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이트] 티몬·위메프 사태 - '이커머스'에 드리우는 검은 그림자
■ 밤샘 환불 대란
7월 24일 밤.
서울 강남에 있는 온라인 쇼핑몰 위메프의 본사로 수백 명의 인파가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위메프 환불 지연 피해자] "그냥 솔직하게 얘기해주세요. (환불)돼요, 안 돼요?"
날이 밝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위메프 환불 지연 피해자] "저 지금 새벽에 제주도에서 왔어요. 여기 있는 사람들이라도 (환불)해 주세요."
그 다음날엔 티몬 본사로도 수천 명의 고객들이 밀려들었습니다.
티몬은 아예 건물을 폐쇄했습니다.
[티몬 환불 지연 피해자] "먼저 온 사람들 줬으니까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 아니 뭐 장난해요? <우리 다 기다리는 사람 뭐야 그럼!>"
이들은 모두 환불을 요구하는 고객들이었습니다.
티몬과 위메프는 현장에서 환불을 약속했습니다.
[류화현/위메프 대표] "지금과 같은 피해를 끼쳐드려 죄송하고요. 확인되면 환불 진행하고 이렇게 가실 수 있게 하겠습니다."
하지만 지키기 힘든 약속이었습니다.
[김현정/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회 정무위, 7월 30일)] "판매대금 있지 않습니까, 크게는 1조 원까지 해당된다고 하는데 그것 받은 것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구영배/큐텐그룹 대표 (국회 정무위, 7월 30일)] "<어디에 있어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알기로는 지금 현재 회사에 자본이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못 받은 돈 1조 3천억 원
◀ 이휘준 ▶
안녕하십니까, 이휘준입니다.
오늘 스트레이트는 티몬 위메프 사태와 전자상거래 업계의 구조적 문제를 집중 취재했습니다.
김아영 기자 나와있습니다.
먼저 티몬 위메프 사태부터 살펴보겠습니다.
특히 이 플랫폼에 입점한 중소규모 판매자들의 피해가 큰 것 같은데요.
◀ 김아영 ▶
네, 판매 업체들 중에는 수십억 원어치의 물건을 팔고도 대금을 못 받은 곳이 적지 않았습니다.
이번 사태가 자금 사정이 열악한 소상공인들의 줄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 VCR ▶
몇 개월 전부터 여름 휴가 때 부모님을 모시고 가는 해외 여행을 계획했던 박 모 씨.
지난 3월 티몬에서 저렴하게 나온 패키지 여행 상품을 발견하고, 630만 원을 들여 선뜻 구매했습니다.
[티몬 여행상품 구매 피해자] "제가 사실은 티몬 투어 통해서 하나 투어를 결제했던 건데 동일하게 하나 투어에 그 '사이판 PIC'를 여쭤보니까 인당 한 20만 원에서 한 30만 원이 비싸게 판매를 하셔서 제가 그러면 티몬에서 하겠다 해서 티몬을 통해서 (결제)했었죠."
그런데 출발을 불과 열흘 앞둔 지난달 말, 여행사에서 황당한 연락이 왔습니다.
티몬에서 여행사로 입금이 안 됐다며, 다시 결제를 하라는 거였습니다.
[티몬 여행상품 구매 피해자] "'정말 죄송하게도 저희 쪽이 티몬으로부터 받은 금액이 없습니다' '그래서 소비자가 (티몬에) 환불을 신청을 하시고 저희 하나투어에는 재결제를 해주셔야 돼요. 대신 동일한 금액으로 해드릴게요'라고 하시더라고요."
다음날 새벽, 티몬 본사로 달려가 꼬박 하루를 기다렸지만, 끝내 환불을 받지 못해 결국 여행을 포기했습니다.
[티몬 여행상품 구매 피해자] "제가 새벽에 한 6시에서 7시 사이에 티몬 본사에 갔더니 이미 1천 명 넘게 사람들이 있었고. 엄마들이 가족들이랑 이런 추억 쌓으려고 다 이렇게 돈 모아가지고 결제한 사람들인데 일반 소비자들, 일반 소비자들인데 피해를 다 입은 거죠. 그래서 다 울고 난리였어요. 그 새벽에."
7월 초, 티몬과 위메프가 판매자들에게 대금을 제때 정산하지 않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유동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했습니다.
급기야 23일엔 티몬 본사의 문이 닫혀있다는 소식이 인터넷을 통해 퍼졌고 다음날엔 티몬에서 상품을 구입하려 해도 결제가 막히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불안해진 구매자들은 티몬과 위메프의 본사를 찾아왔습니다.
[위메프 환불 지연 피해자] "환불된 분이 아무도 안 계신데 어떻게 환불이 진행되고 있다고 믿을 수 있는 거죠?"
