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美대선 목소리 커진 아시아계 미국인
아시아계 당원들 열정적 환호
일각선 혈통 부각에 경고 보내
韓도 다문화 사회 정치 대비를
약 한 달 만에 유력한 차기 미국 지도자로 부상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스스로의 인종을 정의하지 않는다.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시카고 민주당 전당대회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도 ‘자메이카 이민자 아버지, 인도 이민자 어머니의 딸’이라고만 스스로를 소개했다. 그러나 19∼22일 열린 전당대회에선 고무된 그룹이 눈에 보였다. 하나는 ‘흑인 여성’이고, 다른 하나는 ‘아시아계’다. 미국에 흑인 대통령은 있었지만 흑인 여성 대통령은 아직 없었다. 아시아계의 경우 대통령은커녕 고위직에도 거의 없다.
퓨리서치센터의 2023년 조사에 따르면 미국 인구 중 아시아계는 2400만명 이상이며 약 7%를 차지한다. 흑인 인구가 약 14%인 것을 생각하면 여전히 소수이지만 “미국 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인종 그룹”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숫자가 늘어나면 대표성도 늘어나고, 고위직이나 연방 선출직에 아시아계가 늘어나는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다만 이들은 미국에서 백인들이 하기 꺼려하는 직종에 종사하던 부모 세대를 회상하면서 새로운 세대의 성취에 들뜬 듯했다.
김 의원은 전당대회 연설 다음 날 아시아계 화상 간담회에서 일종의 경고의 목소리도 냈다. 그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정치적 목소리가 아시아계 미국인 공동체의 문제만이 돼서는 안 된다”며 “우리는 미국이 직면한 모든 문제에 대해 목소리가 있고, 또 내야 한다”고 말했다. 아시아계의 부상이 다인종?다문화 국가인 미국에서 혈통에 기반한 결속으로만 비치는 것으로는 안 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모든 미국인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는 해리스 부통령이 굳이 자신의 인종을 언급하지 않고, 29일 CNN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인종 공격’에 대한 질문에도 “오래된 각본(playbook)”이라며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자”고 짧게 답한 이유도 같을 것이다.
우리에겐 어떤 의미일까. 미국에서 아시아계 혹은 한국계의 부상은 분명히 한국에 소중한 공공외교 자산이다. 아시아계가 미국에서 목소리를 찾고 중요한 위치에 서는 것을 보는 것 역시 기쁜 일임에는 틀림없다. 다만 이들이 미국인이라는 점도 분명히 인식하고, 지나친 민족주의적 접근이나 혈통 중심적 사고를 하는 것 역시 좋지 않다고 본다.
하나 더 짚자면 이 역시 우리의 미래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1월 한국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외국인 인구가 4.89%로 다문화국가 기준(전체 인구의 5% 이상)으로 접근해 가는 과정이다. 과거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이 첫 이민자 비례대표 의원이 되어 의정활동을 했었지만 “눈치를 많이 봤다”는 언급을 한 적이 있다. 다문화 인구가 늘어날수록 이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선출직 탄생의 요구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한국 사회는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지 생각해 볼 문제다.
홍주형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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