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좌클릭, 해리스는 우클릭… 부동층 겨냥 ‘공약 뒤집기’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2024. 9. 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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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미국 대선]
트럼프, 소량 마리화나 허용 시사… 여성표 의식 낙태금지 말 달라져
해리스 “불법입국 처벌해야” 입장 바꿔… 셰일가스 채굴 제한 완화 발언도
기존 지지층 “말 바꾸기로 혼란” 비판


초접전 양상인 11월 5일 미국 대선을 앞두고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이 모두 자신의 기존 발언을 뒤집는 공약을 속속 내놓고 있다. 대선 결과를 좌우할 부동층 표심을 공략하려는 포석이지만 발언의 진정성을 믿을 수 없는 전형적인 ‘말 바꾸기’란 비판도 거세다.

특히 두 후보의 기존 지지층은 이들의 말 바꾸기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이에 ‘산토끼’(상대방 지지층)를 공략하려다가 ‘집토끼’(자신의 지지층)를 잃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트럼프, 마약-낙태 의제 ‘좌클릭’

트럼프, 여성표 공략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왼쪽)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보수 여성단체 ‘자유를 위한 엄마들’의 공동 창업자 티퍼니 저스티스와 춤을 추고 있다. 그는 여성 유권자와 핵심 지지층인 보수 유권자 사이에서 낙태 관련 입장을 계속 뒤바꾸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트럼프 후보는 자신에게 비판적인 청년층, 여성 유권자를 공략하기 위해 마약, 낙태 의제 등에서 연일 ‘좌클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는 그의 사저 마러라고 리조트가 있는 플로리다주가 일부 진보 성향 주민의 주도로 대선 당일 마약, 낙태에 관한 주민 투표를 실시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들은 주법으로 21세 이상 성인이 3온스(약 85g) 이내의 마리화나를 소지했을 때 처벌하지 않고, 임신 6주 이상의 낙태를 금지한 현 법을 무효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 후보는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개인적으로 쓸 정도의 마리화나를 소지한 성인들을 체포하는 데 납세자의 돈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며 마리화나 소량 소지에는 찬성한다는 뜻을 밝혔다. 재임 시절 마리화나 합법화 법안을 반대하고 마약범을 엄벌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과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 마리화나 사용 관련 의제에 민감한 젊은층 유권자를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는 낙태에 관해서는 오락가락 갈지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는 지난달 29일 NBC 인터뷰에서 “낙태 관련 주법 개정에 찬성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를 두고 보수 진영이 반발하자 같은 달 30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는 “주법 개정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말을 바꿨다.

최근 뉴욕타임스(NYT)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여성 유권자의 22%는 “이번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는 낙태권”이라고 답했다. 다만 전통적인 공화당 지지층을 포함한 보수 진영은 최근 트럼프 후보가 낙태에 관용적인 발언을 이어가는 것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 해리스, 환경-이민 의제 ‘우클릭’

해리스, 조지아 유권자와 대화 카멀라 해리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조지아주 서배나의 한 상점에서 여성 주인과 대화하고 있다. 과거 오염 등을 이유로 셰일가스 ‘수압파쇄법(프래킹)’을 반대했던 그는 “프래킹을 허용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보수층, 중도층 유권자를 공략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서배나=AP 뉴시스
해리스 후보 또한 환경을 중시하고, 불법 난민에 관용적이었던 과거 입장을 바꿨다.

그는 2020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환경 오염 등을 이유로 “셰일가스 채굴을 위한 ‘수압파쇄법(프래킹·fracking)’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또 상당수 불법 입국은 ‘형사 범죄’가 아닌 ‘민사 범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해리스 후보는 지난달 29일 CNN 인터뷰에서 “프래킹을 금지하지 않을 것이며, 불법 입국은 현 규정에 맞춰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며 ‘우클릭’ 행보를 보였다. 특히 그가 프래킹을 찬성하는 쪽으로 태도를 바꾼 것은 대선 최대 경합주 중 하나로 꼽히며 셰일가스 유전이 집중된 펜실베이니아주 여론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다만 환경단체들은 프래킹 과정에서 라돈 등 방사성물질까지 방출된다며 해리스 후보의 입장 변화를 비판하고 있다.

두 후보는 서로의 안보관을 두고도 충돌했다. 트럼프 후보는 미군 13명이 숨진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테러 3주년 추모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달 26일 버지니아주 알링턴 국립묘지를 참배했다. 당시 트럼프 대선 캠프 관계자들이 묘지 관계자들을 밀치고 폭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이에 해리스 후보는 지난달 31일 트럼프 후보가 “정치적 이목을 끌기 위해 성스러운 장소를 모독했다”고 비판했다.

반면 트럼프 후보는 같은 달 30일 유세에서 해리스 후보가 최근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김정은 같은 폭군, 독재자의 비위를 맞추지 않겠다”고 밝힌 것을 비판했다. 그는 핵무기를 보유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재집권 시 북-미 정상외교 재개 의지를 다시 한번 내비쳤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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