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세종시 고혈압‧당뇨병 본인부담금 지원제도 ‘중단’…연말까지 개인이 모두 부담해야 돼
더욱이 세종시보건소는 이와 같은 사실을 이미 상반기에 예측했음에도 이에 대한 해당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하지 않았는가 하면 2차에 걸친 추가경정예산을 일체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태만한 근무태도를 드러냈다.
고혈압·당뇨병 등록관리사업은?
질병관리청의 ‘고혈압‧당뇨병 관리 전략’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단일 질환 진료비 중 코로나19를 제외하면 고혈압이 1위, 당뇨병이 2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기대 수명이 지난 2011년 80.6세였으나 2021년에는 83.6세로 증가하고 있고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도 지난 2023년 18.4%에서 오는 2025년 20.6%, 2050년에는 40%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65세 이상 인구의 진료비도 지난 2018년 31조 8000억 원에서 2020년 37조 6000억 원, 2022년 45조 8000억 원으로 급증하면서 질환 부담에 따른 사회적 경제적 부담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만성 질환자는 일반인에 비해 코로나 19 감염 시 사망 위험도가 최소 1.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나 향후 감염병 유행 대비를 위해서도 만성질환에 대한 예방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속적으로 치료율을 높이고 건강 행태를 개선 시켜 중증 질환 발병 시기를 지연 시킴으로써 건강 수명을 보장하고 삶의 질을 높이며 사회‧경제적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고혈압‧당뇨병 등록관리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세종시도 지난 2002년 8월부터 고혈압‧당뇨병 등록관리사업을 시행했다.
이 사업은 65세 이상 고혈압 또는 당뇨병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병의원 진료비는 월 1500원, 약제비는 월 2000원을 지원해주도록 했으며, 30세 이상 안질환 또는 만성 콩팥병 등 중증 합병증 환자에게도 연간 1만 원의 검사 비용을 지원해주도록 하는 등 환자들의 부담을 줄여줘 주민들로부터 호평을 받아왔다.
관행화된 태만한 사업 운영…질병관리청 지침 개정에 결국 중단
세종시보건소는 고령화로 인해 해마다 65세 이상 인구가 늘어나고 해당 사업대상자도 늘어나면서 예산 부족 현상이 나타나자 병의원과 약국에 지급해야 하는 지원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고 다음 회계연도에 지급해오는 등 편법적인 예산 운영을 해온 것으로 <프레시안> 취재 결과 드러났다.
실제로 지난 2021년 세종시의 65세 이상 인구는 3만 7463명이었으나 2022년에는 4만 219명으로 7.4% 증가했으며, 2023년에도 4만 2560명으로 2022년에 비해 5.8%, 2024년 7월 말 현재 4만 4106명으로 2023년에 비해 3.6% 늘어나는 등 지속적인 증가세를 나타냈다.
또한 세종시보건소는 지난 2021년 국비와 시비 각 50% 씩 총 3억 8647만 4000원의 예산을 세웠으나 당해 연도에 1975건의 지급 사유로 예산을 전액 소진하고 지역 내 병의원과 약국에 4개월분인 1억 1706만 660원을 지급하지 못했다가 다음 해인 2022년에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2022년에도 4억 4805만 2000원의 예산 중 전년도 미지급금 1억 1706만 660원을 지출하고 남은 3억 3099만 1340원으로 사업을 시행했으나 총 지급 건수 2205건 중 2021년과 마찬가지로 4개월분인 1억 698만 9480원을 지급하지 못하고 다음 해로 넘겼다.
2023년의 경우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아 3억 7616만 원 중 전년도 미지급금을 제외한 나머지 예산으로 1902건의 사업을 시행했으나 예산 부족으로 2개월 분인 5831만 2600원을 병의원과 약국에 지급하지 못했으며 이를 다음 해인 2024년에야 지급했다.
올해에도 3억 70144만 원의 예산을 세우고 전년도 미지급금을 지급한 나머지 예산으로 사업을 진행하면서 예산이 부족한 경우 예년과 마찬가지로 차기 년도에 지급할 예정이었으나 질병관리청이 올해 2월 사업지침을 개정하면서 당해 예산을 모두 소진하는 경우 미지급금을 익년도로 이월시키지 못하도록 하자 지난해 미지급금된 지원금을 모두 지급하고 나머지 예산 만으로 사업을 운영하다가 예산이 소진되자 9월1일부터 사업을 중단하게 됐다.
대비할 수 없었나?…집행부‧의회 모두 ‘나 몰라라’
질병관리청이 올해 2월22일 발표한 ‘2024년 고혈압·당뇨병 등록관리사업 표준실무지침’에 따르면 ‘교부 받은 예산은 당해 연도 예산 범위 내로 집행해야 하며, 예산 소진 시 한시적으로 지급을 중단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으며 ‘미지급금 발생 지속 시 2025년 지원 연령을 상향 조정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 근거로 국가재정법 제3조(회계연도 독립의 원칙)을 추가 시키기도 했다.
이는 그동안 이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일선 시‧군‧구에서 예산이 부족한 경우 일선 병의원이나 약국에 지급해야 하는 사업비를 지급하지 않고 차기 연도 예산을 확보한 후 지급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질병관리청이 지난 2월22일 사업지침 개정을 통해 당해 연도 예산이 소진되는 경우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알렸음에도 세종시보건소는 지난 5월의 1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은 물론 9월의 2차 추경 예산안 편성에도 일체의 추경예산안을 올리지 않는 등 관련 예산 확보를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나태한 공직사회의 단면을 드러냈다.
또한 의료단체와 약국단체의 의견을 듣고 이해를 구했다고는 하나 정작 사업 중단으로 혜택을 보지 못하게 된 65세 이상 노인들이나 노인회 등의 의견은 아예 묻지도 않았고 양해를 구하지도 않은 것으로 파악돼 허술한 의견 청취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의회도 의원들의 나눠 먹기식 예산 편성에만 집중하고 시민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업의 진행 상황에는 제대로 관심을 두지 않음으로써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이렇게 공무원들과 시의회 차원의 무관심 속에 이렇다 할 대책은 세워지지 않았으며 예산이 소진되자 결국 9월1일부터 일체의 지원을 하지 못하게 됐다.
세종시보건소 관계자는 “국비와 시비가 5대5로 예산을 편성하도록 돼 있지만 부족한 경우 다른 형태로 시비를 확보해 사업이 중단되지 않도록 했어야 하는데 노력이 부족했다”며 “내년부터는 사업이 중단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규철 기자(pressianjungbu@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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