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1460] 나의 생선탕 순례

조용헌 2024. 9. 1.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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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복.방’이다. 민어, 복어, 방어가 내가 좋아하는 3대 생선탕이다. 매년 여름 무더위의 짜증을 그나마 보상해 주는 것이 민어탕이다. 복어,방어는 눈 내리는 겨울이지만 민어는 여름의 보양식이다. ‘상놈은 보신탕이지만 양반은 민어탕 먹는다’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이다.

민어는 생선 뼈까지 고아 먹을 수 있다. 뼈까지 고아 먹을 수 있는 생선이 몇 종류 안 되는데 민어가 그 대표적인 어종이다. 그래서 민어탕을 ‘어(魚)곰탕’으로도 부른다. 한국 사람은 뼈를 고아 먹는 데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 소 앞다리를 고아서 먹거나 콜라겐이 풍부한 도가니탕이 육류 가운데 우려 먹는 대표적인 탕(湯)이라면 생선은 민어탕이 아닌가 싶다.

탕도 지역에 따라 취향이 다르다. 동쪽은 생선탕을 먹을 때에도 양념을 별로 하지 않고 우린 ‘지리’를 좋아하고 서쪽 출신들은 고춧가루와 대파, 무가 들어간 매운탕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을지로나 무교동 식당에서 생선 매운탕을 시키는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해 보면 십중팔구 충청도나 전라도 사람들이다.

부산이나 대구는 거의 지리를 시킨다. 서해안은 펄 밭이 있고, 이 펄 냄새가 서해안 생선에서 약간 난다는 게 동해안 생선에 익숙한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이다. 펄 냄새 없애려고 고춧가루가 들어간 매운탕을 선호하게 되었을까? 생선 매운탕의 고춧가루는 ‘K푸드’의 핵심 소스이다.

유럽을 다녀보니까 한국의 민어탕에 대적할 만한 생선 요리는 부야베스(bouillabaisse)였다. 항구도시 마르세유의 전통 요리이다. 작고한 롯데 신격호 회장이 부야베스 예찬론자였다고 들었다. 내가 아는 어느 기업 오너도 “조 선생이 부야베스를 먹어보고 생선탕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충고한 적이 있다.

마르세유 항구에 정박해 있는 수백 척의 가지각색 요트를 보는 것도 구경거리였지만 나는 마늘, 양파, 토마토, 셀러리 등을 넣고 끓인 부야베스를 먹어야 한다는 한 생각에 사로잡혔다. 부둣가 중간 수준 정도의 식당에서 먹은 1인분은 11만원 정도. 같이 갔던 프랑스 요리 세프인 박 세프에게 물어보니 생선은 다양하다. 아구, 붕장어, 쏨뱅이, 달고기 등도 들어간다. 향신료는 사프란이 핵심이라고 한다. 처음에 수프가 나왔는데 생선 뼈 등을 우려서 만든 거라고 한다. 색깔은 카레 비슷했지만 맛은 좀 비리다는 느낌이 들었다.

생선 비린내 잡아주는 데는 사프란보다 고춧가루가 한국인 입맛에 훨씬 맞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부야베스는 생선 잡어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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