는 순간 그 효과 잃을수도
정보 빠른 확산 시장효율화 기여
저평가주 발굴 더욱 어려워질듯

투자회사의 로보어드바이저를 사용하지 않고도 인터넷 접속만 되면 무료로 인공지능(AI)과 투자 상담을 하는 게 가능해졌다. “지금 엔화를 사는 게 좋을까? 삼성전자 주식은 어떤가?”라고 물어보면 그럴듯한 대답을 해준다. 그렇다면 과연 AI가 시키는 대로 하면 투자수익률이 높아질까?

내가 강의하는 과목의 시험은 오픈 북 형식으로 치르고 있으며, 학생들이 ‘챗GPT(지피티)’ 등의 AI를 활용하는 것도 허용해왔다. AI가 어지간한 시험 문제는 다 맞힌다는 말을 수년 전부터 들어오긴 했지만, 1년 반 전까지만 해도 AI는 (적어도 무료 버전은) 내가 낸 시험문제를 풀지 못했다. 문제를 못 푸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이해를 못했다. ‘한국의 이자율이 5%이고 일본의 이자율이 2%일 때 엔화 가치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라고 물어보면 환율 변화가 궁금할 때는 어떤 웹사이트에 가서 확인해 보라는 정도의,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답을 제시하곤 했다.

그런데 지난해 가을학기부터 상황이 바뀌었다. 같은 질문에 대해 ‘한국의 이자율이 일본의 이자율보다 3% 높을 때는 엔화 가치가 3%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답을 말하기 시작했다. 고난도의 경제이론을 활용해서 계산해야 하는 문제에 AI가 정답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심지어 올해 봄학기에는 수업 중 어떤 내용을 논의했는지 답하라고 질문해도, 수업을 들었을 리가 없는 AI가 매우 그럴듯한 답변을 하기도 했다. AI가 정말 똑똑해졌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렇게 똑똑한 AI에 투자에 관해 물어보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AI에 투자에 대해 물어보는 건 똑똑하다는 게 공인된 수능 만점자에게, 혹은 수능 만점을 받고 나서 투자업계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전문가에게 투자에 대해 물어보는 것과 같다. 이 사람이 뭔가 잘 몰라서 틀린 얘기를 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내일 주가와 환율이 어떻게 될지 맞히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많이 안다고 맞힐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AI가 주가와 환율을 예측하지는 못하더라도 투자 고수들의 비법을 파악해서 이를 따라 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지 않을까? AI가 이런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세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첫째, 투자 고수가 실제로 존재해야 한다. 높은 수익률을 얻는 투자자가 있고 그러지 않은 투자자가 있는 건 분명한데, 높은 수익률을 얻는 투자자가 진짜 고수인지 단지 운이 좋은 투자자인지는 불분명하다. 둘째, 투자 고수가 남들이 모르는 비법을 갖고 있어야 한다. 고수가 비법이 있어 수익률이 높을 수도 있지만 그게 아니고 감이 좋아서 투자를 잘하는 것일 수도 있다. 셋째, 모든 사람이 고수의 비법을 따라 해도 비법이 계속 효과가 있어야 한다. 투자수익률을 높이는 게임은 일종의 제로섬 게임이다. 즉 지는 사람이 있어야 이기는 사람도 있는 게임이다. 모든 사람이 비법을 터득하면 지는 사람이 없어질 것이고, 그럼 이기는 사람도 없어질 것이다. 그러면 비법은 더이상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AI가 사람들이 투자하는 방식을 크게 바꿀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AI가 시키는 대로만 해서 투자수익률이 높아지는 상황이 올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AI가 정보의 빠른 확산을 도와서 주식시장을 더 효율적으로 만들고, 투자자들이 저평가주를 찾는 일을 더욱 어렵게 만들지 않을까 싶다.

김대환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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