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논둑과 자경(自耕)

최상구 기자 2024. 9. 2.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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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둑이 모두 있어야 자경(自耕)이 인정된다니, 농촌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탁상행정입니다."

공익직불제 준수사항 이행 점검 시기를 맞은 요즘 경기지역 벼농가 사이에 '논둑' 성토가 한창이다.

농업경영체 등록을 따로 한 경우 소규모 논이라도 논둑을 헐어 합쳐 농사를 지으면 이행 준수사항 가운데 농지 형상과 기능 유지 위반이 되는데, 이게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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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둑이 모두 있어야 자경(自耕)이 인정된다니, 농촌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탁상행정입니다.”

공익직불제 준수사항 이행 점검 시기를 맞은 요즘 경기지역 벼농가 사이에 ‘논둑’ 성토가 한창이다. 농업경영체 등록을 따로 한 경우 소규모 논이라도 논둑을 헐어 합쳐 농사를 지으면 이행 준수사항 가운데 농지 형상과 기능 유지 위반이 되는데, 이게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얘기다.

공익직불제 17가지 준수사항 가운데 농지의 형상과 기능 유지는 ▲농작물을 재배하거나 휴경하는 경우는 1년 이상 경운 ▲이웃 농지 등과 구분이 가능하도록 경계를 설치하고 관리 ▲논농업에 이용되는 농지는 농지 주변의 용수로·배수로를 유지·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이 중 ‘이웃 농지 등과 구분이 가능하도록 경계를 설치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항목은 논의 경우 경계를 논둑 여부로만 판단한다. 소규모 논을 합쳐 실제로 벼농사를 짓고, 두 논의 경계를 노끈 등으로 표시하거나 고랑을 파 구분해도 한쪽 논둑이라도 없으면 준수사항 위반이 된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입장은 명확하다. 논둑이 자경(自耕)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에 아무리 작은 논이라도 논둑이 모두 있어야 농지의 형상과 기능 유지가 된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자경’이란 사전적 의미로 ‘자기 스스로 논밭을 갈아 농사를 지음’을 뜻한다. 논둑을 헐어 논을 합치는 이유를 누군가는 직접 농사를 안 짓기 위해서라고 판단하는 게 틀린 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실제 요즘 벼농사 현장에서 엄밀한 의미의 ‘자경’을 하는 농민이 얼마나 되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이 심화하면서 모든 농작업을 직접 하는 농가는 드문 게 현실이다. 고령농가나 취약농가의 논을 전업농이나 비교적 젊은 농가가 농작업을 맡아서 하는 게 일반화된 지 오래다.

이미 현실은 논둑으로 자경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이런 사정을 고려해 농가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물론 직불금의 부당 수령을 막고자 진행하는 준수사항 점검을 느슨하게 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매년 벼농사가 이뤄져 누가 봐도 논의 형상과 기능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데도 한쪽 논둑이 없다는 이유로 준수사항 위반으로 판정하는 게 행정 편의를 위한 발상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자경 여부를 판단하는 방법을 논둑 여부로만 할 게 아니라 좀더 정교하게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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