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李, "민생" 외치며 협치 첫걸음…'정치 정상화' 이뤄낼까
韓 "회담 정례화" 李 "수시로 대화"…채상병특검법·李 재판 등 뇌관 즐비
(서울=연합뉴스) 안채원 계승현 조다운 기자 = 국민의힘 한동훈·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일 오랫 동안 꽉막힌 여야 대치 정국을 타개하기 위한 첫발을 뗐다.
여야가 팬덤과 진영논리에 갇혀 상대방을 적대시해온 '증오의 정치'를 넘어, 실종된 지 오래인 '협치 정신'과 '의회 정치'를 복원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이들 두 여야 대표가 이번 회담을 시작으로 어떤 정치를 선보이느냐에 따라 그동안 민생을 도외시한 채 무한 정쟁만 반복했다는 비판을 불식하는 것은 물론, 이들의 차기 대권 가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은 회담 예정 시간을 넘어 독대까지 이어간 끝에 '여야 공통공약 협의기구 구성'을 비롯한 8개 항의 합의문을 발표하는 성과를 냈다.
합의 내용은 다소 포괄적이고 추상적이지만, 정치권에선 합의 내용보다는 회담의 성사 자체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여야 대표의 공식적인 회담이 11년 만이었다는 점은 그동안 여야가 얼마나 소통이 부족했는지 보여주는 상징적 수치다.
당장 하루 뒤 개막하는 22대 국회 첫 정기국회에서 여야가 이날 회담을 토대로 얼마나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두 대표는 여론의 비판을 의식한 듯 시급한 민생 현안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이구동성을 냈다.
여야가 꾸리기로 한 공통공약 협의기구는 현안을 속도감 있게 해결하기 위한 여야정 협의체 성격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회담 공개 모두발언에서 제안했고, 한 대표가 거론했던 '민생 패스트트랙' 구성과도 궤를 같이한다.
여야 간 견해차가 크지 않은 공통공약을 중심으로 민생 의제를 논의하게 될 예정인데, 이날 합의문에 담긴 저출생 대책 입법, 반도체·인공지능(AI) 산업 등 지원 방안, 가계·소상공인 부채 부담 완화 대책, 딥페이크 성범죄 처벌·예방까지 두루 아우를 전망이다.
금융투자소득세와 의대 증원 등도 구체적인 해법을 도출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했지만, 추가 협의를 통해 접점을 마련할 가능성을 열어 둔 것은 역시 소기의 성과로 평가된다.
회담에 배석한 국민의힘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오랜만에 양당 대표가 대화 자리를 마련한 만큼 두 분 다 소중한 기회로 생각했다"며 "오늘 회의가 진지하고 진솔하게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는 자리였다고 두 분이 평가했다"고 전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도 "여러 다양한 주제에 대해 구체적 합의를 만들지 못했지만, 논의 방향·틀을 정리한 부분도 있어서 성과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호평했다.
한 대표는 이 대표에게 '회담 정례화'를 제안했고, 이 대표는 "수시로 만나서 속내를 터놓고 대화하자"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천신만고 끝에 모처럼 첫발을 내디딘 여야의 협치 행보가 순탄할 것으로만 속단하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여야 간 쟁점 현안은 각 당의 이해관계를 넘어 생존과도 직결되는 폭발력을 지닌 만큼, 언제든지 충돌할 수 있는 소재이기 때문이다.
당장 '채상병특검법'은 이날 회담에서도 양측이 견해차만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법은 회담 공식 의제로 논의됐으나 공동 발표문에 담기지 못했다.
국민의힘의 반대에도 민주당이 다시 밀어붙일 경우 정국은 다시 경색을 피하기 어렵다. 게다가 민주당이 새로 발의한 특검법은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를 겨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역시 공동 발표문에 반영되지 못한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 등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법안들도 본회의 재표결 결과에 따라 어떻게 튈지 모르는 불씨다.
다음 달을 전후해 나올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관련 주요 재판의 1심 결과 등도 여야의 협치 무드에 금이 가게 할 만한 정치 캘린더다.
한 대표는 이날 이 대표를 향해 "곧 나올 재판 결과들에 대해 국민의힘은 설령 결과가 맘에 들지 않더라도 선을 넘는 발언이나 공격을 자제하겠다"며 "민주당도 재판 불복 같은 건 생각하지 않으실 것이라 기대한다"고 날을 세웠고, 이 대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chae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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