피해자 중에는 티몬과 위메프에서 판매한 온라인 문화상품권 구매자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온라인 상품권 구매 피해자] "사용할 수 있는 제휴처가 다 사라졌어요. 보면 제휴 상품 몰에 있는, 이렇게 보면 예전에 이게 거의 꽉 찼었거든요. 하나도 없고요. 그리고 온라인 쇼핑으로, 온라인 사용처에 있는 11번가라든가 GS샵이라든가 네이버 페이로 교환을 한다든가 이런 게 지금 전혀 아무 데도 쓸 수가 없는 그런 상황이에요."
이른바 '티메프' 사태가 터지면서 상품권 사용 가맹점들이 일제히 사용 중단을 선언해, 하루아침에 상품권이 휴지조각이 된 겁니다.
대한적십자사는 헌혈 기념품으로 해피머니 상품권을 33억 원어치나 구매했다가 피해를 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피해는 구매자들에 그친 게 아니었습니다.
티몬과 위메프는 온라인 쇼핑 공간을 제공하는 '오픈마켓'입니다.
직접 물건을 납품받아 자체적으로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구조가 아니라 판매자들이 쇼핑몰에 상품을 올리고, 티몬에 접속한 소비자가 구매를 하면 티몬은 중간에서 수수료를 가져가는 구조입니다.
소비자에게 결제를 했는데 상품을 못 받는 일이 벌어졌다면, 판매자에겐 상품을 배송했는데 정산을 못 받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5년 전부터 온라인에서 가전제품을 판매해온 김 모 씨.
유독 티몬이 판매자에게 추가 부담을 지우지 않는 자체 할인을 많이 해 줘, 작년부턴 티몬에서만 상품을 판매해 왔다고 했습니다.
[티몬 입점 가전제품 판매자] "마켓에서 자체 쿠폰을 걸어줘요. 가령 지마켓에서 만약에 5%, 지마켓·옥션에서 5% 쿠폰을 걸어줬다. 그럼 100만 원짜리를 걸어 놓으면 95만 원이 되는 건데, 근데 티몬에서는 쿠폰을 더 걸어주는 거죠. <더 걸어서, 그럼 자기들이 덜 가져가겠다는 얘기네요?> 그렇죠. 티몬 입장에선."
대신 티몬이 판매 대금을 늦게 정산해 주는 경우가 잦아 늘 불안했습니다.
[티몬 입점 가전제품 판매자] "그 (정산 기일) 당일날 늦게 들어온다고 얘기를 해줘요. <그러면 어떡해요?> 어쩌긴요. 그럼 거기 적응해야죠. 그러니까 없으면 또 버티고 또 카드로 버티고 하는 거죠. 돌려 막으면서."
그러다 지난 6월과 7월 판매 대금 6억 5천만 원을 정산받지 못하면서 부도 위기에 내몰렸습니다.
[티몬 입점 가전제품 판매자] "아내한테도 좀 미안하고. 3명인데 애들 어린데 미안하고. 내가 이게 진짜 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고."
건강보조식품을 판매해온 이 판매자도 4년 전부턴 티몬과만 거래해 왔습니다.
티몬의 판매 중개 수수료가 저렴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티몬 입점 건강보조식품 판매자] "처음에 시작했을 때는 이커머스 쇼핑몰을 한 4개 정도 했었는데 그 판매 수수료가 다른 곳은 좀 많이 비쌌어요. 그래서 적자가 발생하다 보니까 저희가 계속 계산을 하고 마진 이율을 따져봤을 때 티몬에서 하는 게 가장 적절하다 싶어가지고."
하지만, 이 판매자도 두 달치 판매 대금 2천8백만 원을 받지 못하면서,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습니다.
[티몬 입점 건강보조식품 판매자] "8월 9일이 정산 날짜인데, 8월 9일날 계속해서 통장을 그 휴대폰으로 한 10분마다 확인을 했던 것 같아요. 들어오겠지. 들어오겠지하고, 근데 결국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고. 진짜 가끔 눈물 나서 너무 하루하루가 진짜 힘들긴 해요."
정부가 파악한 티몬과 위메프의 미정산 판매 대금은 무려 1조 3천억 원에 달합니다.
피해 업체 수는 4만8천124곳, 이중 981곳이 1억 원 이상의 돈을 못 받았고, 30억 원 이상의 대금을 못 받은 업체도 74곳이나 됩니다.
티몬과 위메프는 7월 말 기업회생을 신청했고, 법원은 채권자와 '티메프'사이의 자율적 구조조정 기간을 줬습니다.
[류화현/위메프 대표 (서울회생법원 앞, 8월 13일)] "이커머스는 '멜팅 아이스'(녹아가는 얼음)라는 피드백을 주셨거든요. 시간이 갈수록 더 빨리 녹는다. 저희도 직접 찾고 계속 만나려고 하고요. 8월 말까지 시한을 받았거든요. 8월 말까지 최대한 확보하고 설명하고."
하지만 결국 이 기간은 연장되지 않았고, 법원은 곧 회생 개시 여부를 결정할 예정입니다.
[이정희/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소위 '흑자 도산'이 생기는 거예요. 그 셀러(판매자)들 중에서는 아주 건강하고 아주 탄탄한 기업일 수도 있는데 그게 다 채권이란 말이에요. 채권이 이게 악성이 돼 버리면 그러면 갑자기 이 업체는 나는 흑자인데 도산이 되는 거죠."
