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구도심 지동 ‘재개발 기지개’... 대단지 아파트촌 탈바꿈

안형철 기자 2024. 9. 1.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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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동 115-11번지 일원 주택재개발정비 예정지역. 추진위 제공

 

수원의 대표적 구도심으로 꼽히던 지동이 환골탈태의 기회를 앞두고 있다.

지동은 수원특례시 중앙에 위치한 곳으로 행정구역은 수원화성과 바로 붙어 있다. 수원화성과 인접해 자연적으로 형성된 오래된 구도심인 만큼 주거환경정비가 절실한 지역이기도 하다.

1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가칭)지동 115-11번지 일원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 추진위는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인근 지역의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재개발 추진위에 따르면 해당지역인 115-11번지 일원은 9만6천356㎡로 459채의 건물이 들어서 있다.

추진위는 개발을 통해 2천세대의 아파트를 조성하고 그동안 지역에 부족했던 공원, 주차장, 어린이집, 도서관, 운동시설 등의 기반시설과 편의시설을 갖추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동 115-11번지 일원 주택재개발정비 예정지역. (가칭)지동 115-11번지 일원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 추진위 제공

■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노후된 주거환경 개선

재개발 추진의 가장 큰 이유는 노후화된 건물과 생활환경의 개선이다.

해당 지역은 총 459채의 건물 가운데 30년 이상 된 노후주택 비율이 58.3% 이상이며 무허가 주택은 4.5%, 비어있는 주택은 3%로 거주민들의 안전과 일상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더욱이 일대 건물 가운데 절반가량이 도시가스가 연결되지 않아 난방과 취사 등에 있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과거의 법령을 기준으로 주택들이 지어졌기 때문에 주차 문제 역시 심각하다.

최근의 주차장 설치 기준은 30㎡ 이상 세대는 0.9대, 30㎡ 이하 세대는 0.7대로 산정해 주차장을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지동의 경우 세대 당 0.3대를 기준으로 만들어져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주차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

도로 폭도 2~4m 수준으로 좁다. 이 때문에 화재 발생 시 소방차가 진입하지 못하는 구간 역시 상당하다.

추진위는 주차 문제에 더해 좁은 도로 폭 등은 소방차 진입을 방해할 수 있어 화재 발생 시 대형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도로 역시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사도가 많아 도로확장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노후주택에 따른 생활환경뿐 아니라 비어있는 주택 등은 범죄의 공간으로 활용돼 치안 문제로도 야기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수원시에서는 범죄 예방 차원에서 폐쇄를 지원하고 있지만 치안에 대한 불안감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2030 수원시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에 따르면 수원시 역시 지동의 노후화된 건물과 기반시설에 따른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다.

수원시는 지동의 경우 생활편의시설이 부족하고 노후 저층 건축물이 밀집돼 있어 주거환경·생활환경 지표가 낮게 분석된다고 판단했다.

또 자연재해 및 화재발생률이 높아 사회안전 방안 구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일대 주민 구성은 고령화 비율이 높고 기초수급자 및 학령기 인구 비율은 낮아 경제활력지표가 인근 생활권 내 가장 낮게 분석돼 경제활력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분석도 내놨다.

지동 115-11번지 일원 재개발 개요. (가칭)지동 115-11번지 일원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 추진위 제공

■ 문화재 보존지역 규제 완화, 주민 중심 개발계획

수원화성은 수원의 핵심 관광자산이자 상징이지만 지동의 경우 수원화성과 붙어있는 지리적 조건으로 인해 재개발 등 주거환경 개선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수원시 역시 수원화성의 문화재 보호를 위한 지속적인 규제로 지동의 인구가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수원화성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범위가 15년 만에 대폭 축소됐다.

이에 따라 200∼500m 구간의 건축물 높이 제한은 사라지고, 200m 이내 구간의 높이 제한도 완화됐다.

그동안의 건축 행위 규제로 인해 해당 지역의 주택 및 시설물은 지속해서 노후화됐고, 재건축·재개발도 이뤄지기 어려워 주민들이 재산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다는 것이 수원시 측의 설명이다.

지동 115-11번지 일원 역시 수원화성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200~500m 구간에 해당해 주거환경정비가 수월해졌다.

문화재보존구역 이외에도 지지부진한 재개발 과정과 재개발을 둘러싼 주민들의 내홍은 주거환경정비를 뒷걸음치게 해왔다.

사실 지동 115-11번지 일원은 노후주택이 많아 2006년부터 재개발이 추진돼 왔지만 주민들 간의 분쟁으로 지난해 결국 좌초됐다.

하지만 수원시가 발표한 ‘2030 수원시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에 따라 새로운 길이 열렸다.

수원시는 기존의 상향식 재개발 방식에서 행정절차를 최대한 간소화하고 주민을 중심으로 재개발 방식을 전환했다.

새로운 방식은 재개발 요건인 건물 노후도 수준과 지역주민 일정 비율 이상 동의가 있다면 주민들이 직접 재개발을 신청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추진위는 지난 7월13일 설명회를 개최하고 ‘2030 수원시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과 지동 115-11번지 일원의 재개발 재추진을 설명했다.

또 오는 7일을 비롯해 지속적인 주민설명회를 계획하고 있다.

과거 내홍으로 실패했던 만큼 투명한 정보제공과 설명회를 통해 주민들 간의 공감대 형성을 우선하겠다는 것이다.

수익성을 넘어서 위태로운 현재의 주거환경을 더 이상 이어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 추진위 측의 입장이다.

