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데려오는 비… 이젠 선선한 밤

박상현 기자 2024. 9. 2.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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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지역 열대야 벗어나

한여름 기승을 부리던 ‘밤 더위’가 9월 들어 비로소 꺾이며 전국 대부분 지역이 열대야(熱帶夜·밤 최저기온 25도 이상)에서 벗어날 전망이다. 2일 비가 전국 곳곳을 적신 후 밤 공기가 서늘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1일 기상청에 따르면, 비구름대를 동반한 기압골의 영향으로 2일 전국 대부분 지역에 비가 예고됐다. 예상 강수량은 수도권 5~20㎜, 강원도 5~40㎜, 충청·전라권 5~10㎜, 경상권 5~20㎜, 제주도 5~30㎜ 등이다. 2일 아침 최저기온은 19~25도, 낮 최고기온은 26~33도로 예보됐다.

그래픽=김하경

2일 전국을 적시는 비를 계기로 밤 기온이 꺾이기 시작하며 여름에서 가을로 계절이 서서히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2일 서울의 밤 최저기온이 23도로 예보되는 등 밤사이 수은주가 25도 이하로 떨어지는 곳이 많아 열대야가 사실상 끝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여름 특징이던 ‘밤 더위’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올여름은 별다른 태풍의 북상 없이 한반도 대기 상·하층이 각각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 영향권에 오래 놓이면서 두 겹의 고기압 이불과 함께 고온다습한 남풍(南風)의 유입이 유난히 많았다. 남풍은 낮보다 밤에 유입량이 많기 때문에 열대야가 심했다. 밤 공기가 식지 않은 상태에서 해가 뜨면 기온이 가파르게 올라 폭염도 심했다. 열대야가 폭염의 기폭제가 된 것이다.

올해는 8월의 밤 더위가 역대 가장 심했던 해였다. 올 8월 전국 평균 열대야 일수는 11.3일로 한 달 중 3분의 1 가량을 열대야에 시달렸다. 올해 총 열대야 일수도 전국 평균 20.2일을 기록해 1994년(16.8일), 2018년(16.7일)을 넘어 최고 기록을 세웠다.

1일 경기도 남양주한강공원 삼패지구에 핀 황화코스모스 옆으로 자전거를 탄 시민이 지나고 있다. 2일에는 전국 곳곳에 비가 내리면서 밤 공기가 서늘해질 전망이다. /연합뉴스

‘역대급 열대야’가 찾아온 만큼 밤 기온이 가장 뜨거웠던 지역도 많았다. 8월 첫날(1일)부터 충남 홍성의 밤 수은주가 27.5도밖에 내려가지 않아 역대 최저기온 최고값을 경신한 것을 포함해 전국 66개 관측 지점 중 20곳에서 최저기온 최고값을 새로 썼다. 백령도는 지난달 4일과 12일 두 차례 밤 최저기온 최고치가 경신됐다.

올 8월은 ‘낮 더위’도 심했다. 8월 폭염(일 최고기온 33도 이상) 일수는 전국 평균 16일을 기록해 2016년(16.6일)에 이어 역대 둘째로 많았다. 올해 전체 폭염일수는 23.2일로 ‘최악의 여름’으로 꼽히는 2018년(31일), 1994년(29.6일)에 이어 셋째로 많았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며 강원 태백(28.5도), 전남 완도(31.4도) 등 전국 66개 관측 지점 가운데 13곳에서 8월 평균기온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무더위는 정점을 지나 이제 가을의 문턱까지 다가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31일 서울의 폭염특보가 한 달여 만에 해제됐다. 폭염특보는 일 최고 체감기온이 33도 이상으로 오를 경우 발령된다. 서울과 인천은 지난 7월 24일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후 지난 31일 오후 5시를 기해 38일 만에 특보가 풀렸다. 대전과 세종은 지난 7월 20일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뒤 42일 만에 해제됐다.

다만 아직까지 한반도에 강한 영향을 준 태풍이 북상하지 않는 등 우리나라 상공에 있는 두 고기압 세력이 빠르게 물러갈 요인이 없어 낮 동안은 기온이 폭염 수준인 최고 33도까지 오르는 날도 있을 전망이다. 그러나 구름이 많이 끼면서 강한 햇볕을 가려줘 한여름처럼 폭염 강도가 심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해가 떨어지면 기온도 빠르게 떨어질 수 있다. 기상청은 오는 11일까지 전국에 구름이 많거나 대체로 흐린 가운데 최저기온은 18~26도, 최고기온은 29~33도로 평년 수준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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