■ 고객 돈으로 나스닥 노렸나?
◀ 이휘준 ▶
무려 1조 3천억 원이 증발했는데, 어떻게 이렇게 피해가 커진 겁니까?
◀ 김아영 ▶
네, 티몬과 위메프가 속해있는 큐텐그룹이 적자기업을 무더기로 인수합병하고, 무리한 할인행사를 진행하면서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진 것으로 보입니다.
◀ 이휘준 ▶
경영진들이 회사의 몸집을 키우고 거래액을 늘리려 한 의도가 있을 것 같습니다.
◀ 김아영 ▶
네 또다른 계열사인 물류업체를 나스닥에 상장시키기 위해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 VCR ▶
이른바 '티메프' 사태가 터진 직후, 경기도 이천의 한 물류센터를 찾아갔습니다. 직원들이 물건을 옮기는 모습이 보입니다.
티몬과 위메프의 물류와 배송을 담당하는 '큐익스프레스' 한국 법인입니다.
[큐익스프레스 한국법인 관계자] "<지금 그러면 운영이 되고 있나요?> 네. 운영을 하고 있어요."
티몬, 위메프, 큐익스프레스.
모두 '큐텐 그룹' 소속입니다.
'큐텐 그룹'의 창업자 구영배 대표.
지난 1999년 국내 최초 인터넷 쇼핑몰인 인터파크에 합류한 뒤, 사내 벤처로 출발한 G마켓을 창업했습니다.
2007년 G마켓은 국내 전자상거래 1위로 올라섰고, 미국 이베이가 G마켓을 인수합니다.
구 대표도 자신의 지분을 약 7백억 원에 넘겼습니다.
'한국에서 10년간 동종업계 종사 금지 조건'이 붙었습니다.
이후 구 대표는 싱가포르로 넘어가 전자상거래 플랫폼 '큐텐'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10년이 지나자 한국에 복귀해 순식간에 사업을 확장하기 시작했습니다.
2022년 2월에 큐텐코리아 유한책임회사를 세운 뒤, 그해 9월부터 올해까지 잇따라 지분 교환 등의 방식으로 티몬, 인터파크커머스, 위메프 미국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위시, AK몰 등을 사들였습니다.
그러면서 싱가포르 큐텐 본사 산하에 큐텐코리아라는 한국법인과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 AK몰, 위시 등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플랫폼 개발을 담당하는 큐텐테크놀로지, 물류와 배송을 담당하는 큐익스프레스 등이 포진하는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큐텐이 인수한 쇼핑몰들은 대부분 적자상태였습니다.
인수 당시 티몬과 위메프는 모두 손실이 누적돼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었습니다.
감사보고서엔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할 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반면 공격적인 인수로 큐텐 그룹 전체의 거래 규모가 늘어나면서 매출이 성장한 계열사도 있었습니다.
바로, 물류와 배송을 담당하는 큐익스프레스였습니다.
큐익스프레스 한국법인의 매출액은 21년 848억 원에서 22년 734억 원으로 꺾였다가 티몬과 위메프 등을 인수한 후인 23년 810억 원으로 반등했습니다.
[홍기훈/홍익대 경영학과 교수] "정말로 몰락해 가는 기업들의 물량을 받아서 매출을 늘리는 거거든요. 적자가 누적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건데 안 두려웠다는 거예요. 왜냐하면 상장을 해서 돈이 몇 조가 들어오면 다 메꿀 수 있다."
실제로 구 대표는 큐익스프레스를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하는 계획을 추진해왔습니다.
나스닥에선 적자상태여도 성장성이 좋은 기업이면 상장이 불가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홍기훈/홍익대 경영학과 교수] "그 대표적인 예가 쿠팡이죠. 쿠팡 같은 경우에는 심각한 적자에 시달렸고 상장한 이후에도 굉장히 오랜 기간 적자를 봤음에도 불구하고 나스닥 상장을 성공하면서 엄청나게 많은 현금을 당겨온 사례거든요. 그때 5조 원 정도 들어갔죠."
상장에 유리하도록 큐익스프레스의 몸집을 불리기 위해, 티몬과 위메프 등을 지렛대로 이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싱가포르기업청에서 큐익스프레스 본사의 기업정보를 확인해 봤더니 지분의 65.9%를 싱가포르 큐텐 본사가, 29%는 구영배 대표가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구영배/큐텐그룹 대표 (국회 정무위, 7월 30일)] "큐익스프레스 나스닥 상장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태로 인해서 그 부분이 불가피하게 지연될 수밖에 없는 상태‥" [신장식/조국혁신당 의원 (국회 정무위, 7월 30일)] "큐익스프레스 나스닥 상장을 위해서 자본잠식 상태의 이커머스 기업들 무분별하게 인수하고 먹고 튀는 것 아니냐 많은 사람들이 의심하고 있습니다. 그 부분 어떻게 생각하세요?" [구영배/큐텐그룹 대표 (국회 정무위, 7월 30일)] "그 부분에 대해서는 진정으로 한치의 그런 욕심 없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서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의 성장세는 한풀 꺾였습니다.
