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딥페이크 성범죄, 텔레그램만 문제?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한 불법 포르노그래피 영상물 제작·공유 행위가 최근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딥페이크 포르노 동영상은 기존 포르노 동영상에다 인공지능(AI)기술을 활용하여 타인의 얼굴을 입히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텔레그램의 익명 채팅방을 활용한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자 중에는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교사와 공무원, 군인, 기자도 딥페이크 채팅방의 피해자로 알려지면서 전 국민이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딥페이크 음란물을 소지하거나 보는 경우에도 형사 처벌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차원에서도 딥페이크 동영상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자는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솔직히, 정부와 국회 대책에 그리 신뢰가 가지 않는다. 공무원들과 정치인들이 며칠 고민해서 내놓는 대책으로 딥페이크 성범죄가 절대 근절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동안 처벌 수위가 낮아서 디지털 성범죄가 확산된 것도 아니었다.
N번방 사건과 텔레그램 딥페이크 사건은 한마디로 뒤틀린 포르노 규제가 낳은 한국적 괴물이다. 현행법은 포르노를 제작·유포·상영하는 일체의 행위를 모두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포르노를 소비하고 있다.
많은 경우, 해외 인터넷 스트리밍 사이트를 이용한 포르노 소비가 이뤄지고 있다. 국내에서 접속이 차단되어도 가상사설망(VPN)을 통해 우회하여 해외 포르노 사이트에 접속하는 실정이다. 극히 일부는 딥페이크 기술 등을 통해 불법으로 제작된 포르노를 텔레그램 등을 이용해서 소비한다.
그렇기에 딥페이크 성범죄를 텔레그램 채팅방만의 문제로 보아서는 안된다. 오히려 인터넷에는 더 많은 딥페이크 동영상들이 넘친다. 구글 검색에서 '딥페이크 포르노(Deepfake porn)'라고 치면 수많은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나타난다. 18세 이상이면 시청 가능한 영상들이다. 일본과 미국 등에서 촬영된 포르노 영상에다 딥페이크 기술로 국내 유명 가수와 배우 등의 얼굴을 입힌 합성물이다.
비록 '가짜(fake)'라는 자막이 있지만 유명 가수와 배우 등은 이미 포르노 주인공처럼 소비되고 있다. 지난해 미국 보안서비스업체의 조사에서 딥페이크 포르노의 피해자 중 절반 이상(53%)이 한국인일 정도로 우리나라는 딥페이크 음란물에 취약하다. JYP엔터테인먼트 트와이스, YG의 블랙핑크 멤버들의 딥페이크 포르노 역시 오래전부터 유통되고 있다. JYP측은 "최근 아티스트를 대상으로 한 딥페이크 영상물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으나 뒤늦은 사태파악일 뿐이다.
딥페이크 기술 자체는 나쁜 것은 아니다. 노인의 젊은 시절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게 하고, 고인의 생전 모습도 되살릴 수 있다. 또 가상인간과의 대화로 만들어낼 수 있다. 하지만 딥페이크 성범죄 동영상은 타인 얼굴 등의 이미지를 허락 없이 사용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동의하지 않은 여성의 이미지를 포르노 동영상으로 만드는 것은 여성 인격권에 대한 치명적인 침해다. 즉, 해당 여성은 타인들에 의해 일방적으로 포르노 속 주인공으로 소비하게 된다. 만약 10대 청소년의 얼굴을 딥페이크 성범죄에 사용하면 이는 바로 아동포르노가 된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불법 포르노가 사회문제로 불거질 때에만 엄벌을 반짝 내세워왔다. 하지만 재판에서는 이런 저런 이유로 감형해왔다. 지난 2019년 포르노 사이트를 운영하며 아동포르노를 유통시킨 S씨는 겨우 1년 6개월의 실형에 그쳤다. 미국에서 아동포르노를 유통시켰다면 예외 없이 최소 15년 징역형이다. 딥페이크 성범죄 영상물을 제작·소지한 경우, 공유·유포하지 않았다면 그동안 집행유예를 받아왔다.
이제라도 만연해진 국내 포르노 소비를 인정하고, 허용가능한 포르노와 허용불가능한 포르노를 구별할 필요가 있다. 그런 뒤에 불법 포르노에 대한 가혹할 만큼 엄격한 법적용을 해야 한다. 아동포르노, 폭력물 포르노, N번방 사건처럼 강제로 만든 포르노와 리벤지 포르노, 딥페이크 포르노 등은 모두 불법으로 강력한 단속과 엄격한 처벌의 대상이다.
이와 함께 청소년들에게 건전한 포르노 소비 교육과 함께 불법적인 음란물에 노출되지 않도록 유도하는 '포르노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하다. 청소년들이 일시적 충동에서 불법 포르노 제작·유통에 관여하지 않도록 계도하는 것도 포르노 리터러시의 주요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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