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더워진 여름, 전기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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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더워서 여름이다.
8월 전기료 고지서는 '냉방비 폭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올해 무더위가 기후변화 영향인지, 올 여름에 국한된 일시적인 현상인지는 알 수 없다.
더욱이 정부는 여름을 보내며 전기료 인상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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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더워서 여름이다. 하지만 광복절(8월 15일)을 지나면 거짓말처럼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온다. 무더위로부터 해방되는 셈이다. 이런 공식이 올 여름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광복절이 지나도 찜통더위는 이어졌다. 특히 잠을 못 이루게 하는 열대야 현상은 근대적 기상관측이 시작된 1904년 이후 최장 기록을 갈아치웠다. 열대야는 밤사이 기온이 25도 이상을 유지하는 현상이다.
부산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부산 중구의 최저기온은 24.7도를 기록했는데, 비로소 지난 7월 25일부터 이어진 열대야가 26일 만에 ‘일시적으로’ 막을 내렸다. 앞서 2018년과 1994년 각각 21일이었는데, 이보다 5일 더 이어졌다. 근래 보기 드문 폭염으로 온열질환자가 급증하고 수온 상승으로 양식업계가 큰 피해를 봤다.
더위가 수그러졌다지만 ‘폭염 청구서’가 남았다. 낮은 물론 밤에도 선풍기로는 해결 못하는 역대급 무더위에 에어컨 리모콘에 손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전기료 걱정 탓에 에어컨의 시원한 바람에 근심이 내려앉는다. 지난 8월 최대 전력 수요가 90GW를 웃돈 날은 13일로 지난해의 3배에 이를 정도다. 8월 전기료 고지서는 ‘냉방비 폭탄’이 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앞으로다. 올해 무더위가 기후변화 영향인지, 올 여름에 국한된 일시적인 현상인지는 알 수 없다. ‘올 여름보다 시원한 여름은 없을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온다. 앞으로 더 길어지고, 더 무더운 여름이 일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난방·냉방 전력 수요가 많은 혹한기와 혹서기에 전기요금을 감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에너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여야가 모처럼 한마음으로 전기료를 감면하는 법안(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냈지만 정부 반대에 직면해 있다. 정부는 한국전력(한전)의 적자와 재정 부담을 이유로 주저한다. 더욱이 정부는 여름을 보내며 전기료 인상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최근 수년간 급등한 국제 에너지 가격이 전기료에 반영되지 않으면서 한전은 원가 아래로 전기를 공급해 2021년 이후 47조 원 넘는 영업손실을 봤다. 한전 부채는 2020년 말 132조 5000억 원이었지만, 2021년 말 145조8000억 원, 2022년 말 192조8000억 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말 202조4500억 원, 가장 최근인 올해 6월 말에는 202조8900억 원을 기록했다.
길어진 여름이, 앞으로 더 길어질 여름이 걱정이다.
윤정길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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