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표, 11년만에 마주 앉았지만...금투세·채특검 합의는 없었다

한정수 기자, 김도현 기자, 오문영 기자, 박상곤 기자 2024. 9. 1.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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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회담에 입장하고 있다./사진=뉴시스(공동취재)


여야 대표가 11년 만에 정식 회담을 열고 마주 앉았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민생, 저출생, 전력망 확충 등의 의제에 대해 서로 힘을 모아 해결책을 찾아내기로 뜻을 모았다. 그러나 방향만 정했을뿐 구체적인 방법까진 합의하지 못했다.

논란이 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유예 문제에 대해서도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하고 주식시장 활성화 방안 등과 함께 종합적 검토를 하는 데 동의하는 선에 그쳤다.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서도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한 대표와 이 대표의 회담 결과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민생과 관련한 양당 공통의 공약을 추진하기 위해 협의기구를 만들기로 했다.

현재 의료 사태와 관련해서는 추석 연휴 응급 의료 체계 구축에 만전을 기할 것을 정부에 당부하고 국회 차원의 대책을 협의하기로 했다. 또 반도체 및 AI 산업과 관련해 전력망을 확충하기 위한 지원 방안을 적극 논의하기로 했다.

이 밖에 가계 및 소상공인 부채 부담 완화를 위한 지원 방안을 적극 강구하고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육아휴직 기간 연장 등과 관련한 입법 과제를 신속 추진하기로 했다. 딥페이크 성범죄에 적극 대응할 것과 정당 정치 활성화를 위한 지구당 재도입을 적극 협의할 것에도 합의했다.

양당은 이날의 합의 내용들을 추후 계속해서 논의하고 실현시키겠다는 계획이지만 걸림돌도 존재한다. 민주당의 경우에는 이 대표가 현역 의원이라는 점, 과거 대체로 이 대표 뜻대로 당론이 결정돼 왔다는 점에서 미뤄볼 때 큰 문제가 없지만 국민의힘은 상황이 달라서다.

한 대표는 현역 의원 신분이 아닌 데다 정치 경험도 그리 길지 않다는 약점이 있다. 뜻하고자 하는 바를 이루려면 원내 의원들의 지지와 조력이 필수적이다. 이 대표와 뭔가 합의점을 찾는다고 하더라도 당내 반대가 있다면 실현이 불가능할 수 있다.

앞서 한 대표는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당 대표가 되면 제3자 추천 방식의 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직접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실제 당선이 된 뒤에는 당내 반대에 부딪혀 해당 법안을 강하게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회담에서 채상병 특검법,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 등을 논의하는 회담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공동취재)

채상병 특검법은 이날 회담에서도 일정 부분 의견 차이가 좁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지만 그렇지 못했다. 채상병 특검법과 함께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지급 특별조치법)에 대해 양당 대표 사이 논의가 이뤄졌지만 합의까지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한 대표는 본인의 의지는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그런데 당내 사정이 있고 법안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제3자 추천 특검법 관련해서 여러 디테일이 있겠지만 디테일은 법안 논의 과정 속에서 정리하면 되는 것이다. 그 문제는 얼마든 정리할 수 있는데 한 대표와 국민의힘의 의지가 있느냐가 관건이었다"며 "어쨌든 그 부분에 대해 의지가 있다고 말을 하셨다. 의지가 있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법안 제출이라든지, 액션으로 나와야 하지 않겠냐 하는 그런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편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회담 결과를 발표하면서 "의견 차이만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이 있다"는 기자들 질문을 받고 "민생 부분은 향후 입법 과정에서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어서 의의가 있다"며 "다 합의할 수 없다는 이해도 같이 했다. 앞으로 자주 대화할 기회를 갖자고 했다"고 답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같은 질문에 "민생 공통 공약 추진을 위한 협의의 틀을 만들어 진행하기로 했으니 가장 중요한 합의로 볼 것 같다"며 "구체적 합의를 만들어내지 못했지만 논의의 방향을 합의한 부분도 있고 틀을 정리한 부분도 있어서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합의 내용이 대체로 추후 협의하겠다는 식이어서 이번 회담을 그렇게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며 "오늘 회담만 놓고 봐서는 추후 원활한 협치나 이런 부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한정수 기자 jeongsuhan@mt.co.kr 김도현 기자 ok_kd@mt.co.kr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박상곤 기자 gon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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