금리가 오르며 자본 시장도 위축됐습니다.
큐텐그룹의 상장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습니다.
[구영배/큐텐그룹 대표 (국회, 7월 30일)] "위메프·티몬 이거는 어쨌든 한국에서 좀 잘 경쟁해가지고 올라가, 그러면 너희가 지금 버티고 있는 시간, 시간에 간다고 하면 나는 빠르게 어떤 글로벌 비즈니스를 확장시키고. 내가 한 달 걸릴 것으로 예상한 것이 두 달이 걸리고 두 달 걸릴 것 예상했더니 석 달이 걸리고 이런 것들이 좀 누적되면서. 누적됐다고 해서 이것이 이렇게까지 무너질 거냐. 사실은 저는 단 한 번도 이것을 상상해 본 적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7월 초 티몬과 위메프는 '몬스터 메가세일', '위메프 데이'라는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진행했습니다.
특히 해피머니 문화상품권은 액면가보다 7에서 10% 할인된 가격에 팔았습니다.
[온라인 상품권 구매 피해자] "상식적으로 팔 적에는 한 3% 내지 한 5% 정도에서 이제 그렇게 판매가 되는 걸로 알고 있어요. (티몬에서) 7월 20일 (5만원) 상품권이 4만 6,300원에 판매가 되는 것을 보고서 구매를 했었습니다."
6월 15일에만 해도 하루 53억 원 수준이던 티몬 위메프 카드 결제 추정액은 7월 6일에는 897억 원까지 급증했습니다.
[티몬 입점 건강보조식품 판매자] "그냥 평균적으로 (하루) 15개 정도 됐었거든요. 7월에는 하루에 50개가 넘게 꾸준히 들어왔었어요, 갑자기. 그래서 그때 거기서 어떤 사람들은 그래요. '거기서 이상한 걸 느꼈어야지'라고 하는데, 솔직히 거기서 이상한 걸 느낄 수 있는 사람은 없어요. 그냥 아, 우리도 드디어 이게 신호가 오는구나. 인정을 받는구나, 우리 제품들이."
한 데이터분석업체는 티몬과 위메프의 6,7월 카드 결제액만 1조 1천967억 원 정도 되는 걸로 추산했습니다.
정부가 추산한 미정산 판매대금이 1조 3천억 원이니, 두 달치 판매대금이 모조리 사라진 셈입니다.
[김재섭/국민의힘 의원 (국회 정무위, 7월 30일)] "아니, 판매자들이 돈을 못 받았는데 그럼 어딘가로 그 돈은 흘렀을 거라는 거 아닙니까? 그리고 그 돈은 명백하게‥" [구영배/큐텐그룹 대표 (국회 정무위, 7월 30일)] "그 돈의 대부분은 누적되어 있는 손실입니다." [김재섭/국민의힘 의원 (국회 정무위, 7월 30일)] "제 말씀 끊지 마세요. 뭐라고요?" [구영배/큐텐그룹 대표 (국회 정무위, 7월 30일)] "프로모션 비용이라고‥"
일단 할인 행사로 고객을 유입해 당장의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려다 오히려 피해 규모를 키운 것으로 보입니다.
[티몬 입점 농산품 판매자 (티몬 본사 앞, 8월 13일)] "솔직히 농산품을 판매하는 업체인데 단돈 몇천 원밖에 안 돼요. 그 몇 천원에서 저희가 마진이 있으면 얼마나 마진이 있겠습니까?"
■ 고삐풀린 자금 관리
◀ 이휘준 ▶
결국 검찰도 강제 수사에 들어갔습니다.
1조 원대 사기 혐의로 구영배 대표 집과 티몬, 위메프를 압수수색했습니다.
◀ 김아영 ▶
네, 검찰은 큐텐 그룹 측이 대금을 제때 지급하기 어려운 걸 알면서도 물품 판매를 지속했다면 사기 혐의가 성립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이휘준 ▶
그런데 영장에는 4백억 원에서 5백억 원 규모의 횡령 혐의도 적혀 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 김아영 ▶
네, 큐텐그룹의 자금 관리가 얼마나 엉성하고 수상했는지 보시겠습니다.
◀ VCR ▶
티몬 위메프 사태로 국회에 불려나온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
올해 2월 미국의 '위시'를 인수할 때 판매 대금에서 4백억 원을 동원했다고 인정했습니다.
[구영배/큐텐그룹 대표 (국회 정무위, 7월 30일)] "위시 인수에도 저희는 현금이 들어가지는 않았습니다." [권성동/국민의힘 의원 (국회 정무위, 7월 30일)] "아니, 아까 400억 들어갔다면서요." [구영배/큐텐그룹 대표 (국회 정무위, 7월 30일)] "400억은 잠깐 거기," [권성동/국민의힘 의원 (국회 정무위, 7월 30일)] "빌려서 갚았다면서?" [구영배/큐텐그룹 대표 (국회 정무위, 7월 30일)] "빌려가지고 다시 상환했습니다."
