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성과 따지지도 않고…총수 가족에 RSU 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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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제한 조건부 주식'(RSU·알에스유)은 단기 성과 중심의 경영이라는 기존 상여금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고안된 제도다.
전문가들은 구체적 성과 목표를 마련하거나 총수 가족에게는 알에스유 지급을 금지하는 제도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창민 한양대 교수(경제학)는 "현행 알에스유는 사실상 무상으로 주식을 지급하는 제도다. 구체적인 성과 조건을 마련하고 이를 충족한 경우에만 주식을 지급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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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건 중 21건 ‘성과 지표’도 없어
‘양도제한 조건부 주식’(RSU·알에스유)은 단기 성과 중심의 경영이라는 기존 상여금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고안된 제도다. 좀더 장기적인 안목으로 기업 성장을 도모할 수 있도록 성과를 장기간 이연해 보상하기 때문이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객관적인 성과 평가다. 그러나 1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대기업집단 총수 가족의 알에스유 현황을 보면, ‘성과 지표’가 빠져 있다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총수 가족의 지배력 강화에 알에스유 제도가 이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까닭이다.
이날 공정위가 발표한 대기업집단의 알에스유 도입 현황을 보면, 지난해 총수 가족에게 알에스유를 약정한 22건 중 구체적인 성과 목표가 설정된 경우는 단 1건에 불과했다. 나머지 21건은 구체적인 성과 평가가 이뤄지지 않은 채 주식이 지급되는 셈이다. 예를 들면, 한화그룹은 6개월 이상만 재직하면 10년 뒤 주식을 취득할 수 있다. 두산그룹은 2~3년 재직하면 해당 기간이 지난 시점에 지급한다. 아모레퍼시픽은 특별한 조건 없이 3년 뒤부터 3년간 분할해 지급하기로 했다. 에코프로는 지난해 체결한 알에스유를 올해와 내년에 나눠 지급한다. 3년 뒤 주식을 지급하기로 했던 엘에스(LS)는 ‘지배력 확대’ 등 논란을 고려해 올 3월 알에스유를 철회한 바 있다.
물론 한화나 에코프로 등은 알에스유 대상 임원이 “직무상 중대 과실이 발생하거나 징계를 받은 경우” 지급을 취소하는 보완책을 마련해두었다. 그러나 총수 일가의 기업 지배력이 강고한 한국 기업 문화에서, 이사회가 이들의 경영상 과실 등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는 점에서, 취소 규정만으로 제도 악용을 막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산은 취소 규정마저 없었다.
이들 기업이 설계한 알에스유는 구체적인 장래 성과 조건을 명시하는 국외 및 국내 일부 사례와도 대조적이었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는 매출과 영업이익 목표를 설정해두고, 달성 수준에 따라 주식 지급 규모를 차등한다. 국내에서는 네이버가 이런 제도를 운영한다. 코스피200 지수 대비 네이버의 상대적 주가상승률이라는 구체적인 조건을 명시했고, 3년에 걸쳐 매년 30%, 30%, 40%씩 나눠 지급된다. 2022년 주가 부진 탓에 같은 해 초 12억원 상당 알에스유(4166주)를 받은 최수연 대표이사는 이듬해 지급 약정된 물량(30%·1회차) 전량이 취소된 바 있다.
전문가들은 구체적 성과 목표를 마련하거나 총수 가족에게는 알에스유 지급을 금지하는 제도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주주 등 특수관계인에게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이 금지된 것과 달리, 알에스유에는 규제가 마련되지 않아 총수 가족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우회로로 이용된다는 것이다.
이창민 한양대 교수(경제학)는 “현행 알에스유는 사실상 무상으로 주식을 지급하는 제도다. 구체적인 성과 조건을 마련하고 이를 충족한 경우에만 주식을 지급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재홍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변호사)도 “알에스유는 대주주나 특수관계인에게 스톡옵션 부여를 금지하는 규정을 우회하기 위한 꼼수로 보인다”며 “총수 가족에게는 알에스유 지급을 하지 못하도록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화 쪽은 “가득기간 종료 시점의 미래 주가가 개인의 성과 보상액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주가가 곧 성과 지표’가 되는 ‘기간연동형’이 회사 및 주주가치 제고라는 알에스유 본연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또 “단기성과급을 전면 폐지하고 알에스유만 부여하는 점과 가득기간이 최대 10년인 점도 고려했다”는 입장이다. 한화 쪽은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회사가 특성에 맞게 알에스유를 자율적으로 설계하는 것이 회사 및 주주가치 제고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별도의 규제가 없다고도 밝혔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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