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집단 5곳 중 1곳, 총수·친족·임원에 ‘주식 보상’ 약정
올해 첫 공개…총수·가족에 지급, 한화·두산·아모레퍼시픽 등 7곳
한화·두산 등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 5곳 중 1곳은 총수나 친족·임원과 주식 지급 약정을 맺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일정 시기가 지난 뒤 주식을 지급하는 ‘양도제한조건부 주식(RSU)’ 제도는 위법 사항이 아니지만 총수 일가의 지배력 확대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비판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1일 공개한 ‘2024년 공시대상 기업집단 주식 소유현황’을 보면, 88개 공시대상 기업집단(계열사 3318개사) 중 17개 기업집단이 동일인과 친족 및 임원과 417건의 주식 지급 약정을 체결했다. 전체 공시대상 기업집단의 19.3% 수준이다.
17곳은 SK, 현대자동차, 포스코, 한화, 신세계, KT, 카카오, LS, 두산, 네이버, 세아, 에코프로, 두나무, 아모레퍼시픽, 크래프톤, 대신증권, 한솔이다. 주식 지급 약정 현황은 올해 처음 공개됐다.
이 중 한화·두산·아모레퍼시픽 등 7개 기업집단은 동일인 또는 친족과 주식 지급 약정을 맺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와 에코프로는 총수 2세와 RSU 약정을 체결했다. 그간 RSU 등이 간접적인 경영권 승계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약정 유형은 약정 체결 후 조건이 충족되면 이후 주식이 지급되는 RSU가 147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성과급 형식으로 지급하는 스톡그랜트(140건), 성과조건부 주식(116건) 순이었다.
기업집단별 체결 건수를 보면 SK가 231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두산(36건), 에코프로(27건), 포스코(26건), 한화(16건), 네이버(16건) 순이었다. SK의 경우 모두 임원과 스톡그랜트 등 성과급 성격의 주식 약정을 맺은 것이었다.
한편 전체 공시대상 기업집단의 내부지분율은 61.4%를 기록했다.
지난해(61.7%) 처음 60%를 넘어선 뒤 소폭 감소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내부지분율은 계열회사의 총발행 주식 중 동일인·친족·계열회사·비영리법인·임원 등이 보유한 주식 비율이다.
총수가 있는 기업집단 78곳의 내부지분율은 61.1%로 전년(61.2%)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 중 총수 일가가 가진 지분은 3.5%에 불과했다. 전년 대비 0.1%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계열회사가 가진 지분은 54.9%에 달했다. 계열회사 지분율은 2020년 50.7%에서 매년 꾸준히 오르고 있다. 총수 일가 지분율이 높은 기업집단은 한국앤컴퍼니그룹(44.4%), 소노인터내셔널(35.6%), 케이씨씨(35.1%), 크래프톤(31.0%), 농심(28.7%) 순이었다.
국외 계열사와 공익법인 등을 활용해 간접적으로 기업 지배력을 유지·강화하는 사례도 있었다. 기업집단 18곳은 총수 일가가 49개 국외 계열사에서 2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기업집단 49곳은 95개 비영리법인(공익법인 포함)이 143개 국내 계열사 주식을 소유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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