검찰이 횡령 혐의가 있다고 보는 부분입니다.
[이상복/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커머스 업체에 가 있는 거잖아요. 그럼 이 돈은 판매자한테 갈 돈이지 않습니까? 그렇죠. 그러니까 남의 돈을 보관하고 있는 거예요. 남의 돈을. 그런데 이런 식으로 이커머스 업체가 남의 돈을 보관하면 그냥 유용할 수가 있지 않습니까? 유용한 거예요, 이거는요. 쉽게 얘기해서."
큐텐은 어떻게 적자에 허덕이는 계열사의 판매 대금을 동원할 수 있었던 걸까?
네이버나 11번가, 지마켓 같은 쇼핑몰은 구매확정일로부터 영업일 기준 하루나 이틀 안에 판매대금을 판매자에게 정산해 줍니다.
그런데 티몬과 위메프는 이 정산 기한을 최장 70일까지로 운영했습니다.
정산을 늦게 해주면서 판매 대금을 다른 데 활용할 시간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티몬의 류광진 대표는 판매 대금을 관리하는 곳이 티몬이 아니라 다른 곳이었다고 밝혔습니다.
[류광진/티몬 대표이사 (국회 정무위, 7월 30일)] "티몬은 재무조직이 없습니다. 티몬은 MD(상품기획)와 마케팅만 있는 사업조직입니다." [김현정/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회 정무위, 7월 30일)] "판매대금 받은 게, 지금 아직 정산되지 않고 있는 판매대금이 하나도 없다는 얘기예요? [류광진/티몬 대표이사 (국회 정무위, 7월 30일)] "아니, 그것에 대해서는 재무그룹에서 알 수 있는데요."
계열사들의 재무팀을 없애고, 한 곳에서 재무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구조였습니다.
[김대종/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재무팀이 없기 때문에 본인들이 결재를 하고 급여를 주고 해야 되는데 완전히 본부에서 직접 할 테니까 너희들은 재무팀 없애버리고. 정말 보통 기업으로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곳은 바로 큐텐테크놀로지.
플랫폼 기술 개발 담당을 주업무로 소개하고 있지만 계열사 자금 관리도 총괄했습니다.
싱가포르의 큐텐 본사가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는 한국 법인입니다.
[큐텐그룹 전 직원] "모든 이제 통장이나 이런 거는 그러니까 이제 회사 이름이 원래 '지오시스'인데 '큐텐테크놀로지'로 이름이 바뀌었잖아요. 이제 거기서 이제 ○○○(관리자)이 한국에 있었는데 거기서 다 관리를 한 거죠."
견제 장치도 부족했습니다.
구영배 회장과 그의 핵심 측근 4명은 여러 계열사에서 임원 자리를 겸직해 왔습니다.
특히 티몬 감사는 큐텐테크놀로지의 김효종 대표가 위메프 감사는 싱가포르 큐텐 본사의 이시준 재무본부장이 겸직했습니다.
[서동기 / 공인회계사] "자기한테 유리한 그런 감사를 그냥 이제 선임해 놓은 거거든요. 근데 그렇다 하더라도 감사의 책임이 사실 자유롭지는 않습니다. 절대. 그래서 이런 정도의 배임이나 이런 횡령에 대한 문제가 생겼을 때 감사는 원래는 그거에 대한 문제 제기를 분명히 했어야 되고."
회계 전문가와 함께 큐텐테크놀로지의 재무제표를 살펴봤습니다.
작년 말 기준, 총 부채 752억 원 중 단기차입금은 220억 원에 달합니다.
이 가운데 175억 원은 큐텐 싱가포르 본사에서, 20억 원은 티몬으로부터 빌렸습니다.
그런데 총 자산 819억 원에서도 단기대여금이 198억 원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큐텐코리아에 119억 원을, 싱가포르에 있는 계열사 큐브네트워크에 59억 원을 빌려줬습니다.
계열사에서 돈을 빌려 또다른 계열사에 빌려주는 그룹의 중간고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서동기/공인회계사] "정상적 영업 상황보다는 계속 자금이 흘러들어오고 나가고 하는. 이제 티몬·위메프에 자금을 조달하고 그걸 다시 어디다 이제 빌려주는 그런 '도관체'로 썼다. 이렇게 좀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큐텐코리아와 큐브네트워크의 자금 흐름은 외부로 드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거액의 자금 흐름이 포착된 계열사가 또 있었습니다.
나스닥 상장을 준비하던 싱가포르 큐익스프레스입니다.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 한국법인의 자금 흐름을 살펴봤더니 2021년 싱가포르 큐익스프레스가 약 1천억 원을 빌려간 것으로 돼 있습니다.
