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마켓거래소, 프로젝트 멈추니 성장 `주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다. 코인마켓거래소들이 줄폐업에 나선 가운데 해당 거래소에서 거래지원(상장) 중이었던 프로젝트의 사업이 중단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다. 리테일 (개인투자자) 시장 규모는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수준이지만, 산업 자체는 각종 규제에 가로막혀 성장이 정체돼 있는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코인마켓거래소 에이프로빗은 이달 23일부로 거래지원을 종료한다고 공지했다. 올해 12월 23일 이후로는 이용자의 출금지원이 종료된다.
이 외에도 현재 10개 이상의 코인마켓 거래소들이 영업을 종료한 상태다. 전체 22개 코인마켓 거래소 중 비블록, 크립토닷컴, 포블, 플라이빗, 프라뱅, 코어닥스 등 일부 거래소만이 VASP 갱신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5대 원화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로 '쏠림 현상'이 심화되면서 코인마켓 거래소의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한 상황에서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에 따른 규제 리스크와 가상자산사업자(VASP) 라이선스 갱신 부담이 커지자 버티지 못하고 폐업을 선언하는 거래소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하반기 국내 코인마켓 거래소의 일평균 거래금액은 41억원으로 상반기 대비 44% 감소했고 이용자 수는 50% 감소한 4만7000명을 기록했다. 코인마켓 거래소 대부분이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상태다.
문제는 이처럼 코인마켓 거래소들이 잇따라 폐업하면서 거래 지원이 어려워진 프로젝트들과 유동 부족으로 인해 거래가 원활하지 못한 프로젝트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 규제 불확실성도 높아지면서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개발사들도 신규 상장 등 적극적인 활동을 자제하고 있는 모습이다. 국내에선 가상자산공개(ICO)가 암묵적으로 금지돼있어 국내 상장사는 모두 해외에서 재단을 세우고 코인을 발행한다.
가상자산 관련 규제가 빡빡한 까닭에 리테일 시장 규모에 비해 산업 자체는 점점 위축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의 가상자산 리테일 시장은 글로벌 가상자산 업계 대비로도 비중이 큰 편이다. 가상자산 데이터 기업 카이코에 따르면 올 1분기 가상자산 거래가 가장 많이 발생한 법정화폐는 원화다. 누적 거래량은 4560억달러, 한화로 609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12월 블룸버그는 가상자산 데이터 전문기업 CC데이터의 자료를 인용해 "11월 한국 원화가 최초로 미국 달러를 제치고 암호화폐 거래량이 가장 많은 법정통화가 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당시 비트코인 법정화폐 거래량 비중에서 원화는 약 41%, 달러는 40%가량을 차지했다.
하지만 현재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허용은커녕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제시했던 공약인 디지털산업진흥청 신설, 가상자산공개(ICO) 허용, 대체불가토큰(NFT) 시장 활성화 등 시장 진흥책들은 여전히 '공수표'로 남아있다.
코인마켓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폐업 거래소에서 거래 지원되던 국내 프로젝트의 경우 거래소 폐업과 함께 재단 의지와는 별개로 상장 유지가 어려워지는 상황이 늘고 있다"며 "원화 거래소와 코인마켓거래소의 격차가 커지는 가운데 유동성 부족으로 거래가 원활하지 않은 프로젝트 역시 증가하면서 해외로 눈을 돌리는 국내 프로젝트들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해외에서 국내 시장으로 진출하려는 가상자산사업자들의 발길도 끊기는 분위기다. VASP 라이선스를 취득해도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상 영위할 수 있는 사업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거래소 바이낸스는 2022년 국내 거래소 고팍스를 인수했지만 당국이 VASP 변경신고 를 1년 넘게 수리하지 않자 결국 고팍스 지분을 매각키로 했다. 올 초 한국에서 애플리케이션(앱)을 출시하려던 해외 거래소 크립토닷컴도 금융당국의 제동으로 출시를 무기한 연기했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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