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 죄송합니다” 이우성 축 처진 어깨, 이범호가 보듬어줬더니… 매직넘버 2개 사라졌다

김태우 기자 2024. 9. 1.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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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대구 삼성전 9회 2사 1루에서 결승 적시타를 치고 환호하는 이우성 ⓒ연합뉴스
▲ 감독에게 직접 "죄송하다"고 말한 이우성을 이범호 감독은 굳게 믿었고, 그 믿음은 매직넘버 2개를 삭제하는 결정적인 안타로 돌아왔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대구, 김태우 기자] 8월 31일 대구 삼성전을 앞두고 이우성(30·KIA)은 말없이 방망이를 돌리고 있었다. 얼굴에 웃음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최근 훈련 장면들이 다 저랬다. 이범호 KIA 감독은 “하나 쳐야지 (표정이) 좋아진다”고 안쓰럽게 바라봤다.

지난해 타격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여준 이우성은 올해 팀의 주전 1루수로 낙점돼 큰 기대를 모았다. 외야보다 1루를 볼 선수가 부족했던 KIA는 이우성의 내·외야 겸업이라는 묘수를 생각했고, 이우성도 이에 욕심을 내면서 플랜이 만들어졌다. 올 시즌에도 타격에서는 비교적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3~4월 31경기에서 타율 0.331, 5월 22경기에서 타율 0.311, 6월 22경기에서 타율 0.302를 기록했다. 1루 수비에서의 자잘한 미스는 세금으로 여길 수 있었다.

그러나 6월 말 부상으로 한 차례 2군에 다녀온 뒤 그 흐름이 뚝 끊겼다. 햄스트링을 다쳤고, 예상보다 오래 1군에서 빠져 있어야 했다. 한 달 이상 자리를 비웠다. 복귀 후 타격도 저조했다. 8월 7일 1군 엔트리에 돌아온 이우성은 8월 19경기에서 타율 0.246에 머물렀다. 타율이 저조해짐은 물론 장타도 급격하게 사라졌다. 팀 공격의 흐름을 끊는 일이 많았다. 훈련 때 표정이 좋다고 하면 그건 또 거짓말이었다. 가뜩이나 매사에 진중한 성격은, 오히려 이런 슬럼프에서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을지도 몰랐다.

이 감독은 “타자들은 본인 컨디션이 좀 안 좋다라고 느끼고 있을 때는 누구나 다 표정이 좋을 리가 없다”면서 “아까도 지나가면서 ‘감독님 요즘 계속 못 쳐서 죄송합니다’ 이러더라. 못 쳐서 본인들이 팀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은 본인들이 제일 잘 안다”고 안쓰러워했다.

계속해서 좋지 않았던 감이 한 번에 나아질 리는 없었다. 이우성은 31일 대구 삼성전에 선발 출전했으나 3타수 무안타 1볼넷에 머물렀다. 여기에 2회에는 포구 실책이 끝내 6실점의 빌미로 이어지면서 고개를 숙였다. 공을 잡으려는 데 부러진 배트가 날아오는 것을 봤고, 본능적으로 이를 피하려다 공을 놓쳤다. 이해는 할 만했지만 후속으로 따른 결과가 너무 좋지 않았다. 가뜩이나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있는데, 이 실책 하나는 이우성을 두고두고 괴롭힐 것 같았다.

그러나 이 감독은 그런 이우성의 어깨를 보듬어줬다. 최근 타격 성적과 전날 실책 상황을 보면 라인업에서 한 번쯤 제외할 법도 했다. 1루를 볼 선수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이 감독은 1일 대구 삼성전 라인업에 또 이우성의 이름을 적어 넣었다. 선발 7번 1루수였다. 믿음이었다. 어차피 해줘야 할 선수고, 큰 무대에서 활용해야 할 선수다. 지금은 진득하게 믿고 기다리며 컨디션이 올라오길 기다려야 했다.

그런 이우성은 경기 전 방망이를 고쳐 잡고 열심히 훈련에 임했고, 그 결과는 1일 결정적인 활약으로 이어졌다. 이우성은 이날 3타수 2안타 1볼넷 2타점으로 기분 전환을 했다. 그리고 그 안타 중 하나는 팀의 승리를 이끄는 적시타이기도 했다.

▲ 부상 복귀 후 부진했던 이우성은 1일 활약으로 분위기 전환의 계기를 만들었다 ⓒ연합뉴스

첫 타석부터 볼넷을 고르며 침착하게 타석에 임한 이우성은 4회 큼지막한 희생플라이를 치며 감을 살려 나갔다. 7회 잘 맞은 좌전 안타로 기를 살린 이우성은 9회 결정적인 순간 장타를 치며 이범호 감독의 믿음에 부응했다. 5-5로 맞선 9회 KIA는 2사 후 김선빈이 안타를 치고 나갔다. 주자가 있기는 했지만 2사 후라는 점과, 그 다음이 8~9번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득점을 확신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이우성이 장타 한 방으로 모든 고민을 깨끗하게 해결했다. 이우성은 임창민의 3구째 패스트볼이 한가운데 몰리자 망설임 없이 이를 타격해 좌측 펜스를 맞고 나오는 2루타를 기록했다. 2사 후라 자동 스타트를 끊은 김선빈이 부지런히 베이스를 돌아 홈까지 들어왔다. 2루에 들어가는 순간, 이우성은 그간 볼 수 없었던 포효로 마음고생을 털어냈다. 팀에나 선수에게나 모두 극적인 승부였다.

이우성은 홈런 타자는 아니지만 정교한 타격을 갖춘 중거리형 타자다. 그래서 경기 상황마자 쓰임새가 많다. 올해 3·5·6·7번 타순에서 모두 뛴 적이 있다. 우완에게도 약하지 않다. 1루와 외야도 모두 소화할 수 있다. KIA가 큰 목표를 이루기 위해 반드시 일조해야 하는 선수이기도 하다. 이범호 감독의 믿음 속에 반등한 이우성의 한 방은, 결과적으로 정규시즌 우승 매직넘버를 한꺼번에 두 개 삭제하는 커다란 성과로 다가왔다. 심리적인 부분도 한 차례 환기한 만큼 다음 주부터는 더 좋은 공헌도 또한 기대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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