상장에 성공할 경우 싱가포르 큐익스프레스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전환사채를 직접 발행하지 않고, 자회사인 한국법인이 발행한 뒤 자금을 조달해 빌려주는 형태였습니다.
굳이 적자에 시달리는 한국 자회사를 통해 자금조달을 한 겁니다.
[서동기/공인회계사] "그러니까 이 국내의 큐익스프레스 법인은 해외 큐익스프레스 법인을 위해서 거의 존재했다. 거의 돈을 어떻게 조달해서 큐익스프레스 해외 법인에 주기 위한 그런 자금을 모집한 걸로 보이는 거죠."
이에 대해 큐익스프레스 한국법인은 "국내 투자자가 해외 법인에 투자할 때 법규나 언어 문제 등으로 생기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투자업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조"라고 해명했습니다.
[이정환/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 "경영이 일시적으로 안 좋아지고 유동성이 나빠진 기업에 대해서 건전한 기업들이 자금을 대주고 이것을 다시 살려서 같이 상생하는 방향은 그룹사의 긍정적인 기능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데 경영 성과가 안 좋은 상태에서 돈을 또 막 받아서 다른 데 줬다고 하면 이게 일반적인, 일반적으로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어떤 자본조달, 그룹 계열사 간의 자본조달 체제는 아닌 것 같다."
큐텐 그룹의 한 전직 직원은 큐익스프레스 싱가포르 본사에서 법인 자금을 카드 대신 현금으로 쓰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말했습니다.
[큐텐그룹 전 직원] "나중에 문제가 될 것 같아서, '이건 문제가 된다. 분명히. 법인카드 내놔라' 그러니까 법인카드 발급이 안 된대요. 발급이 안 되는 회사가 어디 있어요?"
또 스위스나 조세회피처의 은행과 연결된 계좌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큐텐그룹 전 직원] "조세피난처에 이제 통장을 만들고, 이 통장을 또 저기 스위스 은행이나 이런 데다 연결을 시켜요. 그러면 여기 이제 중간에 이제 조세피난처의 은행에 금융기관이 있는데 여기는 어떠한 기록도 남기지 않아요."
■ '이커머스'의 위기
◀ 이휘준 ▶
그런데, 큐텐 그룹만 이런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전자상거래 업계 전반에 비슷한 위험이 번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 김아영 ▶
네 코로나19 시기에 초저금리로 시장에 돈이 풀리면서 신규 투자금을 받아 몸집을 불린 플랫폼들이 많았는데요.
지금은 투자가 줄었는데도 손실은 누적되면서 업계 곳곳에서 위험 신호가 켜지고 있습니다.
◀ VCR ▶
불 꺼진 사무실 문 앞에 '폐쇄'라고 적힌 종이 한 장이 덩그러니 붙어 있습니다.
가구와 가전제품을 팔던 온라인 쇼핑몰 '알렛츠' 사무실입니다.
티몬위메프 사태가 터진 지 20여 일만인 지난달 16일, 갑자기 문을 닫았습니다.
"(8월) 16일 4시경에 싹 빠져나갔어요. <직원들이요?> 그럼요. <왔다 갔다 하시는 분도 없어요?> 없죠. 거기 왜 있어요."
직원들은 해고를 통보받았고, 대표는 잠적한 생태입니다.
판매 업체들은 알렛츠로부터 대금을 정산받지 못했고, 구매자들은 물건도 못 받고 결제 금액을 떼이게 됐습니다.
[이수민 / 알렛츠 상품 구매 피해자] "알렛츠 쇼핑몰 자체가 너무 약간 가구, 전자기기 이런 것 파는 쇼핑몰이어서 가격대가 너무 높아서. 크게 피해 보신 분들은, 그 피해자 단톡방에 있으신 분들 중에서는 1천200만 원, 800만 원…"
매입채무와 미지급금, 그러니까 판매자 등에게 줘야 할 돈은 총 287억인데, 보유하고 있던 유동 자산은 현금 76억 원과 받을 돈인 매출 채권 25억 원이 거의 전부였습니다.
[박동흠 / 공인회계사] "최대한 진짜 영혼까지 끌어모아서 한 100억 원 정도인데 줄 돈이 250억 원이면, 사실은 이거는 외부에서 돈이 들어와야 되는데. 돈 들어올 데가 없으니까. 그러니까 결국은 투자자들한테 투자 못 받으면 방법이 없는 거니까."
패션 앱 이용자 수 2위인 온라인 쇼핑몰 A업체.
공시서류를 보면,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543억 원으로, 자본잠식 상태로 돼 있습니다.
지급해야 할 돈인 미지급금과 예수금은 1천147억 원에 달합니다.
[박동흠 / 공인회계사] "문제가 그거죠. (1년에) 2천500억 원어치 파는 회사인데 지금 줄 돈이 지금 1천억 원이 밀려 있으니까."
명품 직구 플랫폼 1위 기업 B업체 역시 자본잠식 상황에 빠져 있습니다.
재작년도 적자, 작년도 적자였습니다.
