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수펑크 30조 현실화…정부 추계 정확도 ‘낙제점’

최근 3년 오차율 17.8%·13.3%·14.1%…주요국보다 차이 커
‘상저하고’ 전망 어긋나며 경기하강 국면 때 과대추계 가능성
보수 정부 땐 과대·진보가 집권할 땐 과소…여당 따라 변화

지난해 56조원에 이어 올해도 30조원 안팎의 세수결손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열 정부 들어 2년 연속 세수펑크가 현실화한 것이다. 세수추계 모형 등을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세수결손 규모가 최대 30조원에 달할 수 있다고 보고 세수 재추계 작업에 들어갔다. 기재부 관계자는 1일 통화에서 “세수결손이 30조원을 넘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정브리핑에서 “경제가 확실히 살아나고 있다”고 강조했지만, 세수결손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정부의 세수추계는 최근 3년간 정확도가 크게 떨어졌다. 세수추계 오차율은 2021년 17.8%, 2022년 13.3%, 2023년에는 -14.1%로 3년 연속 10%를 넘었다. 2021~2022년은 세수가 예상보다 더 걷혀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지난해부터는 세수결손이 나면서 논란이 됐다. 기재부는 올해도 3년 연속 세수 조기경보를 발령한 상태다. 세수 조기경보는 당해 세수 진도율이 직전 5년 평균과 5%포인트 이상 차이가 나면 발령한다.

한국의 세수오차는 다른 주요국과 비교해도 큰 편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해 8월 내놓은 ‘세수오차의 원인과 개선과제’ 보고서를 보면, 주요 5개국(미국·캐나다·영국·일본·독일)과 비교해 한국의 2020~2022년 평균 세수오차율(11.1%)은 영국(12.7%) 다음으로 컸다. 같은 기간 미국(8.9%)·일본(8.6%)·독일(7.4%) 평균은 10% 미만이었다.

세수추계의 정확성이 떨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정부의 잘못된 경기 전망 때문이다. ‘상저하고’ 전망이 결과적으로 틀리면서 정부가 경기하강 국면에 세수를 과대추계했을 수 있다. 정부는 경기확장 국면에서는 세수를 과소추계하고, 경기수축 국면에선 과대추계하는 경향이 있다. 예정처가 1970~2022년 정부의 세수추계 오차율 추이를 조사한 결과, 경기상승기의 88%에서 세수가 과소추계된 반면, 경기침체기의 70.4%에서 과대추계됐다. 오차율 평균은 경기상승기엔 6.2%, 경기침체기엔 -2.2%다. 현 정부 들어 한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21년 4.3%, 2022년 2.6%, 2023년 1.4%로 하락했다.

집권여당에 따라 기재부 세수추계가 달라졌다는 분석도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장혜영 전 정의당 의원실이 1993~2023년 세수오차율을 분석한 결과, 국민의힘 계열 정부에선 평균 3.5%가 과대추계됐고, 더불어민주당 측 정부에선 4.2%가 과소추계됐다고 밝혔다(탄핵으로 예산 편성 주체가 불명확한 2017년은 제외). 예산당국은 보수정부에는 감세에 따른 세수 부족을 고려해 재정 여력을 제공하고, 진보정부에는 확장 정책에 대비해 긴축을 유도한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전문가들도 세수추계를 검증할 수 있도록 세수추계 모형을 공개해야 한다”며 “정부가 국회 예산안 제출 이후인 11월 말에 3분기 기업실적 등 바뀐 경제상황을 반영해 정부의 세입추계 변경치를 국회 심의 과정에 적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