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 회담' 韓·李, 웃으며 손잡았지만 시종 팽팽한 신경전(종합)
공식회담 종료 뒤 양당 대표 40분 독대…대화 내용 묻자 "그걸 말해주면 어떡해"
(서울=연합뉴스) 설승은 김치연 기자 = 국민의힘 한동훈·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1일 첫 공식회담을 시작하며 활짝 웃는 얼굴로 손을 맞잡았지만, 이내 '기선 제압'을 위한 압박성 발언을 주고받으면서 회담 내내 팽팽한 긴장감이 자리했다.
당초 110분을 계획한 회담은 이런 분위기 속에서 예정 시간을 훌쩍 넘겨 3시간이 넘는 183분 동안 진행됐다.
애초 의제에는 없었지만, 검찰의 문재인 전 대통령 수사가 대화 주제에 오르면서 날 선 발언도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도 꼽히는 두 대표는 회담 도중 40분간 독대한 것으로 알려져 어떤 대화를 나눴을지 관심이 쏠린다.
모두발언 韓 13분·李 19분…사법리스크·채상병특검으로 견제구
이날 회담은 언론에 공개되는 모두발언을 각 7분에서 10분으로 늘리기로 하면서 상대방을 향한 강도 높은 '압박성 발언'을 예고했다. 실제 발언 시간은 이보다 더 길었다. 한 대표가 13분, 이 대표가 19분 동안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모두발언을 통해 각자 자신이 중점을 두는 민생·정치 의제를 부각하는 한편 서로를 향한 견제구도 날렸다.
먼저 마이크를 잡은 한 대표는 정치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꺼내 들었다.
한 대표는 "최근 이 대표를 수사한 검사에 대한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만장일치로 기각됐다"며 "이 대표와 민주당에 대한 수사나 기소에 관여한 검사들을 상대로 시리즈로 해 온 민주당의 탄핵은, 곧 예정된 이 대표에 대한 판결 결과에 불복하기 위한 빌드업으로 보는 분들이 많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도 재판 불복 같은 건 생각하지 않으실 거라 기대한다"며 "무죄를 확신하고 있는 듯하니 더욱 그렇다"고 '뼈 있는 말'을 했다.
이 대표는 채상병특검법과 관련해 "한 대표는 전 국민을 상대로 '제삼자 특검'을 하자고 공언했다. 그 진심이 바뀌지 않았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증거 조작 의혹도 특검하자고 했던데 수용하겠다. 이제 결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 대표가 대표로 취임하면 대법원장 추천 방식의 특검법안을 발의하겠다고 공약했지만, 당내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발의 시점을 늦추고 있는 점을 겨냥한 것이다.
이 대표는 '독재'라는 단어를 두차례 사용하며 정부·여당에 날을 세우기도 했다.
이 대표는 "계엄 해제를 국회가 요구하는 걸 막기 위해 계엄 선포와 동시에 국회 의원을 체포·구금하겠다는 계획을 꾸몄다는 이야기도 있다. 완벽한 독재국가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최근 독도나 교과서 문제, 일제 침략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며 "이는 윤 대통령이 말하는 반국가적 주장"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李, 넓은 책상에 "멱살도 못잡겠네"…韓, '文수사'에 "저도 그 입장이었다"
모두발언 이후 별도의 회담장에 들어선 이 대표는 한 대표와 마주 앉은 책상 간 간격이 너무 넓다며 "이거 화나도 멱살도 못 잡겠네 이래 가지고는"이라고 농담을 던졌다.
두 사람은 비공개 회담에서 특검법과 25만원 지원법, 검찰의 야권 인사 수사 등을 놓고 날 선 발언을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회담 배석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 대표가 "제삼자 특검을 민주당이 수용한다니 피하는 것이냐"고 압박했고, 한 대표는 이에 "그렇다면 민주당은 기존 법안을 철회하겠다는 것이냐"고 되물었다고 한다.
국민의힘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이와 관련, "기존 법안을 철회하겠느냐는 한 대표 질문에 이 대표는 '모르겠다'고 말했다"며 "한 대표는 '대법원장 추천 특검법안에 대해 당내 수용 의견이 있다. 계속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 대표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관련,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언급하며 "법원 판결이 불리하다고 해서 검사를 탄핵하는 것은 맞지 않다"라고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가 "공격하는 취지의 언급 아니냐"며 다소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고 곽 수석대변인은 전했다. 또 이 대표는 국회의원 면책 특권 제한 등 특권 폐지와 관련해 "지금은 검찰독재 상황이라 방어권 차원에서 (면책 특권을) 갖고 있어야 한다"며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공개 발언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 일가를 겨냥한 검찰 수사를 비판한 데 이어 비공개 회담에서도 이에 대해 재차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한 대표는 전 정권 수사에 대해 딱히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얼마 전에는 제가 그 입장이었습니다'라고 했다"며 "본인이 2019년 문재인 정부 당시 검사로서 적폐청산 수사를 했다는 이야기였다. 자신도 곤란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두 사람은 공식 회담이 종료된 뒤 양당 관계자들이 발표문을 정리하는 동안 40여분간 독대했지만,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 대표는 '한 대표와의 독대에서 무슨 얘기를 나눴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걸 말해주면 어떡하느냐"고 했다. '다음에 또 언제 만나기로 했느냐'는 물음에는 "글쎄요. 필요할 때 봐야겠죠"라고 했다.
chi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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