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양수 칼럼] 탄핵 보호막 걷히는 `이재명의 시계`

박양수 2024. 9. 1.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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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수 디지털콘텐츠 국장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는 정치인으로선 매우 강한 천운(天運)을 타고났다. 차기 대선의 유력 야당 후보지만 온갖 추문과 의혹, 비리 관련 혐의에 연루돼 하루가 멀다하고 법정을 오가는 게 그의 요새 처지다. 웬만큼 강한 내공의 정치인이라도 못 견뎌낼 터. 하지만 그는 건재하다.

반면, 유력 주자로 손꼽던 수많은 그의 정치 라이벌들이 '찍' 소리도 못 내고 나가떨어졌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직계인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는 일찌감치 차기 후보군에서 멀어졌다.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 이낙연 전 국무총리 등은 그의 기세에 눌려 적수가 되지 못한다.

그는 지난달 18일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85.4%를 얻어 당 대표로 복귀했다. 사실상 싹쓸이였다. '이재명 민주당' 1극 체제의 완성을 알리는 결과다. 전당대회 중의 몇몇 상징적인 사건이 그러한 사실을 새삼 일깨워줬다. 특히 '명팔이(이재명 팔이) 척결'을 외친 정봉주 최고위원 후보의 탈락은 충격이었다. 그는 최고위원 경선 초기만 해도 김민석 후보와 함께 2강 그룹이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김 의원 표가 안나오는지 이해가 안된다"는 이 대표의 한 마디로 김 후보가 1위를 차지한 반면, 정 후보는 6위로 처지며 최고위원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기세등등해진 이 대표에게 '사법 리스크'쯤은 우스워진 걸까. 민주당 신임 지도부는 사법부를 겨냥해 집단적인 경고 발언에 나섰다. 김병주 최고위원이 "(당선무효형 선고 같은) 상황은 있을 수 없다. 없는 죄를 만들면 국민적 저항을 받을 거라는 걸 재판부도 잘 알 것. 현명한 판단을 할 거라고 본다"고 운을 띄우자, 이언주 위원도 "정치적 해석이 분분한 상황에서 (판결이) 진행되면 국민 저항과 불만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거들었다. 김민석 의원도 "유죄 가능성 자체를 거의 보고 있지 않다"고 가세했다. 법원과 판관에 대한 노골적인 협박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이 대표를 위해선 섶을 지고 불속에도 뛰어들겠다고 결의한 걸까. 불붙은 충성 경쟁이 볼 만하다. 북한 김정은 체제에서 일찍이 보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이재명의, 이재명에 의한, 이재명을 위해 존재하는 민주당의 실체다. 거기엔 국민에 대한 신성한 의무 따윈 없었다.

최근 '이재명 민주당'의 보호 결계가 깨져 나가는 것 같다. 이재명 대표를 지키려고 민주당 당론으로 쳐놓은 '탄핵 보호막'이다. 이러한 탄핵안이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됨으로써 민주당의 탄핵 남발이 비상식적인 난동이었다는 게 만천하에 드러난 셈이다.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의혹, 이 대표 부부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을 수사한 이정섭 검사에 대한 민주당 탄핵안이 헌재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기각됐다. 상당수의 좌파 성향 재판관이 참여한 헌재에서 '이재명 민주당' 탄핵소추안이 기각된 것이다. 좌파 재판관이 보기에도 이 검사 탄핵소추안이 '말도 안되는 어거지'였음을 보여준다.

헌재는 사실관계 소명이 없는 단순 의혹만을 이유로 공직자를 탄핵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탄핵 사유에 대한 입증 책임이 국회에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 두 가지 '탄핵 잣대'를 적용할 때 이재명 대표가 연루된 여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 4명에 대한 탄핵 소추도 무위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졌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의 직 상실도 민주당에겐 적지않은 충격이다. 오는 10월에 있을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1심 결과를 가늠해볼 수 있는 '미리 보는 판결'이라는 의미에서다. 조 교육감은 1심에서 당선 무효형인 500만원을 선고받았다가 2심에서 벌금 250만원의 선고유예를 받아 기사회생한 바 있다. 하지만 해직된 전교조 교사를 부당하게 특별 채용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형을 확정 받아 직을 잃었다.

지난 2006년 교육감 직선제 도입 이후 역대 서울시 교육감들은 대부분 유죄 판결을 받았다. 적용 혐의는 공직선거법 위반이다. 법조계에선 이들 교육감에게 적용된 혐의가 이 대표의 혐의에 비하면 '하찮은 수준'이란 얘기가 나온다. 이재명 대표는 이번에도 살아날 수 있을까. '이재명 천운'이 또다시 주목받는 이유다.

박양수 디지털콘텐츠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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