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이적과 김동률
이적이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김동률이 초대 손님으로 등장한다는 소식에 팬들이 크게 흥분하고 있다. 두 사람은 1997년 프로젝트 그룹 ‘카니발’로 만난 사이다. ‘전람회’를 해체한 김동률과 잠정 활동 중단을 선언한 ‘패닉’의 이적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앨범(사진)을 발표했다. 이적은 ‘달팽이’ ‘왼손잡이’ 등의 노래로, 김동률은 ‘기억의 습작’ ‘취중진담’ 등의 노래로 음악성과 대중성을 거머쥔 후였기에 대중음악계의 기대는 매우 컸다.
“참 어렸었지/ 뭘 몰랐었지/ 설레는 젊음 하나로/ 그땐 그랬지/ 참 느렸었지/ 늘 지루했지/ 시간아 흘러라 흘러/ 그땐 그랬지…”(‘그땐 그랬지’ 일부)
김동률이 작사·작곡한 이 노래를 타이틀곡으로 미국을 오가면서 50인조 오케스트라가 참여해 만든 앨범이었다. 노랫말은 회고조였지만 두 사람의 나이는 불과 스물세 살이었다. 앨범 발매 1년 전 잼 콘서트에서 처음 만났던 두 사람은 함께 작업해 앨범을 내면 흥미롭겠다는 생각으로 공동작업을 하게 됐다. 어떤 틀에도 가둘 수 없는 자유로운 음악을 해보자는 게 목표였다. ‘그땐 그랬지’는 마치 뉴올리언스의 재즈클럽에서 흘러나올 것 같은 흥겨운 리듬과 멜로디를 앞세운 노래다. 실제로 세계적 브라스 세션인 제리 헤이 팀이 연주에 참여했다.
단 한 장의 앨범이지만 기념할 만한 노래들이 많다. 동화적인 노랫말이 인상적인 ‘비누인형’은 국어교과서에도 수록됐다. 또 이적이 노랫말을 쓰고 김동률이 작곡한 ‘거위의 꿈’은 훗날 선배 가수 인순이가 리메이크하면서 크게 히트한 곡이다. 이제 두 사람도 지천명의 나이에 이른 중견 가수가 됐다. 원숙한 나이의 두 가수가 만들어낼 화음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오광수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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