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추계] 대회 셋째 날, 남고부와 남중부 이모저모
“에이 설마 연장 가겠어?”
남고부 A조 광신방예고와 청주신흥고의 대결. 광신방예고는 1승 1패다. 이 경기를 잡아야 예선을 통과할 수 있다. 그런데 청주신흥고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다. 경기 종료 2분 59초를 남기고 점수는 82-79. 2학년 김성혁(187), 이희준(192), 김동우(181) 트리오의 활약으로 청주신흥고는 추격을 이어갔다.
다음 경기를 준비하던 광주고 우승연 코치와 충주고 이창수 코치는 경기가 연장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랐다.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바람대로 경기는 4쿼터에 마무리됐다. 88-82로 광신방예고 승리. 청주신흥고는 아쉽게 이번 대회를 마감했다.
그러나 실망할 필요는 없다. 저학년 중 가장 경기 경험이 많은 김재원(192)이 나오지 못했다. 그래도 선전했다. 윤명수 청주신흥고 코치는 “선수들의 구력이 짧아 기본기가 약하다. 이제 1년이 된 선수도 있다. 힘들다”고 했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다. 40분을 뛴 적이 없는 선수들이다. 김재원이 복귀하면 달라진다. 전국체전은 다를 거다”라고 기대했다.
내년 성적은 “8강은 가지 않겠습니다”라고 윤 코치는 말한다. 이 경기를 본 중고농구 코치들도 내년 청주신흥고가 만만치 않겠다며 경계심을 보였다. 내년 이관우(183)와 김주완(193)이 입학하면 청주신흥고의 가용 인원은 10명까지 늘어난다. 2025년 청주신흥고는 올해와 많이 다를 전망이다.
“학교에 난리가 났어요.”
남중부 E조. 제주동중은 화봉중, 호계중, 성남중과 같은 조에 편성됐다. 장기동 제주동중 코치는 “1승이 목표”라고 했다. 화봉중은 이번 대회 우승 후보 중 하나다. 왕중왕전에 이어 2관왕을 노리고 있다. 호계중은 춘계연맹전 4강 팀이다. 제주동중에게는 버거운 상대다. 그런데 예선 첫 경기에서 제주동중이 호계중에 짜릿한 1점 차 승리를 거뒀다.
제주동중의 다음 상대는 화봉중. 전력의 차이를 실감하며 33점 차이로 졌다. 남은 경기는 성남중. 예선에서 상대할 세 팀 중 전력이 가장 약하다. 호계중에게 55-44로 졌다. 장 코치가 목표로 삼았던 1승 상대다. 예선 마지막 날, 성남중을 이기면 제주동중은 결선에 오른다.
그래서 고민이다. 제주동중 선수들은 비행기를 타고 왔다. 복귀하는 항공권은 예선 탈락 일정에 맞춰 예약했다. 성남중과 경기 결과에 따라 항공권을 다시 예매해야 한다. 숙박비와 식대도 추가된다. 학교에 기안을 다시 올려야 한다. 예상치 못한 한 번의 승리가 번잡한 행정 절차를 초래했다.
그래도 유쾌하다. 장 코치는 “구력이 짧은 얘들인데 (기량이) 빨리 늘어서 상대가 당황한 것 같다”고 했다. 호계중을 이긴 것이 장 코치에게도 의외다. 3학년 5명은 힘들게 영입한 선수들이다. 구력이 짧다. 2학년은 2022년 소년체전 3위를 차지한 주역들이다. 이 선수들이 구력 짧은 3학년들을 받쳐주고 있다.
2학년 선수 어머니 3명이 체육관을 직접 찾아 제주동중 선수들을 응원했다. 비행기를 타고 오는 여정이 편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아이들이 농구를 좋아하니 그것을 응원한다. 일당백의 엄마들도 제주동중의 즐거운 고민을 만든 이유 중 하나다.
“너 때문에 졌어. 네가 책임져.”
송도고가 양정고에게 졌다. 주장 방성인이 12득점 9리바운드 7어시스트로 부진(?)했다. 중요한 순간에 역할을 못 했다. 최호 송도고 코치는 경기가 끝나고 방성인(190)을 불렀다. 너 때문에 졌으니 다음 경기를 책임지라고 했다. 방성인은 웃으면서 “네”라고 대답했다.
예선 2차전 상대는 낙생고. 방성인은 무려 23개의 리바운드를 잡았다. 수비도 많은 움직임을 보였다. 낙생고의 득점을 53점으로 봉쇄한 것에는 방성인의 역할이 컸다. 송도고는 22점 차로 여유 있게 승리했다. 경기가 끝나고 방성인은 “무조건 열심히 하려고 했다. 열심히 하면 이긴다고 생각했다. (어제 패배로) 후배들에게 미안했다. 더 많은 승리의 기억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했다.
슛 컨디션은 여전히 안 좋았다. 이유는 있다. 코로나에 걸려 상주로 출발하기 전까지 훈련을 못 했다. 형 방성원도 그랬다. U18 대표로 차출된 이찬영에 방성원, 방성인 형제의 부진까지 겹치며 송도고는 어려운 상황이다. 두 형제는 수비와 리바운드로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우리도 엄청 맞았어요.”
전주고와 천안쌍용고의 예선 F조 경기. 전주고가 16개의 3점 슛을 쏟아부으며 95-72로 승리했다. 3점 슛으로 올린 점수만 팀 득점의 절반을 넘는다. 경기를 지켜보던 김준성 배재고 코치는 “우리도 엄청 맞았”다고 얘기했다. 배재고는 전날 9개의 3점 슛을 허용하며 52-69로 졌다.
전주의 화력이 식지 않자 김 코치는 “우리는 맞은 것도 아니었네요”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눈은 계속 경기를 주시했다. 천안쌍용고를 이기면 결선에 오르기 때문이다. 체육관을 찾은 목적은 천안쌍용고의 전력 분석이다. 슛이 좋은 이진혁, 살림꾼 임재휘의 활약을 기대한다고 했다. 두 선수는 내년 배재고 전력의 핵심이다.
▲ 예선 마지막 날, 관전 포인트는?
‘죽음의 C조에서 양정고가 살아남았다. 결선에 오를 나머지 한 팀은 송도고와 대전고 승자다. 대전고에게 송도고는 버거운 상대다. 그러나 공은 둥글다. 코트에서는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
E조의 상산전자고는 계성고에 87-82로 승리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계성고는 춘게연맹전 준우승팀이다. 상산전자고는 올해 치른 모든 대회에서 예선 탈락했다. 문세영이 22득점 18리바운드, 양주도가 23득점 9어시스트로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상산전자고는 무룡고와 조 1위를 향한 마지막 대결을 준비하고 있다.
남중부 E조는 화봉중이 2승으로 결선 진출의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호계중에게 55점 이상 패하지 않으면 예선을 통과한다. 호계중은 화봉중을 이겨야 예선을 통과할 수 있다. 화봉중이 호계중을 이기고 제주동중이 성남중을 이기면, 화봉중과 제주동중이 결선에 오른다. 그 경우 제주동중은 복잡한 행정 절차를 밟아야 한다,
대회 4일째, 남고부와 남중부의 조별 예선이 마무리된다. 예선을 통과한 팀들은 저녁 8시 30분 결선에서 상대할 팀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_정수정 기자, 배승열 기자
조원규_칼럼니스트 chowk8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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