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노인일자리 사고’ 눈감은 정부 [심층기획-노인일자리 100만 시대의 그림자]

조희연 2024. 9. 1.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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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사고 접수 1만8100여건
통계 누락으로 파악 못한 사고
4000여건 달해… 관리는 뒷전
정부가 확인하지 못한 ‘노인일자리’ 사고가 지난 5년간 4000건 넘게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1000만 어르신 시대를 맞아 노인일자리를 확대하겠다”며 정부 주도의 일자리를 내년에 110만개까지 늘리겠다고 했지만, 안전 관리는 뒷전에 머물고 있다.

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가 공식 집계한 지난 5년간 노인일자리 안전사고는 총 9309건이다. 여기엔 2022년 경기 양평에서 쓰레기 줍기 활동을 하던 노인일자리 참여자가 차에 치여 사망한 사례는 포함되지 않았다. 취재가 이뤄지기 전까지 복지부는 이 사고가 통계 누락된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취재 후 진상을 파악한 복지부는 “사고 정보를 입력하는 수행기관 노인일자리 담당자가 바뀌면서 누락됐는데 미처 발견 못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누락된 경우가 더 있냐는 질문에는 “매달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며 “상해보험 신청을 하지 않으면 놓칠 수 있지만, 보험 신청을 독려하고 있어서 (누락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실을 통해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노인인력개발원(개발원)에 확인한 결과 양평 사례처럼 정부 통계에 잡히지 않은 사고는 몇 건이 아니라 4108건이나 더 있었다.

개발원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노인일자리 업무시스템’에 접수된 노인일자리 참여자의 사고는 모두 1만8105건이다. 정부는 이 중 보험심사서 일자리 연관성이 인정돼 보험금이 지급된 경우만 안전사고로 집계하고 있다. 이에 따라 5년간 안전사고로 인정된 공식 사고가 9309건이고, 인정되지 않은 사례가 4688건이다.

나머지 4108건은 안전사고 인정 여부가 파악되지 않은 ‘미확정’ 상태로, 지금까지 시스템 어딘가에 묻혀 있는 ‘유령’ 숫자였다. 취재가 시작된 후에야 개발원이 규모를 파악했다.

연도별로는 △2019년 218건 △2020년 722건 △2021년 1015건 △2022년 1460건 △2023년 693건이다. 이 사고가 모두 안전사고로 인정됐을 경우, 지난 5년간 발생한 노인일자리 안전사고는 최대 1만3417건으로 늘어난다. 정부가 기존에 발표한 9309건의 1.4배 수준이다.
4108건의 통계 누락은 노인일자리 담당자가 노인일자리 업무시스템에 보험심사 결과를 입력하지 않아 발생했다. 복지부와 개발원 관계자는 “그동안에는 보험금 지급 여부 기록이 의무가 아니었다”면서 “보험심사가 최대 6개월까지 걸리고, 중도에 담당자가 바뀌기도 해서 누락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전사고가 인정된 경우 보험금은 정상 지급됐고, 시스템에 기입만 안 된 것”이라며 “올해는 발생한 사건에 대해 최종 결과까지 입력하도록 지침을 강화했다”고 해명했다.

현장 목소리는 다르다. 노인일자리 담당자들은 “담당자가 일일이 참여자에 연락해 보험심사 결과를 확인해야 하는 구조가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보험심사 결과는 보험 청구인인 노인일자리 참여자에게만 통보되기 때문에 담당자는 확인할 수 없는 구조다. 심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참여자에게 매번 연락해 결과가 나왔는지, 승인이 됐는지 물어봐야 하는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노인일자리 담당자가 안정적으로 업무를 이어나갈 수 있는 환경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계약직 담당자 한 명이 참여자 150명을 관리하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인일자리 담당자로 근무했다가 퇴사한 김모(30)씨는 “노인일자리 담당자 대부분은 1년 계약직으로 호봉도 없고, 성과급도 없고, 소속 기관에서도 차별을 받는데, 누가 소명의식을 가지고 일하겠냐”면서 “막중한 업무 부담은 퇴사를 앞당기고, 퇴사자의 공백은 남은 직원의 업무 부담으로 이어져, 업무 수행에 소홀해지는 악순환을 일으킨다”고 꼬집었다. 서 의원은 “윤석열정부가 노인일자리의 ‘양적 증가’라는 가시적 성과에만 치중한 것이 아닌지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며 “늘어난 일자리 수만큼 현장 전담인력을 늘리는 등 정부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희연·윤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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