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국방장관 “인질 다 죽일 건가”…정부 내 갈등 격화
가자서 인질 6명 시신 발견…석방 요구 대규모 시위 예고
이스라엘 정부 안에서 가자지구 휴전 쟁점을 두고 총리와 국방부 장관이 거칠게 대립하는 등 내부 갈등이 격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내각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뜻대로 ‘국경지대 철군 불가’ 방침을 굳혔지만, 총리가 휴전을 방해하고 인질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여기에 가자지구에서 하마스에 납치됐던 인질 6명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인질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도 격화됐다.
1일 하레츠 등 복수의 이스라엘 언론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열린 안보내각 회의에서 이스라엘군이 필라델피 회랑에 계속 주둔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이 통과됐다. 필라델피 회랑은 가자지구와 이집트 국경을 따라 나 있는 14㎞ 길이의 완충지대로, 네타냐후 총리는 이곳에서 자국군을 철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집해왔다.
내각의 철군 불가 방침에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은 네타냐후 총리가 협상을 망치고 인질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론 더머 전략담당 장관이 “총리는 무엇이든 원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두둔하자, 갈란트 장관은 “그는 원하는 결정을 뭐든지 내릴 수 있고, 우리 인질들을 모두 죽이기로 결정할 수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네타냐후 총리가 제안한 결의안은 8대 1로 통과됐다. 갈란트 장관만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다.
하레츠는 “이번 내각 결정은 남은 인질들의 운명을 결정할 비극적인 전환점으로 역사에 기록될 수 있다”면서 “‘필라델피 회랑에 남겠다’는 네타냐후의 선언은 사실상 ‘나는 총리실에 남겠다’는 선언”이라고 짚었다. 네타냐후 총리가 정치적 생존을 위해 철군 불가를 고집하고 휴전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내각 결정으로 협상 타결 가능성이 점점 더 낮아지는 가운데 가자지구에선 하마스에 납치됐던 인질 6명이 숨진 채 발견돼 인질 가족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남부 라파의 하마스 땅굴에서 전날 작전을 벌이다 시신 6구를 발견해 신원을 확인한 결과 납치됐던 인질들이며, 이들은 모두 이스라엘군이 도착하기 얼마 전 사살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희생자 6명 중 1명은 미국·이스라엘 이중 국적자다.
‘인질·실종자 가족 포럼’은 성명을 내고 “정부가 하마스와 휴전 협상을 타결했다면 인질들은 여전히 살아 있었을 것”이라며 “방해꾼 네타냐후는 변명을 멈추라”고 질타했다. 포럼은 전날 땅굴에서 신원 미상의 시신 다수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에도 성명을 통해 “네타냐후가 인질들을 버렸다”면서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다. 야당 지도자인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도 “네타냐후는 자신의 극우 파트너십을 지키는 데만 관심이 있다”면서 “그는 우리 국가와 가족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6명이 결국 시신으로 돌아오며 가자지구에는 하마스가 지난해 10월7일 이스라엘 기습 공격 당시 끌고 간 251명 중 97명이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군은 이 가운데 최소 33명은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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