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깜깜이’ 교육감 선거, 후보 단일화가 유권자에 대한 예의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직위를 상실함에 따라 보궐선거가 다음 달 16일 치러진다. 선거가 불과 한 달 반 앞으로 다가와 새로운 정책을 내놓고 알리기에 빠듯한 시간이다. 이에 따라 이번에도 역대 선거처럼 진영별 후보 단일화 여부가 선거 승패를 가를 것이 분명하다.
서울시교육감은 90만명에 달하는 서울 지역 유·초·중·고교생의 교육정책을 책임지는 막중한 자리다. 그런데도 교육감 선거는 후보가 누군지도 모르고 투표장에 가는 경우가 허다한 대표적인 ‘깜깜이 선거’다. 정당명(名), 기호도 없이 치른다. 이런 조건에서 단일화에 실패한 진영은 표 분산으로 선거를 해보나 마나였다. 지난 2022년 선거에서 보수 성향 후보자 3명이 단일화에 실패하면서 조희연 교육감에게 자리를 헌납했다. 당시 보수 후보자 3명의 표를 합치면 득표율 50% 이상으로 조 교육감(38.1%)을 이길 수 있었다. 보수 후보들은 단일화하지 않으면 자멸한다는 점을 뻔히 알면서도 선거비용을 보전받으려고 끝까지 버티는 추태까지 벌였다. 2014년, 2018년 선거에서도 보수 후보들이 각각 3명, 2명씩 출마해 진보 단일 후보였던 조 교육감에게 잇따라 패했다.
이번 서울시교육감 보선은 야당이 압도적인 과반을 차지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치르는 선거라 사실 보수 진영이 단일화해도 힘든 선거라는 것이 상식이다. 더구나 이번 보선은 투표일이 평일이라 투표율마저 낮을 것이 분명하다. 단일화하지 못하면 선거를 치러볼 필요도 없이 필패가 분명한 선거인 것이다. 한 진영에서 여러 후보가 나오는 바람에 다수가 원치 않는 후보에게 거저 당선을 헌납하는 것은 유권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후보 난립은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떠나 시민들의 민의를 왜곡한다는 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그나마 진영별 단일화는 ‘깜깜이 선거판’에서 유권자들이 보다 나은 후보를 선택하도록 도와주는 방법일 수 있다. 진보 진영은 조 전 교육감이 직을 상실한 지 하루 만인 지난달 30일 회의를 열고 단일화추진단을 꾸렸다. 보수 진영도 2일 기자회견을 열어 단일화 추진을 선언하기로 했지만, 그간 사례에 비추어 이번에는 탈 없이 결론이 날 수 있을지 벌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22년 선거에서 단일화 실패에 책임이 있는 조전혁·박선영 후보가 다시 나오겠다고 하는 것도 이런 우려를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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