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원 암표 등장... 15년만의 英 ‘브릿팝 전설’ 공연에 들썩
1990~2000년대 영국 브릿팝 전성기를 이끈 밴드 오아시스가 15년 만에 발표한 귀환 공연에 전 세계 음악계가 들썩이고 있다. 외신들은 “예매 시작 직후 수백만 명이 몰린 티켓 전쟁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오아시스는 지난 30일(이하 현지 시각) 오후 내년 7월부터 약 한 달간 영국 전역에서 여는 라이브 투어 공연 티켓의 사전 판매를 3시간 동안 진행했다. 공식 판매처인 ‘티켓마스터’와 ‘트윅켓츠’ 사이트는 영국뿐 아니라 해외 팬까지 몰려들면서 접속 장애를 겪었다. 이튿날 오전 9시 진행된 정식 예매 역시 긴 대기 시간과 접속 장애가 재현됐고, 10시간 만에 모든 표가 동이 났다.
‘1000만원짜리 암표’도 등장했다. 스텁허브, 비아고고 등 글로벌 중고 티켓 거래 사이트에선 투어의 가장 첫 무대인 내년 7월 4일 영국 카티프 프린시펄리티 스타디움 공연이 4519파운드(한화 약 795만원)에 팔렸다. 내년 7월 26일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릴 공연 회차들은 6000파운드(약 1055만원)까지 치솟았다. 이 공연의 본래 표 가격(스탠딩 좌석 기준 150파운드·약 26만원) 대비 40배가량 치솟은 것이다. 같은 날 오아시스가 공식 성명을 통해 “허가받지 않은 암표는 취소될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고가의 암표는 계속 등장했다.
일각에선 과열된 예매 전쟁으로 티켓 판매처들이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영국 가수 알렉스 리핀스키는 엑스(X) 계정을 통해 오아시스 공연 예매 후기를 남기며 공식 판매처인 티켓마스터를 ‘마피아’로 지칭했다. 좌석별 수요를 측정해 실시간 인기에 따라 가격을 책정하는 이 사이트 정책 때문에 표값이 수 분 만에 355파운드(약 62만원)까지 올랐다는 이유에서다. CNN은 “이번 오아시스 티켓 판매의 과부하가 2022년 테일러 스위프트 공연 예매 대참사 때의 불안과 분노를 유발할 수 있다”며 “당시 티켓마스터는 미국에서 티켓 시가 정책과 접속 장애 등으로 반독점 소송에 휘말렸다”고 분석했다.
오아시스의 공연에 몰린 큰 관심은 올해 밴드가 데뷔 30주년에 맞춰 발표한 재결합 소식과 맞물려 있다. 지난 27일 오아시스는 공식 X를 통해 ‘총성(The guns)이 멈췄다’는 문구와 함께 밴드의 주축인 노엘과 리엄 갤러거 형제가 함께 찍은 사진이 박힌 공연 포스터를 공개했다. 작곡을 전담했던 형 노엘(57), 밴드의 얼굴인 프론트맨(보컬)이었던 동생 리엄(52) 간의 다툼이 2009년 밴드 해체의 가장 큰 원인이었기 때문이다. 투어 일정 공개 직후 영국 도박 사이트 윌리엄 힐은 ‘갤러거 형제들의 몸싸움으로 2025년 공연이 무산될 것’이란 베팅 항목을 신설하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복고풍 음악’ 유행이 부는 것도 예매 전쟁 열기를 더한 것으로 보인다. BBC는 오아시스의 귀환 발표 직후 “젊은 오아시스 팬들이 1990년대 정신을 재부팅하고 있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향수에 젖은 나이 든 팬뿐 아니라 1020세대까지 오아시스 티셔츠와 음반, 이들의 과거 콘서트 포스터 수집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찍어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BBC는 “밴드의 과거 발언, 스타일 등을 모은 게시물이 #oasistwt란 해시태그로 팬들을 끌어당기고 있다”고 했다.
최신 음악 차트 성적 또한 이들의 음악이 과거에 묻히지 않았다는 걸 반증하고 있다. 30일 영국 오피셜 차트는 “재결합 발표 직후 오아시스의 곡들이 최신 차트 집계에서 급상승했다”며 “오아시스의 ‘Don’t look back in anger’(16위), ‘Wonderwall’(17위), ‘Live Forever’(19위) 등 과거 발매곡 3곡이 톱20에 동시에 들었다”고 했다. 오피셜 차트에 따르면 오아시스의 곡 3개가 이 차트 톱 20에 동시 진입한 건 이번이 처음이며, 최대 309%의 주간 상승률을 보였다. 오피셜 차트 최고 경영자 마틴 탤봇은 “갤러거 형제가 모두가 가장 열렬히 기대했던 재결합 투어를 발표한 후 오피셜 차트를 놀라운 방식으로 휩쓸었다”고 했다.
영국 음악계에서 ‘노동자 계급’을 대변했던 데뷔 초 오아시스의 특수한 위치가 주목도를 더욱 높였다는 분석도 있다. “1990년대 오아시스와 블러의 차트 전쟁은 영국 계급 전쟁의 음악적 버전이었다”며 “영국 남부 중산층 출신 블러의 (지난해) 귀환은 북부 노동계층 출신의 오아시스만큼 열렬한 사랑과 비판을 받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갤러거 형제는 특히 영국 시의회가 저소득층에 제공하던 맨체스터의 공영 주택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1994년 데뷔 앨범 ‘Definitely Maybe’를 비롯해 여러 곡에서 당시 경험과 영국 내 빈부 격차, 정치권 비판 내용을 암시한 가사를 자주 선보였다. 하지만 밴드가 부와 인기를 얻은 후엔 이런 배경이 오히려 노동자 계층으로부터 ‘변절자’란 반감을 사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했다.
가디언은 “오아시스 재결합에 비판적인 이들은 이번 공연이 노엘이 최근 겪은 비싼 (위자료의) 이혼으로부터 파생된 것이라고 주장한다”며 “오아시스 투어가 성공하면 영국에서만 총 4억파운드(한화 7033억원) 수익을 거둘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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