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 원주MBC에 정정보도 패소 "대언론 기조 바꿔야"
원주시, 비판기사 중재위 조정 실패, 소송行…손배 요건 안돼 정정보도만
춘천지법, 원주MBC 보도 3건 기각, 1건 각하…"무리한 소송, 예상한 결과"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강원특별자치도 원주시(시장 원강수)가 시정 비판기사를 쓴 원주MBC를 상대로 제기한 정정보도(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패소했다. 원주시가 원주MBC 비판보도들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정정보도와 억대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는데 지자체는 손해배상의 주체가 될 수 없어 뒤늦게 청구 취지를 정정보도로만 변경했다. 법원은 보도 내용을 허위로 볼 수 없다며 정정보도 청구를 기각했고, 뒤늦게 원주시가 소송에 포함한 보도에 대해서는 각하했다.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 제1민사부(재판장 이수웅)는 지난달 22일 원주시 측이 처음 문제 삼은 보도(지난해 10월~11월 보도)는 3건에 대해 기각하고 소송 비용은 원고(원주시) 측이 부담하도록 했다. 또한 <원주시장 비서실 도지사급…추가 확대도?>(지난해 12월27일)를 추가했지만 언론중재법에서는 정정보도 청구에 대해 보도의 존재를 안 날로부터 3개월 내 청구해야 하는데 해당 기간이 지난 뒤 청구해서 각하했다.
원주시는 원주MBC의 <민선 8기 원주시정 보은인사 무한반복>(지난해 10월24일), <원주시장 “승진시키고 싶은 사람 승진” 파장>(지난해 10월25일), <원주시, 체육회 사무국장 인선 개입했나>(지난해 11월1일) 등 3건의 보도에 대해 지난해 언론중재위원회에 반론보도를 청구했지만 조정이 성립되지 않으면서 소송으로 이어졌다.
해당 보도는 원주문화재단 정관을 바꿔서 대표이사직을 신설했다는 의혹 원주시체육회 사무국장 선발 과정에 원주시가 개입했다는 의혹 등 원주시장이나 원주시의 인사 관련 내용을 담고 있다.
재판부는 “'대표이사 자리 신설' 부분은 기존 원주시문화재단 정관에 없었던 '대표이사' 직제가 새로 생겼음을 의미하므로 그 내용이 허위라고 볼 수 없고 손준기 의원이 의회에서 한 발언을 언론사가 그대로 보도하는 것에 대해 책임을 질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 외에 쟁점에 대해서도 허위로 볼 수 없다며 원주시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원주MBC에 따르면 원주시는 1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가 지난 6월 손해배상 청구를 빼고 정정보도로만 청구취지를 변경했는데 이는 지자체는 인격권 침해를 이유로 하는 손해배상청구 주체로 진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원주MBC는 관련 리포트에서 “기본적인 검토도 없이 소송을 시작했다가 피고(원주MBC)측 문제제기에 청구취지를 변경한 것”이라고 했다.
또 원주MBC는 “이같은 결과는 원주시가 이번 소송을 여러모로 무리하게 진행하면서 처음부터 예상됐던 결과”라며 원주시가 지난해 10월부터 방송한 4개 리포트를 모두 문제 삼고 억대의 손배 소송을 제기한 것 등에 대해 “뉴스에 나온 특정 사실관계를 따지는 게 아닌 특정 언론사에 대한 항의 목적의 소송”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원주MBC는 “원주시는 민선8시 들어 시정을 비판한 원주MBC 보도에 대해 이미 수차례 언론중재신청과 소송의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한 번도 원주시의 주장이 받아들여지거나 승소한 적은 없다”며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변호사 선임비용이 혈세로 들어갔고 적지 않은 공무원들의 행정력까지 동원되고 있다”고 지적한 뒤 “공공기관이라면 보다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원주시는 이번 패소가 원주MBC 보도가 진실된다는 의미와 다르다는 입장이다. 원주MBC 보도를 보면 원주시는 이번 판결 관련해 “단지 시의 정정보도 청구가 인용되지 않은 것일 뿐 해당 보도내용과 제기된 의혹들이 진실되다는 의미는 아니므로 이번 판결 결과에 좌고우면하지 않겠다”며 “계속해서 사실과 다른 허위보도, 무책임한 편파·왜곡보도에 단호히 맞서 시민 여러분들의 알권리를 제대로 지켜나가겠다”고 했다.
원주시 공무원노조는 이번 판결 관련해 지난달 26일 <원주시정의 언론 감수성 결여로 인한 예산·행정력 낭비 유감>이란 성명을 내고 “이번 원주시의 소송 제기는 특정 언론사에 대하여 다수의 보도를 무더기로 소송 제기하였다는 점에서 그 소송 목적이 언론 길들이기나 괴롭힘이 아니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며 “소송 제기한 원주MBC의 보도들이 원주시정의 주된 결정권자를 향해있는 것으로 보아 누군가의 불편함이 이번 소송으로 이어진 것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고 주장한 뒤 “원주시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대언론 대응 기조를 바꾸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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