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舊 손 잡고”…격동의 역사 수원미술협회, 창립 60주년 기념전 ‘잇다 : 있다’
만으로 60, 인간의 나이로 치면 다시 새롭게 태어나 살아간다는 ‘환갑’이자 한번 돌아와 다시 시작한다는 ‘회갑’을 의미하는 숫자다. 지역의 예술가와 함께 숨 쉬며 지역 미술의 저변을 넓혀온 수원미술협회가 불혹과 지천명을 지나 환갑을 맞이했다. 60년 역사의 산증인이자 기둥인 아흔의 원로부터 디지털 기술을 통한 팝아트를 선보이는 신세대까지. 격동의 역사를 이어 온 수원과 경기도 31개 지역의 신구 세대가 한자리에 모여 동시대 미술의 흐름을 조망하고 지역 시민과 함께하는 100주년으로의 도약을 알리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편집자주
(사)한국미술협회 수원지부는 오는 8일까지 수원시립만석전시관 1, 2층 전관(1~3 전시실)에서 수원미술협회 60주년 기념 특별전 ‘2024 수원미술 잇다 : 있다’를 개최하고 있다. 전시에서는 지역 미술사 한 획을 그은 수원미협의 고문과 자문들의 작품 및 이번 전시를 위해 ▲한국화 ▲서양화 ▲문인화 ▲서예 ▲조각 ▲디자인·공예·민화 ▲수채화 등 수원미협 각 분과 협회원이 선보이는 대표작 및 소품을 만나볼 수 있다. 이와 함께 한국미술협회 경기지역 31개 지부에서 지상전으로 참여해 지역 미술의 특징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 지역의 미술사와 함께한 60년
수원미협의 발자취는 경기도 미술사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수원의 미술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1964년 수원미술협회가 태동했다. 수원미협에서 거슬러 올라가면 1924년 결성된 ‘조선프로레타리아예술동맹 수원지부’가 있다. 또한 1940년 수원 출신의 화가 이영일이 창설한 ‘조선미술가협회’도 빼놓을 수 없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 수원미협의 전신인 ‘수원미술지구회’가 1964년 3월22일 결성됐다. 그렇게 수원미협은 지금은 고인이 된 초대 안찬주 지부장부터 현재 22대 이동숙 지부장까지 이어져 왔다.
1960~70년대 수원미협은 수원 지역 소그룹 미술운동의 중심이었다. 협회를 중심으로 회원전, 교사 대상의 서양미술 감상법, 미술 세미나, 초중고 사생대회 등 작지만 알찬 미술 행사로 지역 미술의 근간을 만들어갔다. 1980~90년대는 뼈대를 다지는 시기였다. 당시 크로바 미술 실기대회, 화홍문화제 실기대회, 관내 고등학교 연합전 등 다양한 미술대회를 주최하며 미래 미술인 양성에 주목했다.
■ 황금기에 찾아온 코로나, 그리고 재도약의 현재
2000년대는 도약의 시기였다. 2001년 64명에 불과했던 회원 수는 2003년 200명에 이르는 거대 단체로 성장했다. 무엇보다 2003년 수원미협이 수원미술전시관(현 수원시립만석전시관) 위탁운영의 관리주체가 되는 성과는 수원미협이 지역미술의 주체가 돼, 시민들의 문화예술 향유권을 확보하는 계기가 됐다.
2010년대 이르러 부흥기를 맞이했다. 대표 사업으로 2004년부터 시행해 온 ‘수원시미술단체연합전’의 양적, 질적 성장을 이루며 지역 미술 동호회를 중심으로 한 생활미술의 근간을 만들어왔다. 또한 국제교류전으로 수원 미술의 우수성을 폭넓게 알렸다. 허나 2020년대에 수원미협은 부침을 겪게 됐다. 2017년 수원미술전시관의 위탁 종료와 모든 예술인에게 위기로 다가온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는 수원미협의 근간을 흔들었다.
2024년 지금의 수원미협은 위기를 극복하고 재도약을 맞이한 모양새다. 제28회 나혜석 미술대전, 제20회 수원시미술단체연합전, 2024 한·중 국제교류전 등은 한 단계 수준이 높아졌다고 평가받는다. 현재는 회원 수 700여 명이 넘는 도약을 이루며 지역 미술인 저변 확대에 노력하고 있다.