이런 상황에 대해 A업체는 "쿠팡의 성공 방정식처럼 투자를 받아서 규모를 키우고 이후 수익성을 개선하는 비즈니스 구조"라며 "하반기 투자 유치가 완료되면 자본잠식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B업체 역시 "이커머스의 특성상 초기 투자가 많이 들어가 수 년 동안의 적자는 피할 수 없는 통과 의례"라며, 역시 쿠팡의 사례를 예로 들었습니다.
실제로 쿠팡은 코로나19 기간 업체들로부터 상품을 직접 사들여 이른바 '로켓' 배송을 하며 급성장했습니다.
큰 손실을 감수하며 전국에 물류시스템을 구축한 끝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겁니다.
이른바 '계획된 적자'
초반엔 적자를 보더라도 외부에서 투자받은 돈으로 물류, 배송 시스템을 구축하며 공격적으로 확장 경영을 하고, 적자의 시간을 견디며 안정적인 고객수를 확보해 장기적으로 흑자 전환에 들어가는 전략입니다.
큐텐 그룹을 비롯해 상당수 온라인 쇼핑몰들이 이런 방식을 따라해 왔습니다.
[박동흠/공인회계사] "기본적으로 일단은 플랫폼은 사람을 많이 모아야 하는 거니까 사람을 많이 모을 때까지는 적자가 날 수밖에 없다. 규모의 경제에 도달해야 하니까. 결국은 사람 많이 모아서 매출을 많이 늘렸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익을 못 냈다는 얘기는 앞으로 이익이, 매출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없다고 하면 과연 이익을 낼 수 있느냐. 이거는 장담 못 하는 상황이죠."
국내 이커머스 점유율 1위는 네이버 쇼핑으로 22%, 2위가 쿠팡으로 20%입니다.
그 다음이 G마켓 15%, 11번가 13% 순입니다.
상위 4개 업체의 점유율을 합치면 70%입니다.
이 틈을 비집고 들어가 안정적인 시장을 창출하지 못하면 후발 업체들이 도미노처럼 쓰러지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습니다.
[오린아 / LS증권 수석연구원 (이커머스 업종 담당)] "코로나19 때문에 굉장히 이커머스가 활황이었고 굉장히 많은 업체들이 들어왔고 투자를 많이 받았고. 굉장히 높은 기업 가치를 받았다 보니까 업계가 한 번 정리가 될 것이라는 생각은 했었고요. 그런 업체들이 이제 돈 나가떨어지고 어려워지는 것들을 이제 분명히 누군가 쓸어서 이렇게 가져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근데 이제 그거를 큐텐이 하다가 그 사달이 난 거다. 이렇게 평가하고 있고. 아마 그런 업체들 꽤 많이 생길 거라고 저희는 전망하고 있습니다."
■ 경고음에도 방치?
◀ 이휘준 ▶
플랫폼에는 수많은 판매자와 고객, 노동자가 연결돼있기 때문에 사고가 터지면 피해가 연쇄적으로 일어나지 않습니까.
이렇게 위험신호가 포착되고 있다면, 바로 작동하는 안전장치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 김아영 ▶
이제 일상생활에서 없는 걸 상상하기 힘든 플랫폼 기업들이 등장한 지 10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급격한 기술 발달과 복잡한 사업 모델이 결합하면서, 기존 제도가 쫓아오지 못하는 사각지대와 회색지대가 계속 생겨나고 있습니다.
◀ VCR ▶
오토바이 배달을 하는 28살 이현섭 씨.
주말 없이 하루에 10시간 이상 일을 합니다.
그런데 지난 5월부터 배달 정산금 인출이 늦어지더니 7월에는 아예 인출이 막혔습니다.
[이현섭/배달 기사] "어느 순간부터 은행 점검이다, 뭐 점검이다. 이런 식으로 점점 밀리기 시작하더라고요."
이 씨가 일했던 배달 대행 업체는 시장 점유율이 20% 정도 되는 '만나플러스'.
한때 약 3만 명의 배달 기사가 소속돼 있었습니다.
[정혜성/배달 기사] "기름값도 우선 다른 사람한테 겨우 3만 원 빌려서 이렇게 하루하루를 이어 나가고 있으니까 지옥 같습니다."
카페나 식당에서 배달비를 미리 충전해두면, 배달한 기사에게 한 건 당 약 4천 원의 정산금이 쌓이고, 이 정산금을 기사가 자신의 계좌로 인출해가는 방식으로 운영됐습니다.
기사들과 마찬가지로 가맹점들도 선불 충전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만나플러스 전 가맹점주] "이제 여름이 아무래도 카페 디저트 같은 경우에는 장사가 잘되다 보니까 미리 선불 충전을 해놨는데 100만 원 정도의 금액이 선불 충전금이 남은 상태에서 이제 금액을 못 뺀 상황이었죠."
피해자들은 만나플러스가 가맹점주들이 미리 충전해놓은 돈을 유용하다 사고가 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배달 대행 시장의 '티메프' 사태라는 겁니다.
