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서 막힌 ‘X’
브라질에서 소셜미디어 X(엑스·옛 트위터) 접속이 차단됐다. ‘문제의 사용자 계정을 폐쇄하라’는 법원의 명령을 따르지 않자, 인구 5분의 1인 4000만명가량이 쓰는 브라질 내 최대 소셜미디어 앱 중 하나가 하룻밤 새 금지된 것이다.
AP통신에 따르면, 브라질 연방대법원은 지난달 30일 ‘X가 벌금 1850만달러(약 250억원)를 내지 않고, 브라질에 법률 대리인을 선임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X에 대해 서비스 중단을 명령했다. 이번 조치를 주도한 알레샨드리 지 모라이스 브라질 대법관은 “X는 반복적이고 의식적으로 브라질 사법 시스템을 무시했다”며 “브라질에서 무법천지 환경을 조성한 책임이 있다”고 결정 이유를 밝혔다.
브라질 대법원과 X의 갈등은 올 4월 본격 시작됐다. 당시 대법원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시절 가짜 뉴스와 증오 메시지를 유포한 혐의를 받는 이른바 ‘디지털 민병대’ 관련 계정을 차단할 것을 X에 요구했다. 오는 10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데, 디지털 민병대 계정이 유포하는 메시지가 정치적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X의 소유주인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이는 검열에 해당한다’며 불복하고, 지난 17일에는 현지 사업 철수를 발표했다. 그러자 브라질 대법원은 명령을 준수하지 않았다며 X 폐쇄 명령을 내렸다. X가 거액의 벌금을 내지 않는다며 머스크가 소유한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의 브라질 금융계좌까지 동결했다.
머스크 CEO는 즉각 반박했다. 그는 1일 자신의 X 계정에 “법관으로 가장한 최악의 범죄자”라고 비판했다. 또 “카멀라가 집권하면 미국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며, 브라질 사태를 자국 대통령 선거판에 끌어들였다.
브라질 내부도 혼란에 빠졌다. AP통신은 “브라질 이용자들과 정치권이 X 차단의 정당성을 놓고 갈라졌다”고 했다. 룰라 대통령은 “브라질에서는 누구든 브라질 헌법과 법률의 적용을 받는다”며 대법원의 결정을 옹호했다. 마우리시우 산토루 리우데자이루 주립대 정치학 교수는 “중국 같은 권위주의 국가에서나 벌어질 일이지, 브라질에서 소셜미디어가 금지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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