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삐딱하게 보기 [열린편집위원의 눈]

한겨레 2024. 9. 1.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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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국', 대한민국이 가진 구조적 문제를 언급할 때 종종 사용되는 단어다.

서울공화국, 사기공화국 등 많은 수식어가 있지만, 나는 '갈등공화국'이란 단어가 한국에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갈등이 심한 나라다.

정확히 말하면, '갈등이 심하다는 생각'의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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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입소스가 28개국을 대상으로 문화 갈등에 대한 시민 인식을 조사한 결과, 한국은 정치·빈부격차·계급·이념·젠더 등 거의 모든 항목에서 갈등이 심각하다고 보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클립아트코리아

손종욱 | 아주대 학생

‘○○공화국’, 대한민국이 가진 구조적 문제를 언급할 때 종종 사용되는 단어다. 서울공화국, 사기공화국 등 많은 수식어가 있지만, 나는 ‘갈등공화국’이란 단어가 한국에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갈등이 심한 나라다. 정확히 말하면, ‘갈등이 심하다는 생각’의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다. 비슷하지만 다른 뜻이다. 전자는 객관적인 수치를 말하지만, 후자는 주관적인 생각을 말한다. 실제 상황이 심각하지 않더라도 그렇게 생각하는 비율이 높다면 높게 측정될 수 있다. 2021년 입소스는 28개국을 대상으로 문화 갈등에 대한 시민 인식을 조사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정치, 빈부격차, 계급, 이념, 젠더, 세대, 종교, 노사 등 거의 모든 항목에서 최상위권을 차지했다.

그런데 통계를 보면 언뜻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있다. 우선 종교 간 갈등에 대해 78%가 심각하다고 답해 1위를 기록했다. 힌두교-이슬람교 갈등으로 인해 내전까지 벌였고 아직까지도 갈등이 계속되는 인도보다 높은 수치다. 종교로 인한 갈등이 없는 건 아니지만 우리가 인도보다 높다고 할 수 있을까? 빈부 갈등에선 91%가 심각하다고 답해 칠레와 함께 공동 1위를 기록했다. 2022년 기준 대한민국 지니계수는 0.324다. 지니계수는 낮을수록 평등함을 뜻한다. 2021년 기준 칠레의 지니계수는 0.449다. 객관적으로 우리가 칠레와 비슷한 수준으로 빈부격차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는 이런 문제들에 왜 과민할까? 극단적인 사례만 보기 때문이다. 단편적인 사례에서 나온 뉴스는 이해를 돕지만, 사실을 왜곡하고 과장할 수 있다. 문해력 문제를 수면에 올린 교육방송(EBS) ‘당신의 문해력’이 그랬다. 학교 하나를 찾아가 문해력과 어휘력이 부족한 학생들을 사례로 들었다. 그 학교 하나가 대한민국 모든 학생의 문해력을 대표할 수 있는가? 통계에선 정반대 결과가 나왔다. 201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국제성인역량조사에 따르면 16~24살 청년층은 문해력 항목 4위를 기록했다. 35~44살은 평균 이하이며, 45살 이후는 하위권, 55~65살은 최하위권이다. 문해력은 젊은층이 아닌 노년층의 문제다. 우리는 제작진 입맛대로 짜깁기된 자료를 봤을 뿐이다. 그리고 그런 일은 뉴스에서 매일 반복되고 있다.

우리는 음주운전이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더 강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방송(KBS)은 일본이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한 이후 30년간 사망자 수가 10분의 1로 줄었다고 보도했다. 우리는? 2000년 1217명에 달했던 사망자 수가 2023년 159명으로 줄었다. 일본과 비슷하다. 음주 사고는 매년 감소하고 있으며, 사회적 인식 역시 크게 바뀌어가고 있다.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통계에서 음주운전이 20~30%대인 미국, 유럽 등의 국가와 달리 우리나라는 6% 수준이다. 물론 음주운전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다. 그러나 미디어와 대중 모두 사례 하나만 보고 분노하며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말을 할 뿐, 음주운전을 둘러싼 통계와 사고 추이 등을 볼 생각은 없다. 영화로 치면 쇼츠 하나만 보고 감탄하는 격이다.

문제를 공론화하는 뉴스를 봤다면, 바로 받아들이지 말고 다음과 같이 해보자. 첫째, 뉴스의 근거가 개별 사례이거나 경험이라면 내용을 의심해본다. 앞서 말했듯 뉴스 생산자가 의도하고자 하는 내용으로 왜곡될 수 있다. 둘째, 커뮤니티 글은 무시한다. 누구나 없는 사실을 지어낼 수 있는 곳이다. 셋째, 통계가 쓰였다면 적절하게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통계인지 확인한다. 근거로 든 통계가 출처 불명이거나, 너무 옛날 것이어서 의미가 없는 경우도 있다.

※‘열린편집위원의 눈’은 열린편집위원 7명이 번갈아 쓰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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