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쾌한 합의 없었지만…여야 대표 ‘윤 대통령 견제’ 모양새

엄지원 기자 2024. 9. 1.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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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열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첫 회담은 풍경 자체가 메시지로 풀이된다.

이날 여야 대표회담 뒤 곽규택(국민의힘)·조승래(민주당) 수석대변인이 발표한 공동발표문 8개 조항 가운데 지구당 제도 재도입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합의는 최소 수준의 공감대를 확인한 것에 가깝다.

한 대표의 당내 기반이 취약한데다 윤 대통령과의 갈등으로 합의에 필요한 실권을 행사하지 못한 탓이 크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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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40분 독대 자체 의미 둬
‘윤 독주 향한 강력 메시지’ 해석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왼쪽)가 1일 오후 국회에서 여야 대표 회담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열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첫 회담은 풍경 자체가 메시지로 풀이된다. 여야 각자의 셈법과 처지가 다른 탓에 예상했던 대로 명쾌한 합의는 없었다. 다만 화해 불능의 ‘앙숙 관계’로 보였던 두 대표가 40분 넘게 닫힌 방안에서 단독으로 얼굴을 맞댄 것 자체가 윤석열 대통령의 독주를 향한 강력한 메시지라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이날 여야 대표회담 뒤 곽규택(국민의힘)·조승래(민주당) 수석대변인이 발표한 공동발표문 8개 조항 가운데 지구당 제도 재도입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합의는 최소 수준의 공감대를 확인한 것에 가깝다. 민생 공통 공약을 추진하기 위한 협의기구를 꾸리기로 했으나 구체적인 틀이나 시한을 정하지 않았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사전 의제 조율 과정에서 이렇다 할 합의가 없었기 때문에, 크게 결과를 기대하긴 어려웠던 게 사실”이라고 했다.
견해차가 가장 컸던 의제는 ‘채 상병 특검법’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가 제안한 ‘제3자 추천 특검’과 ‘제보공작 의혹 포함’ 요구를 이 대표가 머리발언에서 모두 받아들이겠다고 했지만, 한 대표는 ‘의지가 있다’면서도 끝내 확답을 주지 않았다.조승래 대변인은 “허심탄회한 토론이 있었지만, 각자 생각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좋은 소식 못 드려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곽규택 대변인도 “(한 대표가) 민주당 일정에 맞출 순 없다. 우리 당은 (민주당과 달리 당대표) 혼자 결정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한 대표와 이 대표가 각각 의제로 올린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나 ‘전 국민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논의도 공전했다. 금투세의 경우 한 대표는 ‘폐지해야 지본시장이 밸류업되고 자산 형성의 사다리가 더 많이 만들어진다’는 입장이지만, 이 대표는 ‘자본시장 밸류업을 위한 종합적 검토가 필요하지, 금투세만 따로 떼어놓고 접근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대신 두 사람은 “주식시장의 구조적 문제 등 활성화 방안과 함께 (금투세를) 종합적으로 검토, 협의하기로 한다”는 원론에만 합의했다. ‘전 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도 이 대표가 원래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 선별지원·차등지원 등의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한 대표는 여전히 “현금 살포” 대책이라며 부정적 태도를 굽히지 않았다.

두 당이 공감한 ‘의료 붕괴 대책’에 관해서도 뾰족한 해법은 없었다. 앞서 한 대표가 ‘2026학년도 의대 증원 유예안’을 내놓고 이 대표가 이를 “불가피한 해법”이라며 호응했지만 뜻을 모으지 못한 것이다. 이 대표가 의료 대란 대처를 위한 국회 차원의 기구를 만들자고도 제안했으나, 최종적으로 “추석 연휴 응급의료체계 구축에 만전을 기할 것을 정부에 당부하고 국회 차원의 대책을 협의한다”는 수준에 그쳤다.

이날 여야 대표가 구체적인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은 단지 양당의 이해가 엇갈리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한 대표의 당내 기반이 취약한데다 윤 대통령과의 갈등으로 합의에 필요한 실권을 행사하지 못한 탓이 크다는 얘기다. 이런 이유로 야당에선 ‘한 대표의 상황을 고려하면 두 사람이 기대보다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눈 회담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H6s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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