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캠프데이비드 정상회담, 일회성에 그치지 않으려면
美日 리더십, 모두 흔들렸기 때문
원래 세 사람 중 윤 대통령만 남아… 하지만 일회성으로 끝나면 안 돼
새 미국 대통령·일본 총리가 3국 협력 체계 이어가길
지난주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브리핑·기자회견에선 국민연금개혁이나 의대 정원만큼이나 중요한 질의응답이 하나 있었다. 미국과 일본의 정상교체로 한·미·일 협력 구도, 캠프데이비드 협력체계가 바뀔 가능성을 묻자 윤 대통령은 “지속 가능성 효력이 그대로 인정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윤 대통령은 “캠프데이비드 협력체계라는 것은 인도‧태평양 지역, 글로벌 경제안보에 매우 중요하다”면서 “한·미·일 3국에도 매우 이익이 되는,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지도자 변경이 있다고 해서 바뀔 것은 아니다”라고 힘줘 말했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도 작년 8월 18일 한·미·일 정상회의 직후 “오늘 우리는 첫 3국 단독 회의를 열었을 뿐만 아니라 연례 정상회담에 합의해서 역사를 만들었다”면서 “우리는 올해만이 아니라 내년만도 아니라 영원히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그 회의는 열리지 않았다. 1주년이 된 날 대통령실 홈페이지에 한글본으로는 836자 분량, 3문단짜리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 1주년 한·미·일 정상 공동성명’이 올라왔을 뿐이다.
필자는 캠프데이비드 정상회의 직후 이 지면에 “지속가능한 ‘캠프 데이비드’를 위하여”라는 칼럼을 실었다. “내년엔 이 회의가 문제없이 열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듬해인 2025년에도 열릴까? 모를 일이다”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4년 11월 미 대선에서 이기면 캠프데이비드 체계가 무너질 것이고 2027년 한국 대선에서 정권이 교체된다고 해도 ‘전방위적 청산 작업’이 진행될 거라 전망했다.
근데 그 전망도 틀렸다. 올해도 못 열렸다. 바이든 대통령이나 기시다 일본 총리가 입장을 바꾼 것도 아니고 세 나라 사이에 균열이 일어난 것도 아니다. 이유는 단 하나다. 미국과 일본의 리더십이 흔들려서다. 바이든은 노쇠한 모습을 연달아 노출해 지지율이 하락하자 결국 지난 7월에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기시다는 비자금 스캔들 등으로 낮은 지지율에 허덕이고 보궐선거에서 연패하자 8월에 자민당 총재 경선 불출마, 즉 총리직 사퇴를 선언했다.
바이든과 기시다 두 사람이 모두 정치적으로 멀쩡했다면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직전에 한·미·일 정상회의가 캠프데이비드나 미국 내 다른 상징적 장소에서 열렸을 거다. 미국에서 한·미·일 협력 강화에 대한 평가는 매우 좋다. 바이든과 트럼프는 “내가 한국 기업의 투자를 더 많이 유치했다”고 다투는 판이다. 기시다는 자민당 총재 불출마 기자회견에서조차 한·일 관계 개선을 치적으로 내세웠다.
일단 “올해만이 아니라 내년만도 아니라 영원히 하겠다는 것”이라는 1년 전 바이든의 호언은 현재까진 허언이다. “한·미·일 3국에도 매우 이익이 되는,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지도자 변경이 있다고 해서 바뀔 것은 아니다”는 윤 대통령의 지난주 호언은 어떨까? 모를 일이다. 민주당 해리스 후보가 당선되면 캠프데이비드 협력체계의 틀은 당장 달라지지 않을 수 있다. 누가 될지 모르지만 자민당 출신 일본 새 총리도 딴소리를 하진 않을거다. 다만 포장지나 형식은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만약 공화당 트럼프 후보가 당선된다면? 물론 트럼프 역시 대중 견제를 위해선 인도·태평양 전략, 한·미·일 협력체계를 밀고 갈 것이라는 전망이 많긴 하다. 하지만 트럼프는 바로 엊그제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 존스타운 유세에서 “김정은의 핵 역량은 매우 실질적이다. 그와 잘 지내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라 현명하고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 직후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국내 방송에 출연해 “트럼프 1기 때도 한·미·일 정상회의를 했고 한·미·일 안보협력을 중시한다는 기조로 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내 회담 개최 가능성을 열어뒀다. 조 장관 말이 맞다. 트럼프가 선거용으로 바이든과 각을 세우고 있을 뿐이지 집권하면 달라질지도 모른다.
한·미·일 협력 강화와 북한에 대한 단호하고 원칙적인 대응은 여러 국정 분야 중에서도 윤 대통령과 이 정부가 뿌듯하게 생각하는 분야다. 다른 영역에 비해선 국민과 전문가의 평가도 낫다. 과거사와 전통적 갈등 사안에 대한 ‘윤석열식 정면돌파’를 통한 한일 관계 개선은 그에 비해 지지가 떨어지고 논란이 적지 않지만 윤 대통령 본인의 의지와 자부심은 상당하다.
이 모두는 대선 승리 이후 윤 대통령이 전 정부의 방향성을 뒤집어서 추진한 것들이다. 그래서 3년 후에는 거꾸로 A.B.Y(Anything But Youn, 윤석열이 한 것과는 다 반대로)라는 말이 유행할 수도 있다. 옳은 것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것이 옳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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