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길 첫발 뗀 여야 … 정치복원 한목소리, 주요 쟁점엔 이견

곽은산 기자(kwak.eunsan@mk.co.kr), 구정근 기자(koo.junggeun@mk.co.kr), 박자경 기자(park.jakyung@mk.co.kr) 2024. 9. 1.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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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만에 마주앉은 여야대표
韓 "자산형성 사다리 필요"
李 "자본시장 비정상보완 먼저"
금투세 폐지 시각차 재확인
의료공백엔 "국회차원 협의"
추석 응급의료 정부에 당부
채상병 특검법·25만원 지원법
공동 발표문에 포함안돼

◆ 여야 대표회담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첫 번째 대표 회담을 시작하기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의 조승래 수석대변인, 진성준 정책위의장, 이 대표, 국민의힘의 한 대표, 김상훈 정책위의장, 곽규택 수석대변인. 김호영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협치 복원을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이날 회담은 당초 양측이 예정했던 90분을 훌쩍 넘겨 약 107분간 진행됐으며 양당 정책위의장과 대변인이 배석했다. 모두발언까지 합치면 138분이었다.

정치권 안팎의 예상대로 가장 큰 쟁점이었던 채상병 특검법과 전 국민 25만원 지원금법 등에 대한 내용은 공동 발표문에 포함되지 못했다. 그러나 총선 공통 공약을 추진하기 위한 협의 기구 운영을 포함해 민생 법안을 먼저 협의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 자체는 22대 국회의 극한 대치를 감안할 때 성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생 공통 공약 추진을 위한 협의기구는 이 대표가 이날 회담 모두발언을 통해 공식 제안했고 이를 한 대표가 비공개 협의 과정에서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곽규택 국민의힘·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회담 뒤 브리핑에서 각각 "오늘 모든 자리에서 다 합의할 순 없었다" "구체적 합의를 만들어내진 못했지만 논의의 틀을 정리한 것도 있다"며 이번 회담을 협치의 물꼬로 삼아 민생 문제를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양당 대표는 또 의정 갈등에 따른 응급의료 차질 등과 관련해 추석 연휴 응급의료 구축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하는 동시에 여야가 함께 국회 차원의 대책을 협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의대 정원 문제 등에 대해 정부와 이견으로 인해 합의를 보기 어려운 상황인 점을 감안한 소극적 결과물로 풀이된다.

곽 대변인은 "(의대 정원 증원)유예안에 대해 어떻게 하자는 서로 간 협의는 없었다"면서도 "양당 대표는 국민 생명과 안전이 최우선시돼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한 대표와 이 대표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도 직접 논의했지만 양측 의견이 엇갈려 당장 결론을 내지 못했다. 여야는 주식시장의 구조적 문제 개선 등 주식시장 활성화 방안과 함께 종합적으로 검토하기로 합의하는 데 그쳤다. 조 대변인은 "금투세 시행 요구뿐만 아니라 자본시장의 비정상적인 양태들의 근본적 개혁 조치들이 함께 수반되지 않으면 자본시장 활성화는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그래서 종합적으로 협의하자고 정리된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앞서 대기업 최대주주 견제를 강화하는 방향의 상법 개정을 주장해왔다.

민주당은 일명 '부스트업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 확대 △독립이사 선임 의무화 △감사 및 이사 분리선출 단계적 확대 △대기업 집중투표제 △상장사의 전자투표 등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이 같은 논의가 금투세와 패키지로 묶이면 오히려 경영권 제한 등 또 다른 논란을 불러올 우려도 있다.

양당 대표는 반도체 산업과 AI(인공지능) 산업, 국가 기반 전력망 확충 등을 위한 지원 방안도 적극 논의하기로 했다. 쟁점이 없는 첨단 산업 등에 대한 지원은 국회 차원에서 강력히 이뤄져야 한다는 데 두 대표가 공감한 결과로 보인다. 이 밖에도 가계와 소상공인의 부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지원 방안을 적극 강구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정당정치의 활성화를 위하여 지구당 제도의 재도입을 적극 협의하기로 했다. 지구당 부활은 한 대표가 당내에서 주장했던 사안으로 이날 이 대표는 "한 대표가 공식적으로 약속한 것처럼 논의를 하자"고 제안했고 회담에서 접점을 찾은 것으로 해석된다.

11년 만에 열린 여야 대표 회담에 앞서 양당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저마다 그간 강조했던 '금투세 폐지'와 '전국민 25만원 지원법'을 전면에 내세우며 상대 당의 협조를 촉구했다. 한 대표는 금투세 폐지에 대해 민주당이 일부 공감대를 이루는 점을 들어 양당 협력을 압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이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25만원 지원법의 추진 필요성을 설명하는 한편 채상병 특검법 추진을 놓고도 한 대표를 강하게 몰아붙였다. 한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지금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윗세대처럼 잘살 수 없다'고들 한다"며 "자본시장의 밸류업 정책으로 자산 형성의 사다리를 더 많이, 더 편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금투세를 폐지하는 데 국민의힘이 집중하는 것도 그런 이유"라며 "불합리한 상속세제 때문에 대한민국 기업이 기업활동을 중단하는 상황도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민주당이 추진하는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과 관련해 한 대표에게 "현금 지원이라고 말씀하고 계시는데 잘못 알고 계시는 것 같다"며 "이것은 현금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개월, 몇 개월 내에 쓰지 않으면 소멸하는 소멸성 지역화폐, 즉 소비쿠폰"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표회담에 대해 "대통령께서도 누차 밝혔듯 이번 대표 회담이 국회 정상화의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며 "이번 정기국회가 양당 대표가 국민 앞에 약속한 민생 정치의 첫걸음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곽은산 기자 / 구정근 기자 / 박자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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