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인공 유성우’ 예고…지구는 안전합니다

이정호 기자 2024. 9. 1.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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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만든 우주선과 충돌하고 약 2주 뒤인 2022년 10월8일 촬영된 디모르포스 소행성 모습. 디모르포스 주변에 구름처럼 보이는 희뿌연 형상은 충돌 뒤 방출된 파편들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공
2년 전 우주서 ‘소행성 충돌’ 실험
이때 생긴 파편 300만개 중 일부
7년 뒤부터 지구로 낙하 가능성
크기 10㎝ 이하…“피해 없을 것”

# 지난달 12일(현지시간) 새벽, 미국 하와이 마우나케아산에 설치된 카메라에 어두컴컴한 밤하늘이 넓게 잡힌다. 고개를 들어 어디를 살피든 별이 가득하다. 그런데 잠시 뒤, 별이 아닌 ‘다른 것’이 나타난다. 검은 종이 위에 누군가 흰색 잉크를 쭉쭉 뿌리는 것처럼 보이는 밝은 직선이 잇따라 관찰된다.

1년 중 8월에 늘 찾아오는 ‘페르세우스 유성우’였다. 유성은 시간당 수십 개씩 등장했다. 이 우주쇼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관찰됐다. 페르세우스 유성우를 찍은 이 같은 영상은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페르세우스 유성우는 다량의 파편을 흩뿌리며 태양계를 도는 스위프트-터틀 혜성 궤도를 지구가 매년 지나치면서 나타난다. 먼지 등으로 이뤄진 파편이 지구로 진입하면서 대기와 마찰해 밝은 빛을 내뿜으며 타는 것이다.

페르세우스 유성우 외에도 이 세상의 모든 유성우는 자연 현상이다. 그런데 최근 뜻하지 않은 이유 때문에 사상 처음으로 ‘인공 유성우’가 생길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2년 전 지구인이 우주에서 실행한 한 실험 때문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인위적 충돌 뒤 파편 양산

지난달 이탈리아 밀라노공대와 스페인 바르셀로나 자치대 등에 소속된 공동 연구진은 논문 사전공개사이트 ‘아카이브’를 통해 독특한 연구를 발표했다.

그들의 연구 대상은 2022년 9월26일 실행된 ‘이중 소행성 경로 변경 실험(DART)’이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주도해 실시했다.

DART의 핵심 목표는 소행성 ‘디모르포스’에 자판기만 한 우주선을 일부러 충돌시키는 것이었다. 지름 160m, 중량 500만t인 디모르포스는 지구에서 1120만㎞ 떨어진 태양계 내부를 비행 중이었다. 여기에 우주선은 약 시속 2만3000㎞로 부딪쳤다. 음속의 18배에 이르는 엄청난 속도였다. 연구진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당시 충돌로 인해 모래알부터 자갈 크기에 이르는 파편이 디모르포스에서 뿜어져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개수로는 무려 300만개였다.

우주선과 소행성을 일부러 충돌시키는 것은 사실 이상한 일이다. 인간이 우주선을 띄우는 이유의 거의 전부가 ‘관측’이기 때문이다. 우주선과 장비가 파손되는 충돌은 최대한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그런데도 DART 목표가 처음부터 충돌이었던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인류의 현재 기술 수준에서 지구로 돌진하는 소행성에 대응할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찾는 것이 DART의 실행 이유였기 때문이다. 과학계가 고안한 방법은 우주선 같은 작은 인공 물체를 소행성에 ‘박치기’시켜 소행성의 비행 궤도를 바꾸는 것이었는데, 정말 그것이 효과가 있는지 알아보려는 것이었다.

소행성 비행 궤도를 바꾸는 것이 왜 중요할까. 축구를 보면 알 수 있다. 수비수들은 자기 팀 골대를 향해 공이 정확히 날아들면 필사적으로 몸을 날린다. 공이 몸에 맞으면 진행 방향이 굴절되면서 일단 실점은 피할 가능성이 커진다. 소행성 대응에서도 같은 방법이 먹히는지 확인해 본 것이다.

2022년 9월26일 소행성 ‘디모르포스’를 향해 돌진하는 우주선의 상상도. 지구로 다가오는 소행성의 비행 궤도를 인위적인 충돌로 바꿀 수 있는지를 확인하려는 실험이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공

지상 피해 일으킬 크기 아냐

그동안 우주과학계의 분석 끝에 디모르포스 소행성 궤도가 매우 크게 바뀌었다는 사실은 확인됐다. 그런데 이번에 이탈리아와 스페인 연구진은 2022년 충돌 당시 디모르포스에서 나온 300만개 파편 가운데 일부가 지구로 낙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새로 알아냈다.

컴퓨터로 궤도 계산을 해보니 다수의 돌 조각으로 이뤄진 디모르포스 파편과 지구가 우주 공간에서 지속적으로 만날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마다 디모르포스 파편이 지구 대기권으로 파고들면서 사상 처음으로 사람이 촉발한 유성우가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 것이다.

디모르포스 파편 크기는 대부분 0.003~10㎝ 사이일 것으로 분석됐다. 대기권과 마찰해 자신을 불태우며 유성우를 만들 수 있는 파편은 대략 0.1㎝ 이상이다.

연구진은 파편이 향후 7년 뒤부터 지구에 낙하하겠지만, 이때 지구에 돌입하는 파편은 유성우를 만들 만큼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유성우를 만들 만한 덩치를 가진 파편은 최대 30년 뒤에 지구를 찾아올 것으로 예측됐다.

혹시 파편 일부가 지상까지 낙하해 사람을 다치게 하지는 않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연구진은 10㎝ 이하 파편 크기로는 밤하늘에서 유성우를 만드는 일 이상은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지상 피해는 지구로 진입할 당시 파편 크기가 10m 이상은 돼야 일어난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디모르포스 파편의 일부는 화성으로도 향할 것”이라며 “우주에 흩뿌려진 파편들의 궤도를 숫자로 정밀하게 계산하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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