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월요일] 말의 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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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에도 물성이 주어진다면 내가 뱉은 말이 어느 거리를 걸어다닐 것만 같은 때가 있다.
낡은 대문 앞 계단 옆에 잠시 쪼그려 앉아서, 수면 위에 가만히 누워 태양을 바라보면서, 몸을 입은 말들이 무방향으로 혼자 표류하고 있다.
첫사랑과 다시 만나더라도 첫사랑을 하던 나와는 만날 수 없는 것처럼 나였지만 이제 내가 아닌 것들이 있다.
한때 나였던 말들에 모자를 씌워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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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만나면 바다를 팔짱 끼고 돌아 나가고 돌담을 만나면 돌담을 밀며 걸어 나간다 마치 이것밖엔 모른다는 듯이, 바람이 오면 바람을 닮은 채로 나도 불어가고 강을 만나면 윤슬이 반짝이며 가는 곳을 세어본다 내가 당신을 좋아한다는 말은, 내가 당신을 좋아하는 일이 이 거리를 흘러다니며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 아닌가 나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 성윤석 '산책자' 전문
말에도 물성이 주어진다면 내가 뱉은 말이 어느 거리를 걸어다닐 것만 같은 때가 있다. 낡은 대문 앞 계단 옆에 잠시 쪼그려 앉아서, 수면 위에 가만히 누워 태양을 바라보면서, 몸을 입은 말들이 무방향으로 혼자 표류하고 있다. 거짓일 수도, 사랑일 수도 있는 그 말들은 죄다 어디로 흘러갔을까. 첫사랑과 다시 만나더라도 첫사랑을 하던 나와는 만날 수 없는 것처럼 나였지만 이제 내가 아닌 것들이 있다. 한때 나였던 말들에 모자를 씌워주고 싶다.
[김유태 문화스포츠부 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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