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대 못 미친 여야 대표회담, ‘의료대란’ 대처라도 힘 모아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국회에서 회담을 갖고 현안들을 논의했지만 뚜렷한 성과물을 내놓지는 못했다. ‘채 상병 특검법’,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 핵심 쟁점들에 대한 입장차만 확인했다. 민생은 힘겨운데 갈등만 하는 무기력한 정치의 돌파구를 기대했던 국민들로선 아쉬움이 크다. 그나마 ‘의료대란’ 우려에 공감하고 국회 차원의 대책을 협의키로 한 것은 다행이다. 민생의 책임감을 느낀다면 두 대표는 이번 만남을 끝이 아닌 시작으로 삼아 정치 복원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한 대표와 이 대표는 회담 후 현안에 대한 합의문 대신 공동발표문을 내놨다. 당초 의제에서 제외됐던 의·정 갈등 사태에 대한 입장을 공동발표문에 담은 것은 “왜 만났나”라는 소리가 나올 뻔한 회담에서 눈에 띄는 부분이다. 두 대표는 의료 차질 우려에 공감하고 국회 차원의 대책을 논의하기로 하는 한편 정부에 추석 연휴 응급의료체계 구축을 당부키로 했다. ‘응급실 상황에 문제가 없다’는 정부를 사실상 질책하며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한 것이다. 국민의 생명·안전과 직결되는 ‘의료대란’보다 시급한 민생 문제는 없다. 여야는 공감대를 마련한 만큼 우선적으로 의료대란 대처에 힘을 모아야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이 핵심 쟁점들에 대해 서로 거리만 확인한 것은 여전히 향후 국회 상황을 우려하게 한다. 무엇보다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 특검법에 합의하지 못한 것은 민심의 기대를 저버린 일이다. 한 대표는 민주당이 제3자 추천을 수용한 마당에 ‘일방적으로 정한 기한에 맞춰 당 입장을 낼 수는 없다’는 기존 태도만을 고수했다. 본인 입으로 약속한 사안인데도 시간 끌다 뭉개겠다는 무책임한 태도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적어도 어떤 프로세스를 거쳐 어떻게 법안을 발의하겠다는 계획이라도 내놨어야 하는 것 아닌가. 전 국민 25만원 지원금 지급, 금투세 폐지 등 여야의 관심 현안들도 합의 없이 종합적 논의로 미뤘다.
두 대표가 회담에서 ‘정치 복원’에 한목소리를 낸 것은 주목된다. 정치 복원 의지가 다르지 않다면 두 대표는 이번 만남을 협치의 출발점으로 삼아 시민들에게 정치의 효능감을 주도록 노력해야 한다. 당장 2일부터 국정감사와 예산 심사 등 한 해 국회의 성패가 달린 22대 국회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여야는 갈등과 충돌이 아니라 어려운 민생을 살피고 현안을 해결하는 생산적인 정기국회를 만들 것을 당부한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 난맥에 대한 국민 우려가 크다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다. 국회라도 그 빈자리를 메워 민심·민생을 살피고 다독이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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