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경영권 프리미엄 '상속 재산'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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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기업의 최대주주들이 자녀에게 주식을 물려줄 때 지분 가치의 60%를 상속·증여세로 내야 하는 건 안 그래도 세계에서 가장 높은 50%의 최고세율에 20%의 할증이 붙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최대주주 상속세 할증 제도'는 1993년에 처음 도입됐는데, 나름 논리가 있다.
최대주주 상속 지분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야 한다는 생각에는 상속인이 상속받은 경영권을 곧 매각할 것이라는 가정이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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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기업의 최대주주들이 자녀에게 주식을 물려줄 때 지분 가치의 60%를 상속·증여세로 내야 하는 건 안 그래도 세계에서 가장 높은 50%의 최고세율에 20%의 할증이 붙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최대주주 상속세 할증 제도’는 1993년에 처음 도입됐는데, 나름 논리가 있다. 최대주주 지분에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있으니 일반주주 보유 지분에 비해 높은 가치를 적용해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얼핏 들으면 그럴듯하지만 논리적 허점이 한둘이 아니다.
한국에만 있는 상속세 할증
경영권 프리미엄이 최대주주의 재산이라는 인식부터 그렇다. 개념을 잘못 이해한 것으로, 그 자체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이다. 본래 경영권 프리미엄이란 인수자가 생각하는 피인수기업의 가치와 현재 기업 가치의 차이를 말한다. 예컨대 A사가 시가총액 1조원인 B사를 인수하면서 “우리가 경영하면 1조2000억원짜리 회사로 만들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치자. A사는 1조2000억원을 기꺼이 지급할 것이고, 현 시가총액과의 차이인 2000억원이 바로 경영권 프리미엄이다.
이 프리미엄을 최대주주만이 아니라 모든 주주가 나눠 갖도록 하자는 게 여야가 공히 추진 중인 의무공개매수제도다. 한국에서는 오래전부터 경영권 프리미엄이 최대주주의 재산이라는 잘못된 인식에 따라 기업 인수합병(M&A) 거래에서 최대주주 지분에만 프리미엄을 붙여왔고, 이런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정부·여당과 야당 모두 의무공개매수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그렇다면 똑같은 논리로 ‘최대주주 상속세 할증’도 폐지하는 게 맞다.
이뿐만 아니다. 최대주주 상속 지분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야 한다는 생각에는 상속인이 상속받은 경영권을 곧 매각할 것이라는 가정이 깔려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상속받은 대기업 경영권 지분을 매각하는 사례는 좀처럼 없다. 경영권을 매각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순간, 해당 지분은 할증이 아니라 할인 대상이 된다.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주식 일부를 할인된 가격에 파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다.
세제 합리성에 앞서는 진영 논리
수조원어치의 삼성전자 주식을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로 처분한 삼성가(家) 세 모녀가 대표적이다. 상속세는 할증된 가격으로 냈는데 상속받은 주식은 할인된 가격에 판 셈이다. 그런 측면에서 최대주주 상속세 할증은 ‘경제적 실질과 법적 실질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 경제적 실질에 따라 과세한다’는 실질과세의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굳이 할증 제도를 유지하려면 상속 시점이 아니라 상속 후 경영권을 매각해 차익을 실현한 시점에 과세하는 ‘자본이득과세’를 도입하는 게 논리적이다.
문제는 세제에 대한 논의가 논리적 정합성과 합리성보다 이념과 진영 논리에 따라 이뤄진다는 점이다. 야당 의원들은 내년도 세제 개편안에 포함된 상속세 최고세율 완화와 최대주주 할증 폐지에 대해 “부자감세에 더불어민주당이 동의해줄 이유가 없다”는 입장에서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있다. 기획재정부 세제실이 그런 야당 의원들을 찾아가 설명하고 설득했다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사이 최대주주들은 주가를 낮게 유지하기 위해, 중소·중견기업 오너들은 대기업이 되지 않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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