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매직'…환갑 지난 경동시장, MZ의 '핫플' 되다[같이의 가치]
잔당 300원씩 적립, 지역 환경 개선에 '선순환'
다양해진 연령층에…전통시장 청년 사업 탄력
[서울=뉴시스]권안나 기자 = 경동시장은 1960년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에 조성된 서울 최대 규모의 전통시장이다. 서울 청량리 권역이라는 지리적 이점에도 불구하고 유동 인구가 감소하고 그 마저도 60세 이상의 고령인구가 대다수가 되면서 지속성을 보장하기 힘든 시장으로 변모해갔다. 건물이 노후한데다 즐길 거리가 없어 젊은 세대가 찾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때 경동시장의 공실률은 층에 따라 50%를 넘어서기도 했다.
그런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최근 몇년 사이 이곳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시장에서 장을 보는 어르신들과 함께 성수동에서 마주칠 법한 MZ(밀레니얼+Z)세대들이 어우러져 다닌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단체로 몰려다니는 모습도 손쉽게 만날 수 있는 이른바 '핫플'이 됐다. 민심이 모이는 전통시장에 젊은이들까지, 한 번에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공간이 되자 정치인들까지 즐겨찾는 명소가 됐다.
'폐극장 카페' 몰려드는 MZ…수익금은 지역 환경 개선에 '선순환'
2022년 스타벅스는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테마로 한 '커뮤니티스토어'의 하나로 이곳을 검토했고, 그 과정에서 동반성장위원회(동반위)가 경동시장과의 연결 과정에 참여하게 됐다. 이에 스타벅스, 경동시장상인연합회, KD마켓(임대사업자), 동반위 측은 4자간 상생협약을 체결하고, 대기업이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참여해 윈·윈하는 협력 모델을 구축했다.
우려되는 점도 있었다. 대기업 카페(직영매장)가 전통시장으로 들어가는 첫 사례였기에, 주변 상권의 동일업종 소상공인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에 동반위는 해당 지역 카페 소상공인에 대한 전수조사(인터뷰)를 실시했다.
그 결과 당시 경동시장 내 영업중인 카페는 두 곳으로, 한 곳은 스타벅스의 타깃 고객층과 상이해 입점에 따른 타격이 크지 않을 것으로 파악됐다. 다른 한 곳은 스타벅스코리아의 재능기부 카페 9호점으로 입점에 따른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없었다. 이 밖에 스타벅스 입점에 대한 시장 내 타 업종 상인들을 인터뷰한 결과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며, 특히 입점 예정지 인근 상인들은 적극적인 환영 의사를 내비쳤다.
스타벅스 경동1960점은 기존 극장의 틀을 보존해 요즘 MZ세대가 열광하는 '레트로 감성'을 담아냈다. 약 200석 규모의 계단식 좌석은 영화관의 모습을 연상시키며, 주문한 음료가 준비되면 벽면에 영사기를 활용한 엔딩크레딧 효과로 고객의 이름이 큼지막하게 올라온다.
이 같은 재미 요소들이 MZ세대의 감성을 자극하면서 '스타벅스 매직'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평일 하루 평균 1000명 이상, 주말은 2000명 이상이 다녀가는 명소가 된 것이다.
이곳에서 발생하는 수익금은 잔당 300원씩 적립돼 지역 환경개선에 쓰이고 지역민 고용까지 연계되는 선순환 구조를 이뤄냈다. 매장에서 조성된 상생기금은 협약기관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상생협의회에서 제안된 안건을 반영해 사용처를 결정한다.
그동안 기금은 경동시장 내 노후 건물 도색과 고장 배기관 수리, 노후 간판 교체 등 새로운 고객 유입과 주변 상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방향으로 사용됐다.
올해는 경동시장을 방문하는 고객과 상인들의 안전을 위해 시장의 추가 방역활동, 시장 내부의 보행로 평탄화 작업, 내년도 장마를 대비한 우수관 교체 작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스타벅스 측은 종료 기한을 정해두지 않고, 특이사항이 있지 않는 한 이 같은 상생 활동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청년 몰려들자 미래가 보이네"…청년사업 힘 쏟는 전통시장
경동시장상인연합회 관계자는 "경동시장은 원래 유동인구가 많은 시장인데 내방 고객의 연령층이 확실히 다양해졌다. 젊은 층이 스타벅스를 통해 이곳을 알게 되면서 시장 입장에서 보면 미래의 고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설 현대화와 함께 청년 활성화 사업에도 관심을 가지고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청년 소상공인들의 점포가 들어선 '청년몰'은 전국의 시장 내 청년사업 가운데 유일하게 잘 운영되고 있는 곳으로 꼽힌다. 전통시장과 청년을 잇는, 일종의 표본이 됐다. 시장 인근의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에 방문해 식사를 할 정도로 상권이 형성됐으며, 입점 문의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경동시장은 또 주차장으로 쓰이던 경동시장 신관 옥상을 루프톱 푸드트럭 야시장으로 꾸며 지난해 11월부터 매주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운영하고 있다. 동반위는 야시장에서 열린 청년상인 푸드트럭 지원 사업에도 참여해 원활한 행사를 도왔다.
동반위 관계자는 "경동시장의 사례는 정부 및 지자체, 언론과 학계 등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으며 민간자율적 상생협력모델의 우수사례로서 지역에 전파되고 있다"며 "젊은 세대의 방문이 유의미하게 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소개되는 등 지역 경제 활성화에 일조했다는 평을 받는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mymmn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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