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에서 평창까지, 9월에 떠나는 지역 여행지 5곳

손봉석 기자 2024. 9. 1.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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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근대의료박물관’ 한국관광공사 제공



낙후된 건물이라도 역사적인 가치를 인정받고 새롭게 주목받는 이색적인 곳들이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9월 추천 가볼 만한 곳 테마는 ‘공간의 재활용’으로 자칫 사라질 뻔한 건축을 재생하여 지속 가능한 여행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지역들을 소개했다. 추천된 지역 여행지는 역사와 치유가 어우러진 문화 공간인 거창근대의료박물관(경남 거창), 5·18민주화운동의 흔적들이 생생한 광주 전일빌딩245(광주 동구), 쓰레기 소각장이 예술의 중심지가 된 부천아트벙커B39(경기 부천), 산골 학교라서 더 낭만적인 평창무이예술관(강원 평창) 그리고 상상력의 놀이터인 충주 오대호아트팩토리&코치빌더(충북 충주)등 5곳이다.

경상남도 거창군에 위치한 ‘거창근대의료박물관’은 1954년에 지어진 옛 자생의원으로 거창지역 최초의 근대병원이다. 2006년 의원이 문을 닫으면서 설립자 고 성수현 원장의 유족들이 시설을 기부하고 거창군청이 부지를 매입했다. 2013년에 문화재청 등록문화재로 지정받은 후 2016년에 거창근대의료박물관으로 다시 태어났다. 현재 의료전시관이 된 병원동은 당시의 처치실, 수술실, X선실 등의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고, 생김새가 낯선 옛 수술기구들과 의료시설들이 눈길을 끈다. 의사가 거주했던 주택동에는 그 시절에 사용했던 다양한 생활용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요즘 거창근대의료박물관은 특색있는 근대의료문화 콘텐츠를 바탕으로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흥미진진한 근대의료의 역사를 듣는 이야기의 공간이자 역사와 치유를 경험하는 이색적인 문화 체험의 공간으로 채워가고 있다. 때때로 박물관의 앞마당은 삶을 위로하는 힐링 콘서트의 공간으로 이용된다.

‘거창근대의료박물관’ 한국관광공사 제공



‘전일빌딩245’ 한국관광공사 제공



5·18민주화운동의 흔적들을 지닌 광주광역시 ‘전일빌딩245’는 이 건물을 향해 헬기에서 사격한 총탄의 흔적을 볼 수 있는 장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진행한 현장 조사에서 245개 탄환이 확인되었고, 이는 헬리콥터 등 비행체에서 발사되었을 것으로 결론 내렸다. 국과수 결론 이후 이곳을 5·18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알리는 공간으로 리모델링을 했다. 지상 10층과 지하 1층 중 광주콘텐츠허브로 사용 중인 5~7층을 제외한 나머지 층에 전시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중요한 전시 공간은 10층과 9층이다. 외부에서 날아온 탄흔 원형을 보존하는 장소다. 헬기 사격을 목격한 증언을 참고해 제작한 멀티 어트랙션 영상도 재생 중이다. 모형 헬리콥터 UH-1H 기종과 M60 기관총, 전일빌딩245 주변을 재현한 디오라마 축소 모형, 왜곡의 역사, 진실의 역사 등을 주제로 전시물을 관람할 수 있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은 5·18민주화운동을 기록한 방대한 양의 자료를 보관 전시하는 공간이다. 5·18민주광장에 가면 당시를 촬영한 사진과 영상에 등장하는 원형 분수대를 볼 수 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아시아와 문화를 주제로 전시와 공연이 이뤄지는 광주의 대표적인 문화시설이다.

‘전일빌딩245’ 한국관광공사 제공



‘부천아트벙커B39’ 한국관광공사 제공



경기도 부천시 오정구에 자리한 ‘부천아트벙커B39’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방문객이 이어지고 있지만 원래는 부천 중동신도시 개발 때 설치된 ‘삼정동 소각장’이었다. 1995년 문을 연 소각장은 1997년 ‘다이옥신 파동’을 겪으며 환경파괴 문제가 제기돼오다가 2010년에 폐쇄가 됐고, 이후 수년간 재정비를 거쳐 2018년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과거 소각장 구조를 그대로 보존을 하면서도 벙커와 멀티미디어홀, 에어갤러리 등 다양한 예술 공간을 만들었다. 쓰레기 저장조였던 벙커는 높이만 39m에 달하는 거대한 구조물이다. ‘부천아트벙커B39’라는 이름도 여기에서 기원한다. 전시관에서는 융복합 예술을 추구하는 현대미술 작품들과 친환경을 주제로 한 행사와 공연 등을 선보이고 있다. 오는 6일부터 8일까지는 융복합예술축제 ‘벙커페스타’가 열린다. 부천 지역의 문화예술을 더 즐기고 싶다면 초대형 미디어아트 작품을 전시한 레노부르크뮤지엄, 한국 만화의 역사를 소개하는 한국만화박물관도 2001년 개관 후 꾸준히 방뭉객이 이어지는 흥미로운 곳이다.

