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창극… 세계인 마음 울릴 우리 이야기 ‘심청’
공공극장·대표적 축제
첫 ‘컬래버 작업’ 의미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
에든버러 축제서 히트
10월 ‘리어’ 英 무대 올려
이번엔 우리 작품 승부
獨 오페라 창작진 참여
국악·서양 관현악 조합
기존 형식 깬 작품 선봬
2025년 소리축제서 초연
2026년 獨 등 해외 진출
창극 세계화 디딤돌 마련
국립극장과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손잡고 창극 세계화의 디딤돌이 될 신작 ‘심청’을 내놓는다. 공공극장과 우리 전통예술 기반의 대표적 축제가 공동제작에 나서는 건 처음으로 창극 역사상 최대 제작비가 투입된다. 세계적 수준의 독일 오페라 창작진이 참여하고 국악·서양 관현악이 어우러지는 등 기존 창극과 색다르게 만들어진다. 내년 여름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 초연한 후 국립극장을 거쳐 2026년 유럽 무대에 선보일 예정이다.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에서 현대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딴 요나 김은 2005년 독일 부퍼탈 시립극장에서 오페라 ‘자이데’로 연출 데뷔했다. 2017년 오페라 전문지 오펀벨트의 ‘올해의 연출가’로 선정되기도 한 그는 2022년 만하임 극장 주역 가수와 오케스트라, 합창단 등을 이끌고 내한해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바그너의 대작 ‘니벨룽의 반지’ 4부작(링사이클)을 선보여 바그네리안(바그너 음악 애호가) 등 국내 관객을 사로잡았다. 10월에도 국립오페라단이 제작하는 바그너 오페라 ‘탄호이저’를 연출한다. 요나 김은 실력파 소리꾼에게 요청해 판소리 ‘심청가’ 완창도 직접 들어볼 만큼 ‘심청’ 연출 구상과 대본 각색에 상당한 공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창은 한승석 중앙대 전통예술학부 교수에게 맡기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왕준 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장은 통화에서 “판소리를 재료로 기존 창극의 틀을 뛰어넘는 혁신적인 작품이 나올 것”이라며 “판소리 ‘심청가’ 이야기는 보편성이 있는 만큼 해외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전쟁과 가난 등 위기가 닥치면 여성과 아이들이 가장 취약한데 여성과 아이로 상징되는 게 딸”이라며 “(심청이처럼) 딸을 희생시켜 위기를 벗어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심청’은 동시대적으로 의미를 갖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청’은 국립극장이 단계적으로 추진 중인 창극 세계화 전략과도 맞물려 있다. 국립극장 전속 단체인 국립창극단은 2016년 초연한 ‘트로이의 여인들’을 앞세워 꾸준히 해외 문을 두드리다 지난해 8월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에서 홈런을 쳤다. 서양인에게 익숙한 고대 그리스 비극을 창극으로 풀어낸 작품에 현지 평단과 관객의 극찬이 쏟아졌다. 이에 힘입어 셰익스피어의 비극 ‘리어왕’을 창극화해 2022년 초연한 ‘리어’를 10월 영국 런던 바비칸센터 무대에 선보인다.
이동현 국립극장 공연기획팀장은 “그동안 해외 진출 창극은 현지 관객들이 이해하기 편한 해외 유명 원작 기반의 작품이었다”며 “‘트로이의 여인들’과 ‘리어’를 통해 창극 경쟁력을 확인한 만큼 우리 이야기인 ‘심청’을 가지고 나가려 한다. 최종 목표는 온전히 국내 창작진이 우리 이야기로 만든 작품을 들고 진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심청’은 먼저 내년 8월 제24회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 첫선을 보인 후 9월 국립극장에서도 관객과 만난다. 이어 미흡한 부분을 보완한 뒤 이듬해 독일을 시작으로 유럽 등 해외에 진출한다. 독일은 요나 김 등 해외 창작진의 주무대인 데다 1972년 뮌헨올림픽 당시 공연된 작곡가 윤이상(1917~1995)의 오페라 ‘심청’이 알려진 곳이라 창극 ‘심청’ 첫 상륙지로 낙점됐다.
이 팀장은 “‘심청’은 전주세계소리축제를 통한 홍보 효과와 (제작극장으로서) 국립극장의 역량 등 양측 장점을 살리고 우리 이야기로 만든 해외 진출 작품이라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크다”며 “창극 세계화의 새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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