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어내리자"…6일 만에 끝난 '임현택 단식', 돌아온 건 탄핵론?

정심교 기자 2024. 9. 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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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단식투쟁 중인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2024 임시대의원총회에 참석을 마치고 부축을 받으며 나서고 있다. 2024.8.3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의대 증원과 간호법안 입법화 움직임에 반발, '국민 생명을 위해 정부와 국회의 결단을 촉구한다'며 무기한 단식투쟁에 나선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지난달 31일 병원에 긴급 후송되면서 6일간 진행한 단식투쟁을 끝냈다. 하지만 이번 단식이 크게 여론화하지 못하면서 '얻은 게 없다'는 분위기가 의사 내부에서 감지된다. 심지어 임현택 회장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면 그를 끌어내려야 한다는 주장까지 의협 내부에서 제기됐다.

의협에 따르면 임현택 회장은 단식 6일째인 전날(8월31일) 저녁, 건강 악화로 병원에 긴급 후송됐다. 의협은 "폭염 속 극심한 탈수와 어지러움 증상으로 8월30일부터는 몸을 일으키기조차 어려웠고, 당뇨병·고지혈증·고혈압 등 기저질환이 악화했다"며 "특히 부정맥 증상이 심화했고 의식 저하로 위험한 상태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임 회장은 부정맥 등 위험 증상들에 대한 응급치료를 받고 회복하는 대로 투쟁을 지속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단식 5일째(8월30일) 폭염을 피해 실내에서 이불을 덮고 누운 모습, 의료진이 혈당·혈압 등을 체크하는 모습 등이 사진으로 퍼지면서 건강을 담보로 하는 여느 단식투쟁과 다른 모습을 보인 데 대한 여론의 반응이 싸늘했다.

또 그가 단식하는 6일간 보건복지부 등 정부 관계자의 위로 방문도 없었는데, 이는 지난해 의협과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간무협) 등 14보건복지의료연대가 간호법 투쟁 당시 이필수 전 의협 회장에게 윤재옥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조규홍 복지부 장관이 곽지연 간무협 회장을 찾아와 건강을 위해 단식 중단을 요청한 것과 온도 차가 컸다.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로비에서 의대증원 저지를 위한 단식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2024.8.3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의협 내부에선 '임현택 집행부'에 대한 격려보다 싸늘한 질책이 쏟아졌는데, 심지어 임 회장 탄핵을 위한 움직임까지 가시화했다.

이날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열린 의협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임현택 회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그는 현장에서 "의협과 임현택 회장은 14만 의사를 대표해 뭘 하고 있느냐"며 "회장과 집행부는 그 역할이 있다. 감당하지 못하면 물러나야 하고, 물러나지 않으면 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비대위 구성은 결코 해답이 될 수 없다"면서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본인 면피에만 급급한, 무능한 회장과 함께 일하지 않겠다"고 임 회장을 저격했다.

임 회장을 회장직에서 끌어내리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1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협 대의원회의 조병욱·조현근 대의원은 지난달 28일부터 임현택 회장에 대한 불신임 청원 서명을 받고 있다. 간호법 제정과 의대 증원 저지에 실패해 회원의 중대한 권익을 침해했으며 협회의 명예도 현저히 훼손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임 회장을 겨냥해 "불과 6개월 전 회장 후보로서, 그리고 5개월 전 당선된 뒤 '준비된 회장'이라며 빠른 권한 이양을 요구해 오던 모습과 달리 아무런 정책도, 사업도 없는 말만 앞세우고 뒷수습도 제대로 하지 못해 부끄러움은 회원들의 몫이었다"고 비판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선거권이 있는 회원 4분의 1 이상의 청원이 모이면 회장에 대한 불신임 발의가 가능하다. 이후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이들 중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회장 불신임이 결정된다. 이들은 "청원은 의견 수렴 목적으로 작성됐으나, 발의 요건이 충족되면 대의원회를 통해 임 회장 불신임을 발의할 것"이라며 "요건이 충족되지 않더라도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채동영 의협 홍보이사 겸 부대변인은 전날(8월30일) 브리핑에서 "불신임 청원은 어떤 회원이라도 제기할 수 있다. 회무에 대한 불만은 언제든 제기할 수 있는 내용"이라며 "회원들이 신뢰할 수 있고 도움이 된다고 느끼는 방향으로 의견을 듣고 정진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19일 경기도의사회는 간호법안의 국회 통과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점쳐진 당시, 임현택 의협 회장이 직무 유기를 저지른 것이라며 그의 사퇴를 촉구한 바 있다. 간호법안은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한편 임 회장은 임시대의원총회 개회식에서 영상으로 인사하며 "부족한 모습으로 많은 우려를 받았지만, 분골쇄신(粉骨碎身·뼈를 가루로 만들고 몸을 부순다)의 각오로 대한민국 의료를 살리기 위해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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