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 잘린 23세 미국인 인질, 이스라엘군 도착 직전 살해당했다
이스라엘 향한 휴전 요구 거세질 듯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억류하고 있던 인질 6명의 시신을 수습했다.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에 의해 납치된 이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 11개월을 버티고도 끝내 주검으로 발견됐다.
이스라엘군은 1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서 발견해 수습한 6구의 시신 신원을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에 납치된 인질들로 확인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A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서 인질 6명의 시신을 수습했다고 발표하면서 이들 6명 모두 이스라엘군에 구출되기 직전에 살해됐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31일 가자지구에서 작전 중 다수 시신을 발견했다고 밝혔으나 “이중 인질 시신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한 바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 인질의 시신은 가자지구 남부 도시 라파에 있는 한 땅굴에서 발견됐다. 시신 발견 장소는 지난달 27일 가자지구 땅굴에서 이스라엘군에 구출된 또 다른 인질 카이드 파르한 알카디가 발견됐던 지점에서 불과 1㎞가량 떨어진 곳이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수석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예비 정보에 따르면 그들은 우리가 그들에게 도착하기 직전 하마스 테러리스트들에게 잔인하게 살해됐다”고 밝혔다.
주검으로 돌아온 인질의 신원은 미국인 허쉬 골드버그-폴린(23)과 카멜 가트(40), 에덴 예루살미(24), 알렉산더 로바노프(33), 알모그 사루시(27), 오리 다니노(25)로 확인됐다.
시신은 모두 이스라엘로 옮겨졌다.
이스라엘군의 발표에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오늘(지난달 31일) 일찍 라파 시티 아래 터널에서 이스라엘군이 하마스가 인질로 붙잡고 있던 6명의 시신을 찾았다”면서 “우리는 지금 그 인질 중 한명이 미국 시민 허쉬 골드버그-폴린이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엄청난 충격을 받았고 분노한다”면서 “분명히 말한다. 하마스 지도부는 이들 범죄에 대한 대가를 치를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23세인 골드버그-폴린은 이스라엘계 미국인으로 작년 10월 7일 이스라엘 남부의 음악축제장에서 하마스 무장대원들에게 잡혀 가자지구로 끌려갔다. 그는 지난 4월 왼쪽 손목 위쪽이 절단된 상태로 인질 영상에 등장해 인질들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달라고 이스라엘 정부에 요청한 적이 있다.
이 영상은 당시 이스라엘에서 다시금 인질 석방 촉구 시위가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 그의 부모는 인질의 조속한 석방을 촉구하며 바이든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대선 후보로 선출한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와 유엔에서 연설하는 등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결국 아들을 잃었다.
가자지구에서 인질 시신이 6구가 한꺼번에 발견됨에 따라 이스라엘 정부에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을 타결하라는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인질 가족들은 1일 휴전과 인질 석방 이행을 압박하기 위한 대규모 시위를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지연과 방해행위, 변명이 없었다면 오늘 아침 우리가 사망 소식을 들은 이들은 아직 살아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제 우리의 인질들을 집으로 데려올 때”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미국, 이집트, 카타르의 중재로 휴전·인질 협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하마스 척결’을 고수하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하고 있어 난항을 겪고 있다.
하마스는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해 약 1200명을 살해하고 250여 명을 인질로 잡아갔다. 붙잡혀간 인질 중 100명 이상은 지난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임시 휴전으로 풀려났고, 8명은 이스라엘군에 의해 구조됐다.
앞서 CNN은 이스라엘 인질·실종자가족포럼을 인용해 가자지구에 남은 인질은 생존자와 사망자를 포함해 107명이라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 아직 108명의 인질이 있으며 이들 가운데 3분의 1가량은 사망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오남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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