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플랫폼에 삭제 의무…韓, 빅테크 협조에만 매달려
퍼뜨릴 목적성 있어야 범죄
단순 시청·소지는 처벌 안돼
가해자 70%가 미성년자
촉법소년 규정에 법망 피해
방심위, 텔레그램 뒷북 핫라인
검찰총장 "성착취물 방치
텔레그램 운영자 법적 조치"
◆ 딥페이크 포비아 ◆
누구나 딥페이크 성착취물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하면서 위조 영상물 제작뿐 아니라 소지·시청까지 사건에 연루된 모든 이들을 엄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특히 가해자와 피해자가 10대에 집중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처벌받지 않는 '촉법소년' 제도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1일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현행 법률에서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은 '성폭력 범죄 처벌 특례법 14조의 2'다. 이 조항은 허위 영상물 등을 제작·반포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이 조항은 시청하거나 소지해도 처벌받지 않는 것이 한계로 꼽힌다. 유포 목적이 입증돼야 처벌이 가능하다는 점도 문제다. 이 때문에 재판에 넘겨져도 '유포 의도가 없었다'는 이유로 처벌을 면하거나 가벼운 벌금형에 그치는 일이 적지 않다.
딥페이크 성범죄가 10대를 중심으로 확산하면서 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란에도 불이 붙었다. 만 10세 이상~14세 미만 청소년이면 범죄를 저질렀더라도 형사처벌을 면하고 범죄 기록 또한 남지 않는데, 딥페이크 성범죄가 피해자에게 주는 고통을 감안할 때 엄벌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 7월까지 딥페이크 관련 범죄 피의자 461명 가운데 10대는 325명으로 전체의 70%가 넘는다. 어린 시절부터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청소년들이 딥페이크 기술에 수월하게 접근해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김미정 푸른나무재단 상담본부장은 "딥페이크 성범죄는 학생들 사이에서 장난처럼 취급되기도 하고 집단 따돌림을 위한 도구로 쓰일 때도 있다"며 "딥페이크에 쉽게 접근해 음란물을 만들고 유포할 수 있는 상황인데, 이를 플랫폼들이 묵과하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정부는 컨트롤타워 없이 각 부처가 개별 대응만 할 뿐이다. 부랴부랴 국무조정실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았지만 종합대책은 다음달에나 나올 전망이다. 딥페이크 음란물 삭제·차단에 대한 권한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기본적으로 갖고 있다. 방심위의 시정 요구를 받고도 방치하면 방송통신위원회가 시정명령을 내리고 형사고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딥페이크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탐지기술 개발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역할이 크다. 관건은 딥페이크가 유통·배포되는 통로인 텔레그램이나 유튜브 같은 소위 빅테크에 대한 실효성 있는 규제 도입이다. 한국은 삭제 의무 등을 강제한 유럽연합(EU)과 달리 강력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대책은 '신속한 딥페이크 해결 대응 공조' 수준에 머물고 있다. 미국은 백악관 행정명령으로 AI를 활용한 콘텐츠에 워터마크를 표기하도록 강제하는 등 규제 도입에 나섰다.
반면 공정거래위원회는 빅테크의 독과점 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플랫폼법 도입을 추진했지만 미국 반대에 직면했다. 플랫폼법이 글로벌 빅테크가 아니라 국내 플랫폼 기업과 생태계를 조준한다는 문제점도 노출했다.
방심위는 뒤늦게 텔레그램과 소통하는 핫라인을 확보하고자 조치에 나섰다. 방심위는 딥페이크 사태 이후 최근에야 텔레그램을 시정요청 협력 대상에 공식 등재했다. 방심위는 구글 등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 11곳과 핫라인을 보유해 즉각 시정요청을 해왔지만 텔레그램과는 이메일로만 소통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는 '딥페이크 성착취물' 확산과 관련해 "취임하면 디지털 성범죄 전담 검사를 확대 지정하고 경찰과 신속한 협조체제를 구축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심 후보자는 1일 국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 "딥페이크 기술을 악용하는 허위 영상물 제작·배포 행위는 피해자에게 정신적·사회적으로 극심한 고통을 주는 중대 범죄"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보안 메신저를 이용한 범죄행위의 문제점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텔레그램 등 보안 메신저 운영자들의 법적 책임과 검찰의 대응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진영화 기자 / 이동인 기자 /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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