■ 원로부터 신입까지…회원 열정 및 미술 변천사 살필 수 있어
이동숙 현 수원미술협회장은 이번 60주년 기념전 ‘2024 수원미술 잇다 : 있다’에 대해 “전통과 현재를 잇는다는 의미와 함께, 앞으로 100년의 도약이 충분하다는 열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전시에서는 수원과 경기 지역 미술사의 근간이자 역사의 증인인 수원미협 고문 및 자문 등 20인의 원로 작가부터 신입까지 각 회원이 60주년을 기념해 선보인 작품 속 열정을 느낄 수 있다.
수원미협의 태동부터 함께한 화백의 작품부터 컴퓨터 그래픽 등 현대 기술을 활용한 중진·신진 작가의 팝아트 작품까지 살펴보면 미술의 변천사가 느껴진다. 작품 ‘설악의 제경’ 등으로 참여한 기노철 고문은 경기도 미술대전, 경기도지사상(1989~1990), 자랑스런 경기인상(2013)을 수상한 지역의 원로 예술인이자 동양화(산수화 부문) 명인(14-1001-28호)으로 인정받은 인물이다. 이제 아흔을 넘긴 화백은 백내장으로 앞이 보이지 않음에도 지팡이를 짚고 지난달 27일 열린 개막식에 자리하기도 했다.
이강자 고문은 눈 덮인 풍경이 평온함을 자아내는 ‘수원화성 : 남포루’ 작품으로 참여했으며 경기도 지정 공예인(제90-8호)인 홍승인 고문은 동그란 기둥 밑 빨간 꽃이 인상적인 작품 ‘춘설’을 선보였다. 홍 고문은 지난 1980년대 제8대 수원미협 지부장 및 제17~18대 경기미협 지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이선열 자문이자 전 경기미협 지회장은 고요함이 느껴지는 수묵담채화를 선보였다.
■ 수원미협, “100년으로 나아갈 것”
원로 작가들의 작품과 함께 서양화, 동양화, 문인화, 한국화 및 서예와 민화 등 회화부터 조각까지 수원 미술사의 ‘현재’를 이끌어가고 있는 수원미협 회원들의 작품은 각기 다른 분위기의 3개의 전시실에서 관람할 수 있다. 30년 가까이 수채화를 그리며 다양한 수상 이력을 자랑하는 김숙연 작가는 작품 ‘서정’을 통해 섬세하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밖에 이번 전시에서는 대한민국미술대전 전통미술공예대전(민화 부문) 특선, 입선 등의 수상 경력을 보유한 박복순 작가의 한지 위 빨강, 분홍 등 색감이 독특한 작품 ‘필묘작화접도’와 경기미술대전 대상(2012)의 신경옥 작가의 현대적 감각이 돋보이는 작품 ‘With You’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이동숙 수원미술협회 제22대 지부장은 “60주년이 되기까지는 자비를 들여서라도 근간을 이어 온 회원들의 열정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특히 이번 기념전을 위해 하나가 된 열정으로 참여해 준 이들을 보면 100년도 거뜬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수준 높고 탄탄한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한 번에 만나볼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원미협은 회원의 창작 및 전시지원을 위한 미술 전문 공간 확보와 함께 전문미술과 생활미술의 융합화 확대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며 “사회적 역할과 활동을 통해 지역문화를 꽃피우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나경 기자 greennforest21@kyeonggi.com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교문 앞 서성이는 어머니…철문 닫혀도 굳건한 ‘모성애’ [2025 수능]
- 양주수도지사, 농가·취약계층 지원… 양주농가서 수확한 고구마 전달
- [속보] '북한 오물풍선 피해' 지원 가능해진다
- 쉬는 날 산타던 인천 소방관… 북한산서 낙상 사고로 부상 입은 60대 현장 구조
- ‘영혼이 강한 아이로 키워라’ 인천 서구, 조선미 교수와 함께하는 아카데미
- [속보] 법원, ‘경기도 법카 10만4천원 결제’ 김혜경에 벌금 150만원 선고
- 인천 남동구, '장애인주택 개조사업'으로 주거환경 개선 나서
- 인천경제청, 중국 새로운 투자 수요 찾는다…미래첨단산업 분야 협력 모델 마련 [한‧중 미래산
- 수원 현대건설, “우리도 6연승, 흥국 기다려”
- EBS·입시업계 "국어, 킬러문항 없었다…작년 수능보다 쉬워" [2025 수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