[임홍섭/만나플러스 전 가맹점주] "너무 악의적이지 않나. 이게 자기 돈도 아니고 어느 정도 법적으로 이거를 어떻게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야 되는데 그동안 플랫폼 기업들이 너무 자기들 마음대로 할 수 있게끔."
이에 대해 만나플러스는 "시장 상황이 어려워진 가운데, 시스템 정비를 하던 중 일시적으로 정산이 지연됐고, 투자 유치가 원활하지 않는 등 여러 요인으로 출금 제한이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배달대행업체 인증을 해 준 국토부는 "해당 업체에 재무 개선 방안을 요구한 상태지만 법적으로 조치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과거 티몬과 위메프가 위기 조짐을 보일 때 금융당국의 반응과 비슷합니다.
티몬과 위메프가 2년 전부터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분기별 경영개선계획서.
올해 1분기 말 티몬이 정산해줘야할 판매 대금은 약 9천700억 원, 위메프 역시 3천600억 원가량이 남아 있었습니다.
[이복현/금융감독원장 (국회 정무위, 7월 30일)] "저희가 미상환 금액이라든가 미정산 금액을 별도로 관리해달라는 요청을 했고 그리고 추가적으로 신규 유입되는 자금의 일부분은 별도로 관리해달라는 등의 다양한 요청을 했지만 사실은 '건건이 하겠다'고 하면서도 그게 제대로 이행이 안 되고."
사태가 터지기 6개월 전인 지난 1월에는 국민신문고에 민원도 접수됐습니다.
티몬이 "구매한 상품권을 한 달 지나 지급하는 판매 행위를 통해 한 달간 매출 수익을 운용하는, 유사수신행위를 하고 있으니 제재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상품권 미지급 같은 금융사고가 일어날지 모르니, 사고가 터지기 전에 막아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금감원은 유사수신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추가 조치 없이 사안을 종결 처리했습니다.
[민병덕/더불어민주당 의원] "이게 공정위 갔다가 금융위 갔다가 금감원 갔다가 소비자원 갔다가 다시 금감원에 와서 문제없다고 종결한 케이스가 있습니다. 이때만 조금 더 자세히 봤어도 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그런 기회가 있었을 텐데 그런 아쉬움이 좀 있습니다."
티몬과 위메프에서 소비자가 결제를 하면, 대금은 카드사에서 1차 PG사, 즉 결제대행사로 넘어가고, 1차 PG사는 이 돈을 두 회사로 보냅니다.
티몬과 위메프는 이 돈으로 자체적으로 판매자에게 정산을 해주는 2차 PG사 역할을 했습니다.
'오픈마켓'인 두 플랫폼은 통신판매중개업자로 분류돼, 마트나 직매입 쇼핑몰처럼 40일에서 60일 안에 판매대금을 정산해야 하는 대규모유통업법 적용을 받지 않았습니다.
정산 기간을 비정상적으로 늘리는 게 가능했던 이유입니다.
자금 흐름에 대한 내부 통제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산 기간 규제도 받지 않으니 사고 위험이 커지고 있던 겁니다.
늑장 대응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관계당국은 결국 사과했습니다.
[한기정/공정거래위원장 (국회 정무위, 7월 30일)] "제도적으로 그 부분 충분히 완비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겠습니다."
[이복현/금융감독원장 (국회 정무위, 7월 30일)] "책임을 통감하고 있고 위원님들과 국민들께 사과말씀 다시 한 번 올리겠습니다."
정부는 1조 6천억원 규모의 재원을 마련해 피해 업체에 최저 연 2.5% 금리로 대출을 해주기로 했습니다.
[티몬 입점 가전제품 판매자] "일단 내가 받을 돈에 대해서 '그냥 빌려주겠다. 근데 이자는 싸게 해주겠다.' 뭐 3%대 얘기하던데. 진짜 그거야, ‘뭐 살려는 줄게. 대신에 이제 산소 호흡기는 꽂아줄 테니까 너희가 한번 살아봐라, 그냥 알아서’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지 않습니까? 지금."
또 결제 취소에 응하지 않는 건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1차 PG사들에게 환불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문제를 일으킨 큐텐그룹 대신 결제대행사가 환불을 해준 셈입니다.
정부와 정치권은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전자상거래 업체들의 정산 주기를 단축하고, PG사 겸업을 금지하는 게 핵심입니다.
[이정희/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규제라기보다도 이걸 관리 감독이 좀 이루어지지 않으면 결국에는 오늘날 같은 이런 사태가 터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앞으로도. 옛날에 오프라인의 그런 시간적인 그걸 그대로 적용시키면 안 된다. 여기는 워낙 빨리 돌아가니까."
◀ 이휘준 ▶
'티메프 사태'에서 우리는 한 사업가의 과욕도 봤지만, 정부의 뒤늦은 대응도 볼 수 있었습니다.
과욕과 방치, 이 두 가지를 발판으로 어디선가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또다른 회색지대가 넓어지고 있을지 모릅니다.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김아영 기자(aykim@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straight/6632572_2899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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