‘부천아트벙커B39’ 한국관광공사 제공



‘평창무이예술관’ 한국관광공사 제공



강원도 평창에 무이초등학교가 1999년 폐교를 한 후 조각가 오상욱, 서양화가 정연서, 서예가 이천섭 등 예술가를 만나 2001년 ‘평창무이예술관’(이하 무이예술관)으로 변신을 했다. 기존에 학교 틀을 그대로 살린 채 학교 운동장은 조각공원으로, 교실은 전시실로 꾸몄다. 나무 복도 바닥, 칠판, 풍금 등 무이초등학교 시절 추얷이 서린 흔적이 남아 예술관에 머무는 내내 옛 시골 학교 정취도 만끽할 수 있다. 무이예술관을 꾸린 작가들 전시와 다양한 기획 전시를 감상하고 화덕 피자 만들기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예술 체험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2층 규모 갤러리 카페도 갖췄는데 예술관 전경을 감상하며 쉬어가기 좋은 공간이자 봉평 감자 피자 맛집으로도 유명하다. 무이예술관 운영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이며 실내 전시관은 오후 6시까지만 이용할 수 있다. 수요일은 휴관이나 공휴일, 성수기, 평창효석문화제 기간은 예외다. 입장료는 5세 이상부터 64세까지 5,000원, 65세 이상 4,000원이고 야간 입장(오후 6시 이후)은 무료다. 무이예술관이 터를 잡은 봉평은 작가 이효석의 고향이자 그가 쓴 소설 ‘메밀꽃 필 무렵’ 주 무대로 관련 여행지도 풍부하다. 이효석 생애와 문학세계를 소개하는 문학관과 바로 이웃한 효석달빛언덕, 소설에도 등장하는 봉평장(봉평전통시장) 등이 있다. 9월 초에는 메밀꽃이 피고 평창효석문화제가 오는 6일부터 15일까지 열린다. 시간이 된다면 ‘2023 한국관광의 별’에 선정이 된 발왕산 천년주목숲길도 들러 볼만 하다.

효석달빛언덕 한국관광공사 제공



‘오대호아트팩토리’ 한국관광공사 제공



충북 충주시 양성면 가곡리에 ‘오대호아트팩토리’는 쓸모없는 물건을 의미하는 ‘정크(junk)’를 예술로 승화시킨 정크아트 작품이 작은 폐교를 채운 공간이다. 이곳에 독특한 생기를 불어넣은 건 우리나라 정크아트 1세대 오대호 작가다. 철과 플라스틱, 나무 등 버려진 재료에 기계공학적 기술과 상상력을 더해서 작품을 창조했다. 움직이는 요소를 넣은 키네틱아트(kinetic art)도 선보여 작품을 만져보는 것도 가능하다. 아트바이크를 타고 넓은 운동장을 마음껏 즐길 수도 있다. 조선 시대 후기 대표 하항(하천 연안에 발달된 항구)이었던 충주 목계나루 근처에는 담배창고였던 공간이 ‘코치빌더(Coach builder)’라는 카페로 변신을 했다. 코치빌더는 고객의 주문에 따라 독창적인 신차를 만드는 것을 뜻하는데, 이곳에 전시된 올드카와 클래식카 역시 주인장 취향을 반영, 개성적으로 복원이 됐다. 벽면과 천장에는 차 계기반, 변속기, 휠 등 차량 부품을 세심하게 분해해 실내장식 소품으로 활용했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현대자동차 1세대 그랜저와 기아 콩코드 등 지금은 보기 어려운 추억의 국산 자동차들도 만날 수 있다. 코치빌더는 빵 맛집으로도 입소문 난 명소다. 충주에서 나는 밤과 고구마 등으로 빵을 개발했다. ‘충주고구려천문과학관’은 360도 돔 스크린으로 별자리를 관람하고, 낮엔 태양, 밤엔 달과 행성, 은하 등을 관측할 수 있는 시설까지 보유하고 있다. 인근에 ‘충주고구려비전시관’은 고구려비가 전시되어 있는데, 고구려와 신라 관계를 알려주는 귀중한 자료다. ‘2023~2024 한국 관광 100선’에 든 중앙탑사적공원&탄금호무지개길은 통일신라시대 충주 탑평리 칠층석탑을 볼 수 있는 곳으로 밤이면 고운 조명이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코치빌더(Coach builder)’ 한국관광공사 제공



손봉석 기자 paulso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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