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시평] 저출생, 실효성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

2024. 9. 1.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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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이 국가의 주요 걱정거리가 됐다.

정부가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하기로 했다.

결혼·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우리 사회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며 정부 못지않게 언론, 교육계, 사회단체, 종교단체의 노력이 중요하다.

저출생 문제 해결과 더불어, 정부는 인구 감소에 대한 대응을 병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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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출산 망설이는 청년에
유연근무 가능한 일자리와
질 높은 영유아 보육 제공
가부장·경쟁 문화 바꾸고
비혼출산 제도 변화도 필요

저출생이 국가의 주요 걱정거리가 됐다. 정부가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하기로 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출산·육아 휴직, 돌봄 서비스, 주거 지원 등을 포함한 154개 과제를 저출생 대책으로 내놓았다. 그런데 출산율을 높이려는 정책이 효과를 거두려면, 출산율 저하 원인을 엄밀하게 분석하고, 개별 정책의 비용과 효과를 증거에 기반하여 평가해야 한다.

출산율에 관한 연구가 많지만, 한국의 초저출산율 원인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한국뿐 아니라 대부분 국가에서 출산율이 낮아졌는데 이는 부모들이 적은 수를 낳아 더 잘 양육하려 하기 때문이다. 또한 여성의 교육수준이 높아지고, 경제활동 참여가 늘면서 결혼을 미루고 자녀 수를 줄이려는 경향이 강해졌다. 주거비와 양육비 부담도 결혼·출산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따라서 출산율이 낮아진 것은 소득 증가와 여성의 교육 및 고용이 활발해지면서 발생한 피할 수 없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출산율은 지난 10년 동안 세계 최저 수준으로 가파르게 떨어졌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 요인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합계출산율은 2010년대 초반까지는 1.2명 수준을 유지했으나 이후 계속 낮아져 작년에는 0.72명까지 하락했다. 일본의 출산율이 1.3명 이상을 계속 유지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한국 출산율 하락은 결혼율 저하와 결혼한 부부의 자녀 수 감소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이다. 젊은 여성의 결혼율은 계속 낮아져 35~39세 여성 중 미혼 비율이 2010년 13%에서 2020년 23%로 증가했다. 더불어 이철희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25~39세 기혼 여성 중에서 무자녀 비율이 지난 10년간 10%에서 24%로 크게 상승했다.

출산율을 높이려면 결혼과 출산 의사는 있지만 망설이는 청년 그룹의 특성을 분석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결혼과 출산을 유도하는 효과적인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반면 특별한 지원이 없이도 결혼·출산을 선택하는 그룹이나 결혼·출산 의사가 전혀 없는 그룹에 대한 지원은 효과가 작다. 결혼과 출산을 회피하는 이유가 '경제적 부담'이라는 여론이 있지만, 과거에는 경제적 부담이 크더라도 결혼율과 출산율이 높았다. 결혼·출산·주거를 지원하는 재정·금융 정책은 비용은 많이 들고 효과는 작을 수 있다. 반면에 고학력 여성의 노동 참여 증가와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이 결혼율과 출산율을 낮추고 있다면, 유연 근무가 가능한 좋은 일자리 확대와 질 높은 영유아 보육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

최근의 출산율 저하가 경제적 요인보다는 사회·문화적 요인에 기인한다면 해결책도 달라져야 한다. 많은 연구가 가부장적 문화, 교육·사회적 지위에 따른 '동질혼' 성향, 페미니즘, 젠더 갈등 등을 결혼율이 낮아진 요인으로 지목한다. 또 한국 사회의 과도한 경쟁과 인터넷·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발달로 사람들이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면서, 결혼과 출산이 개인의 행복을 높이지 못한다는 부정적인 사고방식이 커진 것을 지목한다. 그리고 비혼 출산을 막는 한국의 문화와 제도는 출산율이 낮은 직접적인 요인이다. 결혼·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우리 사회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며 정부 못지않게 언론, 교육계, 사회단체, 종교단체의 노력이 중요하다.

저출생 문제 해결과 더불어, 정부는 인구 감소에 대한 대응을 병행해야 한다. 인구 감소는 우리에게 이미 닥친 커다란 파도이다. 인구 감소로 인한 경제규모 축소와 고령화로 인한 경제 활력 저하를 막기 위해 정년 연장, 노동 개혁, 이민 대책을 추진하고, 인력의 질 향상과 신기술 발전을 통해 생산성을 지속적으로 높여 가야 한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전 한국경제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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