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있으면 수도권 '영끌' 힘들어져 …"투기자 취급 억울" 불만 속출
9일부터 대출 조이기 초강수
최장 만기 40년→30년 단축
무주택자만 전세대출 가능
실수요자 시중銀 돈줄 막히자
전세난 등 주거불안 심화 우려
8월 가계빚 증가 40개월來 최대
수도권 주택 등을 중심으로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규제하는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이달 시작됐다. 이에 더해 우리은행이 은행권 최초로 다주택자가 아닌 단 한 채의 주택만이라도 보유할 경우 수도권 지역 주담대는 물론 일반 전세자금대출을 내주지 않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향후 주택 보유자의 전세대출에 대해서도 이자분을 DSR 산정에 넣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 이를 넘어 아예 대출 자체를 막는 '강수'가 은행권에서 나온 것이다.
금융당국은 은행권 대출 조이기에 따라 대출 수요가 2금융권으로 넘어가며 '풍선효과'가 발생하는지도 점검하기로 했다. 하지만 은행권을 중심으로 '가계빚 조이기' 방안이 쏟아지면서 전세 수요자, 주담대를 활용해 생활비를 조달하려는 소비자 등의 '곡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또 최근 전세 매물이 줄어드는 추세에 향후 전세 공급 감소 속도가 가속화돼 결혼을 앞둔 신혼부부를 중심으로 주거 불안이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우리은행은 '실수요자 중심 가계부채 효율화 방안'을 발표하며 오는 9일부터 1주택자에 대해 수도권 주택 추가 구입 목적 대출 중단은 물론 해당일 이후 전세계약 건부터는 가구원 모두가 주택을 소유하지 않은 무주택자에게만 전세대출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사 시기 불일치 등에 따른 기존 주택 처분 조건부 주담대는 허용한다. 기존 전세를 연장하는 경우와 더불어 부모 밑에 가구원으로 있다가 결혼 등의 사유로 가구 분리를 통해 '무주택 전세 세입자'가 되는 경우는 예외다.
우리은행은 대출 최장 만기도 줄여 원리금 상환 부담을 늘리도록 해 대출 가능 한도를 축소한다. 우리은행 주담대 최장 만기는 기존 40년에서 30년으로 줄어든다. 이 밖에 우리은행은 2일부터 주택을 담보로 받는 생활안정자금 대출 한도를 기존 2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추고, '갭투자'에 활용되는 전세대출을 막는 한편 대출 모집법인에 대한 취급 한도 제한, 모기지보험 주담대 제한 등의 조치를 시행한다.
금융당국은 최근 "은행들이 올해 연간 가계대출 공급 목표량을 이미 초과했다"며 "은행권 자체적으로 대출 한도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강도 높은 지시를 내놨다. 이 같은 지시에 호응해 은행권은 잇달아 가계빚 조이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신한은행은 3일부터 주담대 최장 만기를 기존 50년에서 30년으로 줄인다. 아울러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담대 한도는 1억원으로 제한된다. KB국민은행도 같은 날부터 전세자금대출을 임차보증금 증액 범위 안에서만 취급한다. 갭투자 등 투기성 자금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는 임대인 소유권 이전 등의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은 아예 중단된다.
최근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세는 은행들의 대출 심사 강화 등의 영향을 받아 지난달 하순부터 급증세가 다소 진정되고 있다는 것이 일선 창구에서의 전언이다. 하지만 주택 구입 수요가 여전한 만큼 대출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한 2금융권으로 대출 수요를 갈아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폭증한 대출 수요로 지난달 가계대출 규모는 역대급 기록을 쓸 가능성이 커졌다. 올 8월 들어 29일까지 5대 은행 가계대출은 8조3234억원 늘어 2021년 4월(9조2266억원) 이후 3년4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주담대는 5대 은행에서 7조3234억원 늘어나 역대 최대 증가폭을 나타냈던 7월(7조5975억원) 수치에 육박했다.
금융당국은 2금융권 대출 증가세가 과도하면 간담회 등을 소집해 자체 포트폴리오 조정을 요구하고, 필요시 규제 강화 등 제도 개선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2금융권을 비롯한 모든 가계대출 한도를 규제하는 3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 시기를 앞당길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대출 조이기에 전세난이 심화될 수 있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세대출 공급을 막으면 전세 공급이 동반 감소해 결혼을 앞둔 신혼부부 등의 주거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담대로 생활비를 조달하려는 이들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수도권 거주자 A씨는 "주담대 없이 살아오다가 학비 등을 조달하기 위해 생활안정자금대출을 고민하고 있는데 은행권이 한도를 일제히 줄이고 있다"며 "1주택자여서 돈을 만들기 위해 집을 팔 수도 없는데 투기자 취급을 받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유준호 기자 /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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