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기술의 시대 더 필요한 선비정신

강현철 2024. 9. 1.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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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의 사상적 배경과 그가 실천하고자 했던 덕목들을 하나하나 풀어 나가면서 역사 속에 잊혀져가는 선비의 모습을 재현한 책이다.

선비정신의 근본이 되는 우주적 자연관과 거기서 싹튼 인간학, 사회학 그리고 죽음과 삶에 관한 체계적 고찰을 통해 선비의 본모습을 살려낸다.

이런 자연관을 바탕으로 선비가 추구한 인간상은 도덕생명 정신에 바탕을 두고, 측은지심, 충서의 정신, 예 등을 통해 자신, 가정 그리고 국가라는 사회 안에서 만물에 대한 사랑을 완성해 나가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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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 사유와 삶의 지평 김기현 지음 / 민음사 펴냄

선비의 사상적 배경과 그가 실천하고자 했던 덕목들을 하나하나 풀어 나가면서 역사 속에 잊혀져가는 선비의 모습을 재현한 책이다. 선비란 진리와 도의에 입각, 자아를 확립하고 완성하려 했던 사람이다. 책에서 선비는 퇴계 이황 선생의 학문과 삶을 모델로 한다. 선비가 보여준 진지한 사색과 '참자아의 완성과 타자의 성취'의 정신은 시대를 뛰어넘어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선비정신의 근본이 되는 우주적 자연관과 거기서 싹튼 인간학, 사회학 그리고 죽음과 삶에 관한 체계적 고찰을 통해 선비의 본모습을 살려낸다.

책은 4부로 구성돼 있다. 1부는 자연으로 "대인(선비)은 천지와 덕을 합일한다"고 한다. 자연은 사물들의 집합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만물을 생성하고 주재해 나가는 요람으로 하나의 거대한 창조적 역량이다. 만물은 사물의 음양 성질의 부단한 상호 작용에 의해 생성 변화하는데, 도(道)는 그런 상호 작용과 생성 변화를 이끌고 거기에 질서와 조화를 부여하는 우주 자연의 역동적인 섭리다. 선비는 만물은 제각각 생성의 결을 갖고 있으며, 인간은 그에 입각해 순리적으로 처사하고 삶을 영위해야만 타고난 존재의 이치를 실현하면서 자연의 조화로운 통합에 기여할 수 있다고 여겼다. 2부는 인간으로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삶-물아일체의 정신'이다. 이런 자연관을 바탕으로 선비가 추구한 인간상은 도덕생명 정신에 바탕을 두고, 측은지심, 충서의 정신, 예 등을 통해 자신, 가정 그리고 국가라는 사회 안에서 만물에 대한 사랑을 완성해 나가는 인물이다. 선비는 "물(物)과 아(我)가 일체"임을 깨달으면서 생명애의 정신으로 만물을 대면한다. 3부는 사회다. 선비는 사물들의 현상적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근원적으로 서로 교감하고 상통하면서 화해로운 생명의 세계를 열어 나가려 했다. 천지만물의 이치(이·理)를 삶의 준거로 삼아 이의 탐구와 실천을 학문의 주제로 삼았다. 선비가 평생토록 추구했던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의 이념에는 사회에 대한 깊은 성찰이 깔려 있다. 4부는 죽음과 삶으로, 선비가 죽음을 이해하는 태도를 얘기한다. 사물은 필연적으로 그에 앞서 있는 타자를 그것의 역사 속에 갖는다. 자신의 죽음(終·종)을 존재의 부정으로 여기지 않고, 뒤로 이어지는 후손(시·始)에게서 새로운 긍정을 전망하는 존재연쇄 관념이 내재돼 있다.

급속한 기술 발전속에서 오히려 인문(人文) 정신을 잃어가고 있는 요즘이다. 책은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고 삶을 반추하며 참자아를 찾는 길을 알려준다.

강현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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