추진위 관계자는 “이번에 바뀐 도시정비계획에 따라 주민주도 형식으로 더욱 간소화되고 수월한 방식으로 재개발을 풀어갈 수 있다”며 “무엇보다 지역주민의 알권리를 우선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인터뷰 김명종 재개발조합 추진위원장

김명종 지동 115-11번지 일원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 추진위원장. 홍기웅기자

(가칭)지동 115-11번지 일원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 추진위의 김명종 위원장은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오랜 시간 동안 재개발이 추진됐지만 조합장 자리를 두고 벌어진 다툼과 반목으로 거주민들의 신뢰를 잃어 조합이 해산, 재개발이 무산돼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주거환경 정비가 절실해지자 그가 나섰다. 그는 현재 없어졌던 조합을 다시 만들기 위해 주민주도 형식으로 재개발을 추진하며 관련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지역 주민의 ‘알 권리’를 우선으로 두겠다는 입장이다. 지동의 생활 패러다임을 바꾸고 싶다는 김 위원장을 만나봤다.

Q. 지동 재개발이 오래 전부터 추진됐다고 들었는데 지금까지 진행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A. 지동 115-11구역의 재개발은 2006년부터 논의됐다. 2006년 11월8일 재개발 추진위원회가 승인을 받은 이후 2009년 정비 구역으로 지정, 같은 해 9월25일에 조합 설립이 인가됐다. 여기에 2012년 1천300세대의 신축 사업 시행 계획까지 인가되며 우리 지역이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싹텄다.

하지만 조합 집행부의 욕심으로 재개발 추진 계획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당시 조합 집행부들은 비업체를 통한 이면계약을 추진하거나 조합장 자리를 두고 다투는 등 조합원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했다. 이후 전 조합장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위반한 소식을 조합원들이 접했을 때는 모든 믿음을 상실, 사실상 조직이 와해되기 시작됐다.

조합원 간 고소·고발이 난무하는 등 혼란이 지속되자 임시 조합장 3명이 등장했지만 임시 조합장끼리도 갈등과 반목이 이어졌다. 이에 총회를 개최했는데 이미 사망한 사람을 참석 명단에 포함시키거나 투표를 하지 않았음에도 투표를 했다는 등 시간을 낭비하다가 결국 조합원들은 물론 주민들의 신뢰마저 무너져 내렸다.

그렇게 허송세월로 보냈더니 2020년 재개발을 추진하는 정비구역 해제와 관련해 토지 등 소유자 597명을 대상으로 이뤄진 조사에서 개발 찬성 34.1%, 개발 반대가 41.8%로 재개발 추진 동력을 상실, 조합 인가도 취소되며 재개발이 무기한 연기됐다.

Q. 20년 가까이 재개발이 진행되지 않았다면 해당 지역의 낙후 정도가 심각할 것으로 보이는데.

A. 재개발을 두고 벌어진 갈등 끝에 지동 115-11구역은 빠르게 낙후된 지역으로 굳어졌다. 특히 노후화된 건물로 인해 주민들의 안전마저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지역의 건물 10채 중 6채 정도가 30년 이상 건물이다. 또 무허가주택과 비어있는 주택(공가)도 많아 사실상 ‘유령도시’처럼 보이는 곳도 곳곳에 있다. 특히 주차 문제의 경우 노후 건물이 많아 세대 당 0.3대를 기준으로 만들어져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주차조차 되지 않을 정도다.

또 절반가량이 도시가스가 연결되지 않을 정도이며 좁은 도로폭, 계속되는 주민 고령화 등도 근심거리다.

Q. 이런 열악한 환경이 재개발 조합 추진의 계기가 됐는지.

A. 앞서 말씀드린 현상이 계속되자 수원시에서 범죄 예방 차원에서 비어 있는 주택을 폐쇄하는 등 지원책을 펴고 있긴 하지만 이 같은 ‘땜질’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되긴 어렵다. 그래서 재개발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조합 없이는 내가 사랑하는 지역이, 이대로 고사될 것이라는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결국 사비를 들여 추진위를 구성, 위원장을 맡아 현재까지 지동의 새로운 모습을 위해 조합 구성에 힘쓰고 있다.

Q. 이전 실패에서 벗어난 새로운 방향성과 행동이 필요할 듯 하다.

A. 지동은 이득 다툼 때문에 재개발이 무산된 뼈아픈 경험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거기에서 벗어나 지역과 주민을 위한 재개발, 그리고 이를 한 목소리로 모을 수 있는 조합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그래서 추진위는 삶의 터전에서 나가고 싶지 않은 분, 이전 조합의 행태에 실망해 재개발을 거부하는 분, 재개발 자체를 원하지 않는 분 등 다양한 사람들을 설득해 이해를 돕고 있다.

특히 법과 원칙에 맞춰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해 재개발이 필요한 이유와 지역 현황 등을 담은 1차 주민설명회를 지난 7월13일 개최했으며 오는 9월7일 2차 설명회를 열어 지속적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다가갈 생각이다.

이전과 다르게 주민과 조합원을 위한 조합, 최대한의 권리를 보장하는 조합이 되기 위해, 그리고 주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멈추지 않고 나아갈 생각이다.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지만 실패를 거름삼아 주민들이 색안경을 벗고 환골탈태를 꿈꾸는 추진위에 힘을 실어줬으면 좋겠다.

안형철 기자 goahc@kyeonggi.com
김한울 기자 dahan810@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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